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왼쪽부터), 양상우 <한겨레> 대표이사 등이 9일 오전 서울 청계광장에서 한겨레 주최, 서울시 후원으로 열린 ‘2017 한글날 예쁜엽서 공모전’을 둘러보고 있다. 응모작 2643점 가운데 수상작 33점을 비롯해 650점이 전시됐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제 이름은 도종환이라고 합니다. 들어보셨어요?”
부스에 불쑥 들어온 그가 인사를 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었다. 가족 관객들에게 한글 명함을 써주던 캘리그래피(손글씨) 작가 곽민선씨는 살포시 웃으며 명함 종이에 ‘도종환’을 써서 건넸다. 곽 작가는 “제 맘대로 써서 드리겠다”면서 덕담 하나를 더 써줬다. ‘날마다 좋은 날 되소서’. 도 장관은 “맨날 보던 이름인데 새로 써준 한글 이름을 받으니 마음이 새롭다”며 흐뭇해했다. 한글날인 9일 오전 서울 도심 청계광장에선 <한겨레> 주최로 ‘2017 한글날 예쁜 엽서 공모전’ 전시회가 펼쳐졌다. 한글을 사랑하는 시민들의 정성을 담은 크고 작은 엽서그림 650점을 내보인 이날 자리에는 도 장관이 찾아와 양상우 <한겨레> 대표이사와 함께 현장을 둘러봤다. 도 장관은 6~9월 시민 공모로 들어온 응모작 2643점 가운데 뽑은 대상, 최우수상 등의 수상작 33점과 간추린 다른 수작들을 일일이 살폈다. 그릇에서 ‘달착지근’, ‘짭조름’ 등 맛을 표현한 글말들을 젓가락으로 집어낸 모양을 그린 초등학생 작품 앞에서는 “전세계 글자들 가운데 맛을 이렇게 다채롭고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는 글자는 한글밖에 없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아리따운 우리 한글 사랑해’란 글씨를 얼굴에 그려 넣은 아이를 안고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올 4 YOU’가 무슨 말일까요. ‘당신을 위해’란 뜻의 영어 문장 ‘올포유(All for you)’를 표현한 거랍니다. 요즘 지자체 등에서 행사를 홍보할 때 이렇게 외래어를 뒤죽박죽 섞는 게 독특한 유행인 것처럼 번져요. 혼탁한 말섞기 탓에 한글의 존재 자체가 혼란스러워졌어요.” 우려를 털어놓은 도 장관은 “순한글 제호를 쓰는 <한겨레>가 한글의 가치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는 행사를 벌여온 것은 참 좋은 일”이라며 “전시물을 국립한글박물관에서 활용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만하다”고 했다.
올해로 다섯번째인 ‘예쁜 엽서 공모전’은 2013년 22년 만에 한글날이 다시 공휴일이 된 것을 기념해 시작됐으며, ‘한글 사랑’을 주제로 한 공모 전시, 시민 체험, 공연 등의 행사를 해마다 이어왔다. 공모전 작품들은 이달 중 서울 역삼동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서 연장전시된다. 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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