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7년째 매달 콘서트 여는 황선범 치과의사
경기도 고양시의 한 동네 치과 원장이 7년째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매달 수준 높은 콘서트를 열어와 눈길을 끌고 있다.
고양시 백석동에서 1996년 개업한 두레치과 황선범(62) 원장이 주인공이다. 그는 2011년 4월 치과 옆에 만든 40석 규모의 두레아트홀에서 첫 콘서트를 연 뒤 지난달까지 77차례 공연을 마쳤다. ‘두레하우스콘서트’란 이름의 공연은 처음 1년간은 클래식 연주와 성악만 하다가 관객의 요청으로 이듬해부터 성악과 오페라, 재즈, 가요, 국악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지역의 문화예술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지난 17일 고양 두레치과에서 황 원장을 만났다.
“초기엔 입장료를 전혀 받지 않았는데, 수준있는 공연이 되도록 늘 신경을 썼어요. 공짜라 대충 한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어요. 그러다 보니 주민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서 찾아오고 인정해주더군요.”
그동안 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온 신인급 연주자나 이름이 덜 알려졌지만 역량있는 음악가 등 무대에 서기 어려운 문화예술인 600여명이 이 콘서트 무대에 올랐다. 기획·연출은 ‘절친’인 손덕기 예술감독이 맡는다. 적게는 10명에서 많게는 600여명까지 연인원 1만5000여명의 관객이 두레아트홀과 아람누리, 교회 등에서 두레콘서트를 즐겼다. 음악가들은 공연을 마친 뒤엔 관객과 함께 와인을 마시며 작품과 연주 활동에 대해 얘기를 나눈다.
그는 콘서트를 우연한 기회에 시작하게 됐다고 말한다. “병원이 비좁아 옮기려고 같은 층에 더 넓은 공간을 구했는데 기존 병원을 확장할 수 있게 돼 이미 계약한 곳을 아트홀로 만들었죠. 처음엔 합창단 연습 공간으로 쓰다가 2년쯤 뒤 주변 권유로 음악회를 시작하게 됐어요.”
2011년 일산에 두레아트홀 열어
치과 옆 공간 40석 규모로 개조
관객 1만5천, 음악인 600명 무대에
21년째 고양시남성합창단 활동도
수익금은 빈곤아동 등 이웃돕기에 29일 ‘비엔나 체임버 플레이어스’ 공연 당시 그는 고양시남성합창단원이었고, 지금도 21년째 활동 중이다. 2011년엔 혼성 합창단인 바로크오라토리오합창단을 창설해 7년째 활동하고 있다. 그는 두 모임의 명예단장이다. ‘노래 잘하냐’는 질문에 “합창은 노래를 잘하는 것보다 함께 어울려 협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합창은 두레란 병원 이름과도 잘 어울린다”고 답했다. 마을 주민과 교류·소통하는 병원을 만들자는 뜻에서 치과 이름을 ‘두레’로 지었단다. “개업 당시엔 촌스럽다는 반응도 많았지만 지금은 이름이 맘에 들어 찾아온 환자도 있어요.” 세 번의 확장을 거쳐 지금은 의사 세 명이 진료하는 330㎡(100평) 크기의 치과로 성장했다. 콘서트도 관객이 늘어나 두레아트홀에서 공연이 어렵게 되자 70회를 맞은 올해 초부터 인근 롯데백화점 문화홀로 장소를 옮겨 한 단계 도약을 꿈꾸고 있다. 롯데백화점 일산점(점장 이종성)은 공연을 통한 교류와 나눔을 실천하는 두레콘서트의 취지에 공감해 300석 규모의 공연장을 기꺼이 내줬다. “음향 시설이 좋지 않고 좌석이 불편해 연주자와 관객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었어요. 지금은 쾌적한 환경에서 공연을 하게 돼 역량있는 연주자를 초대할 수 있게 됐고 조금씩 티켓 값을 받아도 덜 미안하게 됐습니다.” 그는 아무리 이름 없는 신인이라 해도 연주자에 무료로 재능기부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한다. 비용이 부족하면 그가 메우고 공연 수익금은 지역아동센터, 독거노인 등 이웃을 위해 쓰고 있다. 라면 콘서트, 짜장면 콘서트, 연탄 콘서트 등의 이름으로 지역아동센터와 난치병 어린이, 독거노인 등을 위한 특별 모금 공연도 열었다. 지난해엔 수익금 2천만원을 소아암 어린이 치료 등에 보탰다. 두레콘서트는 7주년 기념 공연으로 29일 오후 6시 1300석 규모의 고양 아람누리 하이든홀에서 빈 국립 폴크스오퍼 오케스트라 악장과 수석 연주자 등으로 꾸려진 6중주 앙상블인 ‘비엔나 체임버 플레이어스’ 초청 공연을 연다. ‘굿모닝, 키 작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열리는 이 콘서트는 모차르트와 베버, 조지 거슈윈의 작품 등으로 채워진다. 국내 정상급 테너 최용호와 소프라노 최자영이 협연에 나선다. 공연 수익금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 7명에게 장학금으로 전달된다. 그는 언제까지 콘서트를 계속 열 계획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두레콘서트는 내 것이 아니라 주민 모두의 것입니다.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함께 만들어가는 콘서트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글·사진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황선범 두레치과 원장.
치과 옆 공간 40석 규모로 개조
관객 1만5천, 음악인 600명 무대에
21년째 고양시남성합창단 활동도
수익금은 빈곤아동 등 이웃돕기에 29일 ‘비엔나 체임버 플레이어스’ 공연 당시 그는 고양시남성합창단원이었고, 지금도 21년째 활동 중이다. 2011년엔 혼성 합창단인 바로크오라토리오합창단을 창설해 7년째 활동하고 있다. 그는 두 모임의 명예단장이다. ‘노래 잘하냐’는 질문에 “합창은 노래를 잘하는 것보다 함께 어울려 협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합창은 두레란 병원 이름과도 잘 어울린다”고 답했다. 마을 주민과 교류·소통하는 병원을 만들자는 뜻에서 치과 이름을 ‘두레’로 지었단다. “개업 당시엔 촌스럽다는 반응도 많았지만 지금은 이름이 맘에 들어 찾아온 환자도 있어요.” 세 번의 확장을 거쳐 지금은 의사 세 명이 진료하는 330㎡(100평) 크기의 치과로 성장했다. 콘서트도 관객이 늘어나 두레아트홀에서 공연이 어렵게 되자 70회를 맞은 올해 초부터 인근 롯데백화점 문화홀로 장소를 옮겨 한 단계 도약을 꿈꾸고 있다. 롯데백화점 일산점(점장 이종성)은 공연을 통한 교류와 나눔을 실천하는 두레콘서트의 취지에 공감해 300석 규모의 공연장을 기꺼이 내줬다. “음향 시설이 좋지 않고 좌석이 불편해 연주자와 관객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었어요. 지금은 쾌적한 환경에서 공연을 하게 돼 역량있는 연주자를 초대할 수 있게 됐고 조금씩 티켓 값을 받아도 덜 미안하게 됐습니다.” 그는 아무리 이름 없는 신인이라 해도 연주자에 무료로 재능기부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한다. 비용이 부족하면 그가 메우고 공연 수익금은 지역아동센터, 독거노인 등 이웃을 위해 쓰고 있다. 라면 콘서트, 짜장면 콘서트, 연탄 콘서트 등의 이름으로 지역아동센터와 난치병 어린이, 독거노인 등을 위한 특별 모금 공연도 열었다. 지난해엔 수익금 2천만원을 소아암 어린이 치료 등에 보탰다. 두레콘서트는 7주년 기념 공연으로 29일 오후 6시 1300석 규모의 고양 아람누리 하이든홀에서 빈 국립 폴크스오퍼 오케스트라 악장과 수석 연주자 등으로 꾸려진 6중주 앙상블인 ‘비엔나 체임버 플레이어스’ 초청 공연을 연다. ‘굿모닝, 키 작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열리는 이 콘서트는 모차르트와 베버, 조지 거슈윈의 작품 등으로 채워진다. 국내 정상급 테너 최용호와 소프라노 최자영이 협연에 나선다. 공연 수익금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 7명에게 장학금으로 전달된다. 그는 언제까지 콘서트를 계속 열 계획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두레콘서트는 내 것이 아니라 주민 모두의 것입니다.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함께 만들어가는 콘서트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글·사진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연재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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