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뮤지컬 ‘빛의 결혼식…’ 정유하 음악감독
“밝은 곡으로 쓰려고 했어요.”
뮤지컬 <빛의 결혼식―임을 위한 행진곡> 음악감독 정유하(57) 전남대 5·18연구소 연구교수는 7일 “5·18이 더 이상 슬픈 일이 아니어서 이젠 축제화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작곡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11일 오후 5시 광주광역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2에서 열리는 이 공연에 등장하는 13곡 중 3곡을 창작했다. 이 작품은 5·18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과 ‘노동자의 누이’ 박기순의 영혼결혼식을 소재로 한 노래극 <넋풀이―빛의 결혼식>을 뮤지컬로 새롭게 구성했다. 그는 “젊은이들에게 5·18은 한 줄의 사실로 다가가고 있다. 그래서 밝고 신나는 곡으로 만들어 춤출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죽음으로 항거한 윤상원의 고뇌와 결단이 담긴 ‘결전의 날이 왔다’는 노래는 비장한 톤이다.
이 작품의 출연 배우들은 대부분 시민단체 활동가와 주부 등 시민들이다. 지난해 3월 결성된 푸른솔시민합창단 단원 30여명 중 25명이 배우로 참여한다. 정 교수는 “서정훈 광주엔지오센터장이 ‘5·18 행사에 시민합창단이 무대에 서면 좋을 것 같다’는 말을 듣고 합창단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음악과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알음알음 모여 처음엔 일주일에 한차례씩 연습했다. 지난해 11월 창단 1돌 공연을 앞두고 연습일을 조금 더 늘렸고, 금남로 촛불집회 등 거리 무대에 서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윤상원·박기순 영혼결혼 노래극
‘넋풀이…’ 시민 뮤지컬로 꾸며
시민합창단 25명 배우로 참여
11일 아시아문화전당서 공연 교향시 ‘광주항쟁’ 작곡 박사학위
“단원들 거리공연 하며 실력 늘어” 시민뮤지컬을 만들자고 제안한 소설가 전용호씨는 5·18 때 민중언론 역할을 했던 <투사회보>를 윤상원 등과 함께 제작·배포한 혐의로 투옥됐다. 그는 1982년 4월에 만든 노래극 <넋풀이―빛의 결혼식>의 주요 기획자이기도 했다. 전씨는 “노래극 카세트테이프는 노래만 7곡이 들어 있는데 이번에 스토리를 짠 것”이라고 말했다. 전씨가 대본을 완성한 것은 지난 4월이다. 앞마당은 박기순과 윤상원이 참여했던 노동자들의 배움터 들불야학 동창회 이야기로 시작한다. 뒷마당은 영혼결혼식이다. 고 문병란 선생이 82년 2월 두 사람의 영혼결혼식 때 쓴 시 ‘부활의 노래’를 낭독하는 장면엔 유족들도 출연한다. 정 교수는 미국 미주리주립대에서 교향시 <광주항쟁>을 만들어 박사 학위를 받은 작곡가여서 합창 지도가 가능했다. 그는 2002년부터 5·18과 관련된 음악 작품, 참여음악, 민중가요 등을 연구해왔다. 2011년부턴 광산구립합창단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연출을 맡은 고수연(42) 전남대 강사는 이탈리아에서 공부한 오페라 가수다. 오페라 <돈 조반니> <라 보엠> <유쾌한 미망인> 등의 주역을 맡았던 실력파다. 그는 이 작품의 연출과 단원들의 안무 지도를 책임졌을 뿐 아니라 이번 무대의 ‘프리마돈나’로 신부 박기순 역을 맡아 열연한다. 5·18항쟁 시민군 김태종(5·18기록관 기획실장)씨는 연극인의 경험을 살려 연기를 지도했다. 정 교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민주화운동 현장에서 많이 불렸을 뿐, 노래극에 대한 것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는데 이 작품을 현대적인 뮤지컬로 만드는 역사적 작업에 함께한다는 데 단원들의 자부심이 컸다”고 말했다.
시민뮤지컬의 작품 완성도는 어느 정도일까? 처음엔 “공연이 될까 싶을 정도의 수준”이었다고 한다. “마치 국어책을 읽는 것처럼 발성을 하는 단원”들도 있었다. 기량이 부족하면 개인적으로 만나 가르치고 배웠다. 단원들은 최근엔 일주일에 네차례로 연습일을 늘렸을 정도로 헌신적이었다.
“무대에서 한 걸음을 옮기는 것이나 시선 처리 등을 모두 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부터 시작했다. 촛불무대와 거리집회 공연에 나가면서 정말 비약적으로 실력이 늘었다.”(고수연씨) 현재 11일 공연의 460석 좌석이 모두 매진됐을 정도로 기대감이 높은 상태다. 정 교수는 “전문 연기자들의 작품과 달리 순수하면서도 진정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에는 전문 배우들이 배역을 맡고 우리 단원들은 코러스로 참여하는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정유하 뮤지컬 <빛의 결혼식―임을 위한 행진곡> 음악감독
‘넋풀이…’ 시민 뮤지컬로 꾸며
시민합창단 25명 배우로 참여
11일 아시아문화전당서 공연 교향시 ‘광주항쟁’ 작곡 박사학위
“단원들 거리공연 하며 실력 늘어” 시민뮤지컬을 만들자고 제안한 소설가 전용호씨는 5·18 때 민중언론 역할을 했던 <투사회보>를 윤상원 등과 함께 제작·배포한 혐의로 투옥됐다. 그는 1982년 4월에 만든 노래극 <넋풀이―빛의 결혼식>의 주요 기획자이기도 했다. 전씨는 “노래극 카세트테이프는 노래만 7곡이 들어 있는데 이번에 스토리를 짠 것”이라고 말했다. 전씨가 대본을 완성한 것은 지난 4월이다. 앞마당은 박기순과 윤상원이 참여했던 노동자들의 배움터 들불야학 동창회 이야기로 시작한다. 뒷마당은 영혼결혼식이다. 고 문병란 선생이 82년 2월 두 사람의 영혼결혼식 때 쓴 시 ‘부활의 노래’를 낭독하는 장면엔 유족들도 출연한다. 정 교수는 미국 미주리주립대에서 교향시 <광주항쟁>을 만들어 박사 학위를 받은 작곡가여서 합창 지도가 가능했다. 그는 2002년부터 5·18과 관련된 음악 작품, 참여음악, 민중가요 등을 연구해왔다. 2011년부턴 광산구립합창단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푸른솔시민합창단 단원들이 뮤지컬 공연을 앞두고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연재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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