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질그릇과 전혁림 회화’ 전시 이색적 구성
특유의 오방색 화면과 옛 토기의 푸근한 조화
서울 인사동 윤갤러리에 선보이고 있는 전혁림의 오방색조 그림과 새 모양 뚜껑이 달린 옛 토기 항아리.
한국 근현대 화단의 대가인 전혁림(1916~2010) 화백은 평생 고향인 경남 통영 바닷가에 머물며 삶의 마지막까지 예술혼을 불살랐다. 특히 생전 가장 사랑했던 남해의 맑은 청록빛 색감은 화폭에 흘러넘칠 듯 더욱 실감나게 재현되어 관객들의 찬탄을 자아내곤 한다.
요즘 서울 인사동 수도약국 사거리 안쪽에 있는 고미술화랑 단청과 윤갤러리를 방문하면 전혁림 그림의 색다른 멋과 맛을 즐길 수 있다. 푸른빛을 포함한 전통 오방색을 화폭에 부려놓기로 이름 높았던 대가의 잘 알려지지 않은 수작 20여점이 이 땅의 질박한 고대 토기들과 어우러진 ‘우리 질그릇과 전혁림 회화’전이 차려졌다. 빗살무늬를 새긴 청동기시대 그릇, 다채로운 무늬를 새긴 삼국시대의 목긴 항아리, 새 모양의 손잡이 달린 신라 항아리 등의 옛적 질그릇 100여점이 반닫이 따위의 고가구를 받침대 삼아 벽면의 전혁림 회화들 앞에 놓였다.
전혁림의 오방색 그림과 아래 서랍장에 놓인 옛 기대(그릇받침)들.
화랑가에서 고미술품들과 가장 잘 들어맞는 그림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전혁림의 작품들은 토기들과 절묘하게 미감을 맞추면서 푸근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거장 루오의 선을 연상케 하는 굵은 선 소묘로 그려진 작가 초창기의 여성 누드 소품도 눈길을 잡아당긴다. 4일까지. (02)730-4455.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