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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장르 허문 댄스드라마 ‘미녀와 야수’

등록 2005-11-23 20:35수정 2005-11-24 16:33

장르 허문 댄스드라마 ‘미녀와 야수’
장르 허문 댄스드라마 ‘미녀와 야수’
“당신의 선한 눈동자와 날카로운 송곳니에 맹세합니다.”

또 하나의 <미녀와 야수>가 온다. 프랑스의 천재 예술가 장 콕토가 영화로 부활시킨 동화가 이번에는 ‘댄스 드라마’로 변주됐다. 무용과 연극, 바이올린이 한 무대에서 어우러진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재일동포 2세 연출가 김수진(51)이 연출을, 전천후 미술가 우노 아키라(62)가 대본과 예술감독을 맡았다.

지난 여름 텐트 연극 <바람의 아들>로 국내 연극 팬들을 사로잡았던 김수진씨를 18일 신촌의 한 녹음실에서 만났다. 김씨는 <미녀와 야수> 내레이션 녹음을 위해 서울에 왔다. 일본 억양이 강했지만, 그의 한국어는 유창했다.

“우노 아키라가 장 콕토의 영화를 무척 좋아하거든요. 거기서 이야기를 따 왔죠. 춤과 음악, 연극적 대사를 모두 합치자는 게 우리 의도였어요. 연극이 뮤지컬로 갔다면, 무용은 무엇으로 갈 거냐, 새롭고, 아주 시각적으로, 흩어졌던 것을 다시 모아보자. 원래 무용이 종합적인 예술이니까요.”

우노 아키라는 일본 언더그라운드 연극운동(이른바 앙그라 연극)의 태두 데라야마 슈지와 함께 1960~70년대 일본의 기성 예술계에 반기를 들었던 장본인이다. 김수진은 그 운동의 맥을 잇고 있는 2세대 ‘적자’다.

“<미녀와 야수>의 이야기와 바이올린, 춤, 화려하고 스펙터클한 무대를 즐길 수 있을 겁니다. 특히 저는 바이올린에 주목하고 있어요. 아주 매력적이고 섹시합니다.”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극을 이끌어가는 ‘요정’ 역은 이쿠코 가와이가 맡았다. 요정은 원작에 없는 “아시아적 창작”이다. 특히 김씨는 이쿠코의 매력에 푹 빠져 요정의 극적 중요성을 한층 높였다. 일본에서 가장 각광받는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이쿠코는 오사카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영화와 드라마, 광고 등 연예계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11월 말 새 음반 <폭풍의 언덕>을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 발매할 예정이다.

‘미녀’ 역에는 ‘9등신의 초 미소녀’ ‘20세기 슈퍼 아이돌’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요시카와 히나노가 출연하며, 뉴욕에서 활동 중인 일본 안무계의 거인 ‘테이크’가 ‘야수’ 역을 맡았다.


“무대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만남은 성공적이에요. 공연예술의 각 장르가 만나고, 그 만남 안에서 충돌이 이뤄지고, 그 충돌에서 무엇이 생길지 기대가 많습니다. 이 만남을 계속 하고 싶어요.”

공연예술의 세계적 대세는 확실히 ‘섞기’ 혹은 ‘크로스오버’다. 벨기에(페리아 무지카)에 이어 일본으로부터 퓨전의 거센 바람이 불고 있다. 12월2~3일 서울 서초동 한전아트센터. (02)3141-4751.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신주꾸 양산박’ 창단한 재일동포

‘미녀와 야수’ 연출 김수진은?


도카이대 전자공학부 4학년이던 지난 1976년, 김수진은 당시 일본에서 장기 공연 중이던 김지하 원작의 연극 <진오귀>를 보고 인생 행로를 연극으로 바꿨다. 이후 데라야마 슈지에게 영향을 준 언더그라운드 운동의 선구자 가라 주로의 ‘붉은 텐트’에서 연출 수업을 받았다. 지난 1987년 도쿄에서 ‘신주꾸 양산박’을 창단해 연출을 맡고 있다. 텐트든 극장이든 상관없이 공간을 충분히 살리는 다이나믹한 연출력으로 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불과 2년 전 결혼한 새 신랑이다.

영화 데뷔작 <밤을 걸고>(2002년)로 일본영화감독협회 신인상을 받았다. 2005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두번째 영화 <유리의 사도>를 상영했다.

그는 “연극계는 지금 계절적으로 겨울”이라며 “새로운 모색”을 강조한다. “연극은 시대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어요. 지금 시대에 맞는 공연을 만들어야 합니다. 젊은이들이 따라 오게 해야죠. 매력적이려면 신비해야 돼요. 할리우드 영화나 중국 영화는 이제 재미없잖아요?”

그는 앞으로 해마다 한국에서 공연을 올릴 작정이다. 내년에 열리는 부산국제연극제와 거창연극제에도 참가한다. “재일동포 문화를 꼭 만들어야 합니다. 아직도 일본에서는 우리 이름 가지고 못 살아요. 차이나타운 있는데 코리아타운은 왜 없어요?”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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