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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꽃속으로 들어간 꽃그림

등록 2017-12-13 18:20수정 2017-12-13 19:19

-허구영 개인전 ‘낭만정원’-
‘완벽 재현’ 정물화의 공식 탈피
‘그릴 때 느낌' 관객과 공유 위해
화랑을 화원으로 꾸며 전시
꽃과 나무 사이로 허구영 작가의 신작들이 숨은 그림처럼 내걸렸다. 누크갤러리 제공
꽃과 나무 사이로 허구영 작가의 신작들이 숨은 그림처럼 내걸렸다. 누크갤러리 제공
정원에서 꽃과 꽃그림이 숨바꼭질을 벌인다. 수북이 피어나고 드리워진 꽃과 풀 사이에 섬세한 꽃풀 그림들이 숨어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그 그림들은 바로 자신을 가린 꽃과 풀을 담고 있다.

누크갤러리 제공
누크갤러리 제공
허구영(51) 작가의 꽃그림 신작들로 ‘낭만정원’ 전시를 열고 있는 서울 삼청동 누크갤러리의 흥미진진한 풍경이다. 작가의 요청으로 화랑은 화분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낭만화원’으로 바뀌었다. 꽃과 가지들 사이에 숨은 그의 작품들은 온전히 꽃 정물을 재현한 것이 아니라 그의 정서와 주관적 색상으로 새롭게 표현한 것에 가까운데, 그림 소재가 된 꽃들이 곳곳에 함께 놓여 보는 맛이 더욱 각별하다. 가는 넝쿨을 늘어뜨린 곱슬은 실핏줄처럼 창백한 선묘로 옮겨졌고 부처꽃은 얼룩 물이 든 노란 화면에 강인하고 거친 기운을 내뿜는 잡초 더미처럼 보인다. 베고니아, 자엽안개, 피에리스, 피쿠스 움벨라타, 펠라르고늄 같은 화초들이 섬세한 채색과 선묘에 실려 실제 꽃들과 어우러진다.

누크갤러리 제공
누크갤러리 제공
전시장의 꽃들은 허 작가 후배가 올해 대전에 차린 꽃집 낭만화원에서 들여온 것이다. 지난 7월 화원을 들렀다가 생동하는 화초들에 푹 빠진 작가는 불과 넉달 사이에 주요 화초들을 모두 정물화로 옮기면서 자신의 숨어 있던 감각을 발견하고 즐겼다고 한다. 작업할 당시의 감각을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에 실제 화원의 꽃들을 가져와 전시장에 배치하는 파격을 벌였다.

누크갤러리 제공
누크갤러리 제공
눈 밝은 관객들은 전시장에서 꽃 속에 숨은 꽃그림과 꽃그림 속에 숨은 꽃들을 연쇄고리처럼 좇는 색다른 감상을 하게 된다. 꽃은 예쁘게 그려야 한다는 정물화의 관념적 도식을 벗어났다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하다. 보이는 그대로, 느껴지는 그대로 `한껏 힘을 빼고 그린 흔적’(박영택 평론가)이 역력하게 드러나는 까닭이다. 꽃그림마다 다기한 색채가 너울지며, 배색이 정교한 층위로 이뤄졌음을 느끼게 되는데, 이는 작가가 꽃을 대할 당시의 심리적 상태와 감흥을 집요하게 떠올리며 작업했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17일까지. (02)732-7241.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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