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들이 돌아본 2017 가요계-
워너원 등 아이돌 맹활약 속
윤종신·아이유 음원강자들 건재
인디 신예 새소년에 기대감 쏠려
워너원 등 아이돌 맹활약 속
윤종신·아이유 음원강자들 건재
인디 신예 새소년에 기대감 쏠려
괴물 신인 워너원부터 ‘월드 스타’의 입지를 다진 방탄소년단까지 올해는 아이돌 그룹의 활약이 더욱 돋보인 한 해였다. <프로듀스101-시즌2>(엠넷)를 통해 탄생한 워너원의 성공은 <더 유닛>(한국방송) <믹스나인>(제이티비시) 등 아이돌 오디션 열풍으로 이어졌다. 방탄소년단은 미국 빌보드, 트와이스는 일본 오리콘 차트의 순위를 경신하며 바쁜 한 해를 보냈다. 반면 장수 걸그룹은 활동에 마침표를 찍었다. 올해 데뷔 10주년인 원더걸스를 비롯해 씨스타, 투애니원(2NE1), 포미닛, 카라 등이 해체했다. 소녀시대도 멤버들의 소속사가 갈리면서 완전체의 활동은 보기 어려워졌다.
아이돌 그룹의 요란한 세대교체 속에서도 순위차트 상위권에 머무는 ‘음원 강자’들은 강했다. 윤종신, 볼빨간사춘기, 멜로망스, 아이유 등 발라드 감성의 가수들이 꾸준히 사랑받으며 차트에서 장기집권했다. 다사다난했던 올해의 가요계를 김윤하·김학선·미묘·서정민갑·차우진 음악평론가와 함께 되돌아봤다. 올해의 가수, 올해의 앨범, 올해의 노래, 내년이 기대되는 가수를 보면 가요계 판도가 보인다.
■ 이견 없는 ‘올해의 가수’
그야말로 방탄소년단이 ‘빅히트’를 친 한해였다. 5명의 평론가 중 4명이 방탄소년단을 올해의 가수로 꼽았다. “이견의 여지 없는 올해의 음악인이다. 미국 음악 시장에서 좋은 성적과 활동 결과를 얻기도 했지만 이들이 데뷔 후 지금까지 쌓아온 다양한 콘텐츠들이 비로소 빅뱅을 일으킨 한 해였다.”(김윤하) “한국 음악가가 ‘아메리칸 뮤직어워즈’ 무대에 서서 그런 환호를 얻을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아메리칸 뮤직어워즈 출연은 싸이와는 또 다른 시대, 새로운 환경을 이야기하는 상징적인 사건이다.”(김학선) “현재진행형인 아티스트로 음악적으로도 손색이 없다. 정교한 쇼비즈니스로 움직이지 않고 팬들과 즐기며 음악을 하는 모습이 미래를 더 기대하게 한다.” (서정민갑)
방탄소년단은 올해의 가수로만 뽑기엔 부족하다. 미묘 평론가는 “방탄소년단의 기획력을 보여줬다”며 ‘디엔에이’를 ‘올해의 노래’로, 서정민갑 평론가는 방탄소년단을 ‘내년이 기대되는 가수’로 꼽기도 했다.
■ 5색5미 ‘올해의 노래’
5명의 평론가가 꼽은 올해의 노래는 ‘5색5미’다. 다양한 색깔로 대중에게 사랑받았던 노래들의 성찬이다. 서정민갑 평론가는 혁오의 ‘톰보이’를 꼽았다. “노랫말을 통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아름답고 공감되게 들려준다. 23살의 성장 고민을 자유로운 어법과 아름다운 멜로디로 표현했다.” 차우진 평론가는 윤종신의 ‘좋니’를 선정했다. 6월 발표 당시엔 조용하다 8월에 차트 1위를 차지한 ‘역주행’ 곡이다. “발상의 전환, 혹은 멜로디의 역습. 케이 팝의 현재가 90년대 이후 착실하게 쌓인 단층 위에 있음을 증명하는 곡이다.”
김윤하 평론가는 아이유의 ‘이름에게’를 꼽았다. “잊지 않겠다는 먹먹한 다짐 위로, 춥고 모진 날들 속 잊히지 않기 위한 몸부림 위로 마지막 가사가 슬프도록 따스하게 내려앉는다. ‘가자 이 새벽이 끝나는 곳으로’.” 김학선 평론가는 언니네 이발관의 ‘홀로 있는 사람들’을 골랐다. 지난 8월 이석원의 은퇴선언으로 언니네 이발관은 사실상 해체됐다. “우아한 작별인사다. 언니네 이발관이 늘 닮고자 했던 펫 숍 보이스의 ‘빙 보링’(being boring)과 흡사한 노래를 만들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 완성도 높은 ‘올해의 앨범’은…
서정민갑·김학선 평론가는 포크가수 강태구의 정규 1집 <블뢰(Bleu)>에 손을 들어줬다. 서울 홍대 일대에서 활동하다 지금은 제주도에 정착한 가수다. “포크 인디뮤지션이라 대중적이진 않다. 그러나 서정적인 내밀함을 가진 음반은 들을수록 침잠하고 몰입하게 되는 기쁨을 준다.”(서정민갑) “단출한 구성으로 너무나 넓은 세계를 그려낸다. 노래에 대해, 사운드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 앨범이다.”(김학선)
차우진 평론가는 “계속해서 성장하는 음악”이라는 점에서 혁오의 <23>을, 김윤하 평론가는 “진정한 고수만이 만들 수 있는 한장”이라며 김목인의 <콜라보씨의 일일>을 꼽았다. 미묘 평론가는 “걸그룹의 매력에 대한 대중적 인식에 품위와 품질로 재설득을 시도한다”며 레드벨벳의 <퍼펙트 벨벳>을 선정했다.
■ 방탄소년단 외 ‘새해 기대되는 가수’
“‘올해의 발견’이라고 부르며 다소 호들갑을 떨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차우진) 평론가 3명이 3인조 밴드 새소년을 기대주로 꼽았다. 새소년은 보컬과 기타를 맡은 황소윤(20), 베이스 문팬시(22), 드럼 강토(24)로 이뤄진 팀이다. 모던록, 블루스, 신스팝 등의 장르를 자유자재로 횡단하는 음악으로 인디 동네에 소문난 신인이다. 김윤하 평론가는 “이제 한장의 디지털음반(EP)을 낸 신인 밴드일 뿐이지만 이들이 가진 잠재력을 외면해선 안 된다”면서 “개성·실력·카리스마 어느 하나 빠지는 구석이 없는, 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아야 마땅한 신예”라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김학선 평론가는 “과거의 음악을 현재의 ‘힙’한 감성으로 풀어낸다”면서 “‘멋지다’는 표현이 절로 나오는 밴드”라며 기대주로 꼽았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음악평론가 5명이 결산한 2017 가요계
음악 평론가 다수가 ‘올해의 가수’로 꼽은 방탄소년단. 지난 10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윙스 투어 파이널’ 콘서트 모습.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혁오. 두루두루에이엠씨 제공
포크가수 강태구. 강태구 페이스북 갈무리
3인조 밴드 새소년. 새소년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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