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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미술 명가 리움·간송의 위기…미술시장 김환기의 독주

등록 2017-12-26 19:01수정 2017-12-26 23:20

2017년 미술계 결산
“유럽 다녀오셨습니까?”

올해 국내 미술인들 사이에서는 이런 인사말이 퍼졌다. 유럽의 세계적인 미술제인 이탈리아 베네치아 비엔날레, 독일의 카셀 도쿠멘타와 뮌스터 공공미술프로젝트가 십년 만에 처음 올 한 해 일제히 열리면서 나온 말이다. 특히 이 3대 전시 행사들을 중심으로 유럽의 현대미술 전시와 미술사 유적 등을 돌아보는 ‘그랜드 투어’는 올 하반기 국내 미술인과 유한층 컬렉터들 사이에서 인기를 모았다.

그랜드 투어의 열풍은 올해 한국 미술계의 정체 상황과 맞닿아 있다. 강력한 이슈가 없고, 참신한 신작이나 새로운 트렌드를 찾아보기 어려웠던데다. 삼성미술관 리움 등 국내 미술 명가들이 올해엔 전시 중단과 ‘부실 전시’ 논란 등으로 급격한 퇴조를 보였다.

지난 4월 간송미술관은 현충사에 있던 <난중일기>를 기획전에서 선보이려다가 충무공 후손들 간 갈등으로 대여가 무산됐다. 4월11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난중일기> 복제품이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간송미술관은 현충사에 있던 <난중일기>를 기획전에서 선보이려다가 충무공 후손들 간 갈등으로 대여가 무산됐다. 4월11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난중일기> 복제품이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기획전, 취소 혹은 부실

국내 최대의 사립 컬렉션이자 국내 미술 시장에서 가장 영향력이 높은 큰손이었던 삼성미술관 리움은 지난 3월 홍라희 전 관장과 홍라영 전 부관장이 잇따라 퇴진한 데 이어 김환기 전시 등의 기획전도 모두 취소해 충격을 던졌다. 홍 전 관장의 퇴진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아들 이재용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이 구속되며 함께 책임을 지는 모양새를 취했다는 분석과 이재용-홍라희 모자 갈등설 등 여러 추측이 나왔다. 리움은 당분간 기획전 없이 컬렉션 현상 유지만 하는 상태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과 쌍벽을 이루는 사립 컬렉션인 간송미술문화재단은 사상 처음으로 부실 전시에 대해 공식 사과하는 치욕을 겪었다. 충무공의 <난중일기>와 재단이 소장한 세종의 <훈민정음해례본>을 함께 선보이는 기획전시를 추진하다가, 충무공 후손들 사이의 분란으로 <난중일기>가 소장처인 현충사를 벗어날 수 없게 된 것이다. 재단은 진품 전시를 못 하게 된 데 사과하고 10월까지 간송역사상 전례 없는 <난중일기> 복제품을 전시했다.

빛바랜 큐레이터십

큐레이터십(큐레이터 직종)의 위기도 있었다. 김영순 전 부산시립미술관장은 학예실 학예사들이 그의 폭언과 고압적 태도를 주장하며 진정서를 돌리자 사직했고, 장석원 전 전북도립미술관장은 자신이 짠 기획전이 퇴임 뒤 학예실에 의해 변질되자 항의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아트선재센터 관장이었던 김선정씨는 올해 7월 광주비엔날레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전시의 영역별 기획자들을 관리하는 총감독 자리도 맡겠다고 밝혀 비엔날레 사유화 우려를 샀다. 부산비엔날레의 임동락 전 집행위원장은 바다미술제 출품 작가에게 준 유지관리 비용을 다시 돌려받는 등의 운영 비리로 사직해 조직에 상처를 안겼다.

청와대 간 민중미술

미술 시장에선 김환기(1913~1974)의 절대 강세가 지속됐다. 지난 4월 케이(K)옥션 경매에서 김환기의 <고요 5-Ⅳ-73 #310>이 65억5000만원에 낙찰돼 국내 역대 경매 최고가 기록을 깼다. 근현대미술품 경매가 1~6위가 모두 김환기 작품으로 채워지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올해 정권 교체를 계기로 80~90년대 민중미술로 대표되는 리얼리즘 작품들을 띄우는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촛불혁명의 순간들을 포착한 임옥상 작가의 대작들은 청와대 현관에 대여해 걸리면서 화제를 모았고 황재형 작가의 머리카락 풍경화 신작전도 연말 애호가들의 관심을 모았다.

지난 5월 개장한 ‘서울로 7017’ 고가공원과 옛 서울역사 광장 사이에 놓인 공공미술품 <슈즈트리>에 환경훼손 논란과 흉물스럽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한겨레> 자료사진
지난 5월 개장한 ‘서울로 7017’ 고가공원과 옛 서울역사 광장 사이에 놓인 공공미술품 <슈즈트리>에 환경훼손 논란과 흉물스럽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한겨레> 자료사진
‘슈즈트리’ 흉물 논란

지난 5월 개장한 ‘서울로 7017’ 고가공원과 옛 서울역사 사이를 헌 신발 3만켤레로 뒤덮은 설치 작품 <슈즈트리>를 놓고 시민들에게서 환경훼손 논란, 흉물스럽다는 반응이 격렬하게 쏟아졌다. 서울시 산하 공공미술자문단과 협의하지 않은 채 고가공원 관리책임부서와 작가가 설치업체와 수의계약한데다, 작가가 대가 없이 일방적으로 재능기부한 작품이란 사실도 드러나면서 국내 공공미술 제도 전반의 모순에 대해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91년부터 시작된 고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논란은 지난해 검찰에 이어 올해 법원의 ‘진품’ 판단으로 일단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해 12월1일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천경자 화백 <미인도> 위작 논란 사건에 대한 수사결과 발표에서 형사제6부 배용원 부장검사가 오른쪽에 놓인 <미인도>가 진품임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91년부터 시작된 고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논란은 지난해 검찰에 이어 올해 법원의 ‘진품’ 판단으로 일단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해 12월1일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천경자 화백 <미인도> 위작 논란 사건에 대한 수사결과 발표에서 형사제6부 배용원 부장검사가 오른쪽에 놓인 <미인도>가 진품임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위작 논란 파장 계속

천경자(1924~2015) 화백의 작품이냐를 놓고 26년째 논란이 거듭된 <미인도>가 지난 4월 과천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전시를 통해 처음 공개됐다. 작가 이름과 제목 표찰은 아예 뺀 채 전시돼 화제가 됐다. 2016년 검찰은 진품 판정을 내렸지만 유족은 가짜 입장을 고수하며 외국 감정연구소까지 동원해 법적 대응을 거듭해왔다. 유족 쪽은 검찰에 맞서 서울고검에 항고했지만 기각됐고, 재정신청도 수용되지 않았다. 이우환(81) 작가의 경우 재판부가 논란이 된 작품 13점을 모두 위작으로 판단해 진품이라는 이 작가의 주장과 상이한 판결을 내렸다. 작품 진위의 최고 잣대로 인식됐던 작가의 판단도 사법기관의 판결로 얼마든지 부정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기게 됐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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