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 음악’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에 발맞춰 학술적인 결과물도 나왔다.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가 기획하고 신현준과 이기웅을 비롯해 일본, 중국, 대만, 캄보디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각 나라의 연구자들이 함께 펴낸 <변방의 사운드―모더니티와 아시안 팝의 전개 1960~2000>(채륜·2만9000원)이 얼마 전 출간됐다.
“‘서로 너무나 몰랐던 아시아끼리 이제는 좀 알고 지내자’는 시각에서 출발해 아시아 각국·각지의 팝 음악에 관한 개관과 역사를 제공하는 것이 일차적인 기획 의도”였다. 아시아 각 나라의 20세기 후반 팝 음악 역사가 주요 주제다. “서양과 다른 경로로 발전해온 아시아 팝 음악의 공통성을 드러내는 한편 각 나라와 지역 간의 역사적·문화적 맥락의 차이”를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각 나라의 현지인이거나 전문가인 필자가 각각의 장을 맡았다.
책의 에필로그에서 이기웅은 1960~70년대 캄보디아 록과 베트남 솔(Soul), 1970년대 일본 시티 팝과 타이 펑크, 신중현과 산울림의 음악을 나열하고 책 제목과 달리 아시안 팝은 변방에서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한다. 힙스터들에게 아시안 팝은 더이상 촌스러운 구닥다리 음악이 아니라 전인미답의 ‘힙’한 사운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2010년대 초반부터 영미권에서 관심이 높아진 아시아 음악은 처음엔 그저 파티 음악으로 소비됐지만 점점 더 진지하게 대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아시안 팝에 첫발을 딛다”라는 책의 프롤로그 문구처럼 완벽하진 않지만 아시아 각 나라의 역사를 처음 소개하는 의미있는 결과물이다. 김학선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