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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부여 송국리’ 유물들, 처음 만나는데만 43년

등록 2018-01-18 18:48수정 2018-01-18 21:13

한반도 대표적 고대 선사 유적
뿔뿔이 흩어진 800여점 ‘특별전’
유적 정비·복원 여전히 지지부진
통합관리까지 아직 길 멀어
송국리 유적 의 핵심유물인 요령식 동검과 간돌검. 1974년 1호 돌널무덤에서 나온 것으로 한국 청동기 고고학의 출발을 알린 역사적인 유물이다.
송국리 유적 의 핵심유물인 요령식 동검과 간돌검. 1974년 1호 돌널무덤에서 나온 것으로 한국 청동기 고고학의 출발을 알린 역사적인 유물이다.
‘부여 송국리’.

이 지명은 국사교과서에서 한반도의 대표적인 고대선사유적으로 소개하고 있는 충남 부여군의 시골 이름이다. 일반인들은 학창시절 달달 외워 이름만 기억하는 이들이 많지만, 국내 고고학계에서는 고전과도 같은 기념비적 유적으로 떠받드는 곳이다. 1974년 4월 청동기시대의 표지유물인 요령식 동검이 간돌칼과 함께 돌널무덤에서 출토돼 한반도에도 청동기시대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처음 실증한 역사적 유적인 까닭이다. 뿐만 아니라 독특한 집자리와 토기들이 발견되면서, 일본의 고대 야요이 농경문화에도 큰 영향을 미친 `송국리 문화‘라는 고대 선사문화 개념을 낳았고, 지금까지 무려 22차례 이어진 국내 최장기 조사를 통해 내로라하는 고고학자들이 거쳐간 발굴의 메카로도 군림해왔다.

전시장에 나온 독널들. 밑이 뾰족한 송국리형 토기의 전형적 특징을 보여준다.
전시장에 나온 독널들. 밑이 뾰족한 송국리형 토기의 전형적 특징을 보여준다.
하지만, 유적의 현주소는 초라하다. 국립중앙박물관과 지방박물관, 대학 등이 40여년간 나눠 발굴을 맡으면서 유물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정비복원 이 지지부진해 지금도 농경지와 택지 사이에 유적들이 뒤섞여 유적공원 다운 경관을 보여주지도 못하는 형편이다.

국립부여박물관에서 송국리 발굴 43년만에 첫 주제전시로 지난해 11월 개막해 열고있는 특별전 `부여 송국리‘는 이런 배경 탓에 반가움과 더불어 아쉬운 회한도 와닿는다. 국립부여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국립공주박물관, 한국전통문화대 등에 흩어진 송국리 유물 800여 점을 이제서야 처음 한자리에서 모았다는 것 자체가 만시지탄의 느낌이다.

모두 4부로 짜여진 전시의 도입부는 영상 패널로 시작된다. 74년 4월 도굴 위기에 있는 무덤이 있다는 옛 발굴 인부의 제보로 시작된 송국리 발굴조사의 시작부터 당시 언론보도, 22차까지 벼농사 중심 농경마을의 얼개를 확인해가는 과정 등이 짤막한 이미지별로 담겨있어 감상의 끌차 구실을 한다.

이어 만나는 1부 ‘집을 짓고 터를 넓히다’는 계획적으로 조성된 송국리 고대 마을의 집자리 조성과정을 나무기둥과 실제 주춧돌을 함께 놓은 대형 건물의 축조 모형 등을 통해 보여준다. 2부 ‘농사를 짓고 수확물을 지켜내다’에서는 발전된 수확도구인 돌칼과 마루를 높게 쌓고 아래를 비운 고상식 창고의 등장과 농경에 얽힌 여러 도구들을 선보였다. 3부는 밑이 뾰족한 송국리형토기와 청동도끼의 거푸집 등을 통해 송국리 마을이 수공업 생산체계를 갖춰가는 과정을 조망하며, 4부 `새로운 무덤을 만들다‘에서는 유적의 핵심유물인 1호 돌널무덤의 요령식 동검과 간돌칼, 대롱옥 등을 최초로 부여박물관에 선보이면서 한반도 청동기시대를 연 송국리 유적의 가치를 새롭게 살펴보고 있다.

예산과 연구 환경이 열악한 지방박물관에서 서울과 각지로 흩어진 유물들을 정리해 1년도 안되는 기간에 이 정도로 체계를 엮어 종합전시를 만드는 건 쉽지않다. 송국리 유적의 청동기시대 모습을 3차원 입체 영상으로 가공하고, 1~22차 발굴당시 주요 사진들과 참여 고고학자들의 면면, 이건무 전 문화재청장 등 관계자 증언들까지 영상으로 갈무리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송국리 문화의 영향을 받은 일본 요시노가리 유적이 수만평의 유적공원과 거대한 자체 전시관을 보유하면서 세계적인 눈길을 받는 것에 비하면, 이번 전시는 왜소하고 빈약하다는 인상을 벗어나지 못한다. 박물관에서 수km 떨어진 송국리 유적의 미래 공원화 청사진과 더불어 유물들의 통합 관리와 활용에 대해 속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2월18일까지. (041)830-8478.

부여/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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