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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인양요 때 사라졌던 ‘왕실죽책’ 152년만에 돌아왔다

등록 2018-01-31 10:31수정 2018-01-31 20:09

19세기초 효명세자비 책봉 기념해 만든 죽책
프랑스군 강화 외규장각 약탈 때 소실됐다고 알려져
국외 재단 프랑스에서 소재 확인해 최근 환수
31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죽책 공개 눈길
1866년 병인양요 당시 소실된 것으로 알려져온 효명세자빈의 1819년 책봉기념 죽책.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최근 프랑스경매에 출품된 사실을 확인하고 소장자한테서 직접 구입해 국내로 들여왔다.
1866년 병인양요 당시 소실된 것으로 알려져온 효명세자빈의 1819년 책봉기념 죽책.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최근 프랑스경매에 출품된 사실을 확인하고 소장자한테서 직접 구입해 국내로 들여왔다.
1866년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군이 강화도 외규장각(왕실 도서 보화 창고)에서 약탈해갔던 왕실보물인 효명세자빈의 책봉기념 죽책이 152년만에 프랑스에서 돌아왔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그동안 병인양요 때 소실된 것으로 추정되었던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竹冊, 이하 ‘죽책’)을 최근 프랑스 수장가한테서 사들여 국내로 들여왔다고 31일 밝혔다.

이 ‘죽책’은 1819년(순조 19년)에 ‘효명세자빈’을 책봉할 때 만든 6쪽(각쪽 높이 25cm, 각쪽 너비 17.5cm)의 대나무 문서다. 왕실에서 세자, 세자빈, 세손 등을 책봉할 때 내력과 착한 일을 권하는 교훈글 등을 새긴 고급스런 의례 상징물이었다. 효명세자빈(1808-1890)은 풍은부원군 조만영의 딸로 효명세자와의 사이에 헌종(1827-1849, 재위 1834-1849)이 된 아들 환(煥)을 낳았다. 요절한 효명세자가 익종 임금으로 추존된 뒤 신정왕후로 호칭이 격상됐으나, 세간에는 대한제국을 선포한 고종 황제의 즉위 초기 왕실의 가장 큰 어른으로 수렴정정을 했던 ‘조대비’로 더 유명해진 인물이다. 효명세자빈 죽책은 크기, 재질, 새겨진 글씨의 서풍(書風)과 인각(印刻) 상태 등에서 왕실 공예품으로서 뛰어난 예술성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죽책을 포함한 조선왕실의 어책과 어보는 조선시대 정치·경제·사회·문화예술의 시대적 변천상을 반영하는 유물이란 점에서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바 있다.

재단 쪽이 죽책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지난해 6월. 국외 경매에 나온 한국문화재를 모니터링하다가 죽책이 프랑스 경매에 출품된 것을 발견했다. 경매 누리집 사진에 나온 죽책문 내용을 판독하고 <조선왕조실록>과 의궤에 기록된 내용과 대조해보니 소실된 것으로 추정해온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 뒤 현지 경매사에 죽책의 경매중단을 요청하고 현지 소장자와 직접 접촉해 구매를 타진한 끝에 19만 유로(2억5천만원)의 가격에 유물을 사들여 지난 20일 국내로 반입했다고 재단 쪽은 전했다. 1857년(철종 8년)에 만든 외규장각 물품 장부인 <정사외규장각형지안(丁巳外奎章閣形止案)>을 보면 죽책이 1857년까지 강화도 외규장각에 소장되어 있는 것으로 나와있다. 이런 기록을 들어 학계에서는 그동안 1866년 병인양요 때 죽책 유물이 불타 없어진 것으로 추정해왔다. 죽책을 소장했던 프랑스 소장자 쪽은 보석상이었던 자신의 할아버지가 파리 고미술시장에서 구입한 것을 상속받았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 쪽은 “다국적 온라인게임회사 라이엇 게임즈(한국대표 이승현)의 기부가 죽책을 되찾는데 큰 도움을 줬다”면서 “죽책은 조선왕실 전문박물관인 국립고궁박물관에 기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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