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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만화로 만나는 20세기 초 재즈 전설들

등록 2018-02-11 14:50수정 2018-02-11 20:31

남무성 평론가 재즈만화 ‘재즈 잇 업’
그림·에피소드 보강 15년만에 재출간
루이 암스트롱·쳇 베이커 등 이야기
재즈로 유혹하는 재미있는 입문서
재즈 시대를 열어젖힌 루이 암스트롱. 서해문집 제공
재즈 시대를 열어젖힌 루이 암스트롱. 서해문집 제공
재즈 평론가 남무성이 2003년 발간한 재즈 역사 만화 <재즈 잇 업>(서해문집)을 손질해 15년 만에 다시 펴냈다. 남무성 본인은 ‘재즈 알기의 수단이 되고자 과도하게 태어난 사생아’라는 겸양의 표현을 썼지만 당시 출간되자마자 이 책은 뜨거운 관심을 모았고 한국에 비해 ‘재즈 선진국’인 일본에 수출도 됐다. 지은이는 이번에 전체적으로 70%의 그림을 다시 그리고 몇가지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을 추가해 기존 1~2권을 한데 묶었다. 20세기 초 미국 뉴올리언스 항구도시에서 시작해 시카고, 캔자스시티와 미주리, 뉴욕, 캘리포니아, 유럽 등을 훑으며 블루스·군악대·래그타임 등이 재즈로 발아해 스윙, 비밥, 쿨재즈, 하드밥, 프리재즈 등으로 분화·발전하는 과정을 다룬다.

풍성한 재즈 지식 위에 개성있는 그림과 재치있는 대사를 얹혀놓으니, 재즈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도 빵빵 터지며 즐겁게 책장을 넘길 수 있다. 뉴올리언스의 사고뭉치였으나 천부적인 박자감과 스캣으로 무대를 휘어잡은 루이 암스트롱, 새처럼 자유롭게 연주해 ‘버드’라 불렸던 찰리 파커(그가 34살의 나이로 숨졌을 때 사람들은 하얀 깃털이 하늘에서 내려왔다고 한다), 관객들에게 절대 허리를 굽히지 않았던 ‘레이디 데이’ 빌리 홀리데이, 재즈사의 굽이굽이 새로운 장을 열었던 마일스 데이비스,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와중에도 땀과 오줌으로 온몸이 젖을 정도로 무대에서 혼신의 열정을 쏟아붓고 숨진 아트 블레이키(블래키), 깡패들에게 맞아 앞니가 빠졌음에도 최상의 연주를 들려줬던 쳇 베이커 등등 쟁쟁한 뮤지션들의 이야기가 흘러넘친다.

유머와 위트 속에서도 지은이는 불우한 유년 시절, 가난, 인종적 차별, 약물과 음주, 정신질환 등으로 고통받았던 재즈 뮤지션들에 대한 연민을 진하게 드러낸다. 동료 백인 뮤지션들과 한자리에서 밥도 먹을 수 없었던 빌리 홀리데이가 인종차별주의자들에게 목숨을 잃고 나무에 달려 있는 흑인을 묘사한 ‘스트레인지 프루트’를 담담하게 부르는 장면, 마약으로 건강을 망친 쳇 베이커가 공연장 앞에서 입장을 금지당하는 묘사 등에선 가슴이 저려온다. 정신질환과 약물로 뼛속까지 녹아내린 버드 파월의 피아노 연주를 가리키며 “슬픔의 이유를 확인할 틈도 없이 질주해나가야 하는 부분이 더 슬픈 것”이라고 지은이는 말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책의 마력은 당신도 한번 재즈를 즐겨보라는 강력한 유혹이다. 책장을 덮고 나면, 1940년대 뉴욕 할렘 52번가의 클럽으로 날아가고 싶다. 찰리 파커와 디지 길레스피가 당장이라도 뿅 튀어오를 것 같은 8비트 박자에 손님들을 달나라로 쏘아 보낼 때 나도 외치고 싶은 것이다. ‘재즈 잇 업!’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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