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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성공 비결요? 내 모습 그대로, 자신있게! 열심히!”

등록 2018-03-29 05:03

마린스키 수석 무용수 김기민
‘지젤’로 5개월만에 고국 공연
“진짜 지젤 사랑한 알브레히트…
아름다운 발레 보여드릴게요”
마린스키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 김기민. 연합뉴스
마린스키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 김기민. 연합뉴스
“스케줄요? 4~5월만 해도 상트페테르부르크~페름~서울~뉴욕~상트페테르부르크~모스크바~빈~도쿄~뉴욕 순서로 일정이 꽉 짜여 있어요.^^;;”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26)의 시간은 남들보다 빨리 흐른다. 그럴 만도 하다.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2016)를 받은 그는 세계 최고 현역 발레리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런 그가 다음달 유니버설발레단의 <지젤>(4월6~15일) 객원무용수로 한국을 찾는다. 지난해 11월 마린스키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로 내한한 지 5개월 만이다. 공연을 앞둔 김기민을 전자우편으로 만났다. 그는 단어와 단어 사이 다양한 이모티콘을 사용하며 유쾌함과 솔직함을 전했다.

“고국 무대는 항상 떨려요. 두려움보단 흥분에 가깝죠. 한국 팬들을 많이 찾아뵙고자 노력하고는 있지만, 제겐 언제나 목마른 무대입니다.”

낭만 발레의 꽃으로 불리는 <지젤>은 한국에서 인기가 높은 작품이다. 시골 소녀 지젤이 신분을 숨긴 귀족 알브레히트를 만나 사랑하다 배신당해 죽지만, 윌리(처녀귀신)가 돼서도 끝까지 그를 지켜준다는 줄거리다. 김기민은 알브레히트 역을 어떻게 해석하고 연기할 계획일까? “전 알브레히트가 나쁜 남자가 아닌, 진짜 지젤을 사랑한 남자라고 해석해요. 감정에 따라 자연스럽게 연기하려고요. 미리 계산을 많이 하면 자연스러움을 잃어버리게 되거든요. 자연스러움이야말로 감동을 끌어내는 가장 큰 힘이에요.”

김기민은 체공 시간(공중에 머무는 시간)이 유독 길고 사뿐한 ‘점프’로 유명하다. 지난해 <백조의 호수> 내한공연 때도 점프를 할 때마다 객석에서 환호가 터졌다. “테크닉은 저보다 뛰어난 무용수가 훨씬 많죠. 다만 전 각 작품 색깔에 맞는 테크닉을 구사하려 노력해요. 아, 말로 설명하긴 힘든데…. 어쨌든 몸으로 표현하는 그 느낌을 관객도 알아주시는 게 아닐까요?”

겸손하게 말하지만 동양인, 그것도 남성 무용수가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기란 쉽지 않다. “발레는 원래 서양 춤이지만 그들을 그대로 따라 하지 않고 동양인인 제 모습을 자신 있게 보여주려 한 점이 좋은 평가를 받는 듯해요. 서양인도 동양인의 검은 머리와 칠흑 같은 눈동자, 유려한 선에 매력을 느낀다고 생각해요. 물론, 자신감을 보여줬을 때 말이죠.”

그 자신감에는 물론 엄청난 노력이 깔려 있다. 2011년 마린스키 입단 뒤 매일 오전 11시부터 자정까지 하루 13시간씩 연습했다. 그 결과 입단 두 달 만에 주역으로 발탁됐고, 2015년엔 수석무용수가 됐다. 하지만 무리한 연습이 때로 ‘독’이 될 수 있음도 이제는 안다. “부상을 당하고도 쉬지 않아 더 큰 부상으로 이어졌던 2016년의 경험이 깨달음이 됐어요. 사실 쉬는 것도 연습이거든요. 이젠 일주일에 하루는 저만의 시간을 가지려 노력해요. 컨디션이 안 좋은 날엔 연습을 쉬기도 한다니까요.” ‘연습 벌레’에겐 이 정도도 ‘장족의 발전’이다.

발레의 대중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먼 한국이지만, 김기민은 ‘팬덤’이 형성된 몇 안 되는 무용수 중 한 명이다. 그가 출연하는 <지젤> 회차는 이미 전석 매진됐다. “좋은 무용수가 많이 나와야 발레가 빨리 대중화되지 않을까요? 저는 ‘발레를 많이 사랑해 주세요’라는 부탁보단 ‘아름다운 발레를 보여드릴게요’라는 약속을 하고 싶어요. <지젤> 무대에서도 그 약속, 꼭 지킬게요.”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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