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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OST 덕에 성공한 영화, ‘별들의 고향’

등록 2005-11-30 17:07수정 2006-04-11 16:41

본격적인 사운드트랙 음반. <별들의 고향>.
본격적인 사운드트랙 음반. <별들의 고향>.
한국팝의사건·사고60년 (29) 새로운 영화, 본격적인 사운트트랙 음반의 화학작용
영화음악에서 대중음악의 상업적·미학적 가치가 ‘온전히’ 획득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미국의 경우가 1960년대께 산업적 발전(라디오, 레코드, 레이블)과 음악적 변화(취향의 변화)를 겪으며 낭만주의 클래식 어법의 관현악 스코어의 대안으로 팝 사운드트랙이 새롭게 주목받았다면, 한국의 경우는 1970년 중반에 이르면서 해외 사례와 다르면서도 비슷한 풍경을 펼친다. 대중음악(팝) 스타일의 영화음악이 영화와 음반간의 크로스프로모션(상업적 기능)은 물론, 영화의 극적 표현까지 담지하게 된 것은 ‘청년영화’로 명명된 영화의 음악들에서였다. 그 선두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별들의 고향>(이장호, 1974)과 <바보들의 행진>(하길종, 1975). 두 젊은 감독의 청춘영화 혹은 호스티스 멜로 드라마는 흥행적으로나 비평적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그리고 두말할 필요없이 이 영화들의 성공은 영화음악에 빚진 바 크다. 이 공과는 사운드트랙 음반에 집약되어 있다.

<바보들의 행진>
<바보들의 행진>
이 사운드트랙 음반은 애초부터 기획된 것이었다. 그런데 이런 기획은 누가 했을까? 바로 전에도 몇 번 소개한 바 있는 오리엔트 프로덕션의 사장 나현구이다. 다시 말해, 프로듀싱과 비즈니스가 나현구 사장의 몫이었다면, 작곡이나 노래는 이장희가, 연주 및 편곡은 ‘동방의 빛’이 분담한, 오리엔트 프로덕션만의 시스템이 구현된 결과이다. 특히 <별들의 고향>은 ‘본격적인’ 사운드트랙 앨범의 시초다.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음반’이라는 것을 좀처럼 구경하기 어려웠을 때, 노래 형식의 주제가뿐 아니라 연주음악(예컨대 “별들의 고향” 연작 시리즈), 다이얼로그 클립(실제 성우 목소리를 무단게재했다는 비사를 남기기는 했지만)까지도 과감히 담아냈으므로. 이는 한두 곡의 영화주제가가 컴필레이션 음반에 여러 곡 중 일부로 끼워있던 이전의 관행과는 대조적이다. 이 영화음악 음반은 작품성과 흥행성의 성과에 힘입어 후일에도 커버만 바뀌거나 수록곡이 뒤바뀌기도 하면서 몇 차례 재발매되기도 했다. 반면 <바보들의 행진>의 사운드트랙 음반은 오리엔트 프로덕션에서 발매하던 ‘골든 포크 앨범’ 시리즈의 일부로 발표되었다. 단, <골든 포크 앨범 Vol.11>의 앞면만 영화와 관련된 음원들이다. 주제곡 세 곡과 이의 변주 버전 두 곡만 삽입되어 다소 단조로운 양상을 띄지만 음악적 의미는 감퇴되지 않는다. 송창식이 작곡한 ‘왜 불러’와 ‘고래사냥’ 외에, 김상태의 곡 ‘날이 갈수록’은 실제 대학생들의 유행가를 대학가 주점에서 발굴한 결과라는 후문.

이 영화음악들의 연주자인 동방의 빛은 오리엔트 프로덕션의 스튜디오 밴드였다. 가수 이장희의 죽마고우 강근식(기타)을 비롯해, 이호준(오르간), 유영수(베이스), 조원익(드럼)으로 구성된 이들은, 이장희, 송창식, 김의철, ‘원 플러스 원’, ‘4월과 5월’, 김세환, ‘투 코리언스’ 등 여러 가수의 음반에 편곡과 연주를 담당한 바 있는 1급 세션 밴드였다. 악단이나 오케스트라가 아닌 단촐한 밴드 시스템과도 화학반응을 일으켰는데 이는 영화음악들에서 빛을 발한다. 새로운 악기의 사용(가령 무그 신시사이저), 새로운 사운드(노이지한 일렉트릭 록)를 통해서. 물론 영화 속에서 도식적이고 직접적인 대입과 과잉적인 음악 삽입은 여전했지만 그것은 이들의 탓은 아닐 것이다.

한편, 이 두 영화음악의 ‘목소리’는 각각 청년문화의 아이콘인 이장희와 송창식. 연가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청춘송가 ‘고래사냥’의 주인공들이다. 특히 1970년대 중반, 신중현의 ‘미인’과 쌍벽을 이룬, ‘왜 불러’는 송창식에게 한 방송사가 주최한 10대가수가요제의 가수왕까지 안겨 주었다. 이 곡들 대개가 곧 이어 벌어진 한파(대마초 단속)의 피해자가 되었지만.

이상의 영화음악들은, 마치 <졸업>(1967)으로 대표되는 뉴 아메리칸 시네마가 그랬던 것처럼, 말 그대로 고뇌하며 ‘달리는’ 청춘군상, 혹은 사회의 병폐를 상징적으로 요약하는 비극적 여인을 감각적인 음악으로 적확하게 표현한다. 이로써 신선한 감각의 음악을 탑재한 기타리스트 강근식과 동방의 빛(혹은 <어제내린비>, <영자의 전성시대> 영화음악을 맡은 정성조와 메신저스) 같은 이들은, 작품 숫자로는 기성의 영화음악 작곡가들과 비교불가능하겠지만, 영화음악의 판도를 바꾸었음에 틀림없다.

최지선/대중음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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