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비장애인 한 무대서 어우러지다-나눔연극제, 내인부터 8일까지 열려
나눔연극제, 3일부터 8일까지 열려
“지금까지 세상 사람들은 우리를 장애인이라고 불렀어요. 하지만 이제 우리는 그냥 배우일 뿐입니다.”
오디션을 통해 장애인 배우를 뽑아 화제가 됐던 제1회 나눔연극제가 3~8일 서강대 메리홀에서 열린다. 탤런트로 활동하다 시력을 잃은 배우 홍성민씨(<한겨레> 11월9일치 25면)도 무대에 선다.
모두 세 작품을 번갈아가며 상연하는데, 자연친화 연극을 추구하는 공연창작집단인 극단 ‘뛰다’의 <커다란 책속 이야기가 고슬고슬>, 젊은 극단 ‘작은 신화’의 창작극 <굿 닥터 만들기>, 나눔연극제 사무국이 직접 기획하고 제작한 <초대받지 않은 방문> 등이다.
<굿 닥터…>(연출 최용훈)는 닐 사이먼의 유명한 희곡을 장애인 배우 6명과 극단 ‘작은 신화’의 배우들이 공연한다. <초대…>(연출 이나라)는 동화 <파랑새>의 작가 메테를링크의 원작을 무대화한 것이다. 뮤지컬 <헤드윅>을 제작감독한 임상우 서울예술단 프로듀서가 제작감독을 맡았다.
<커다란…>(연출 이현주)은 책장이 하나씩 넘어갈 때마다 책 속에서 이야기들이 입체가 되어 튀어나오고, 닥종이 인형들이 등장하는 일종의 인형극이다. 나눔연극제의 초청작으로 장애인이 출연하지 않는다. 이야기 장사꾼들은 다양한 의성어와 의태어를 재미있는 소리에 곁들여 이야기를 풀어간다. 2004년 서울시어린이연극상 최우수작품상과 최고인기상, 연출상, 연기상을 받았다.
나눔연극제의 특징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 무대에서 어우러지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는 뜻을 담고 있다. 장애인만의 잔치가 돼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따라, 행사 제목에 ‘장애인’이라는 낱말을 넣지 않았다. 장애인 배우는 지난 10월 공개 오디션을 통해 뽑은 장애인 7명과 홍성민씨 등 모두 8명이 출연할 예정이다.
시각장애인인 홍씨는 <초대…>에서 앞을 못보는 할아버지로 나와 집안 사람들에게 닥친 죽음의 위협을 먼저 알아채고 이를 알리는 구실을 한다. <병원24시>, <죽마고우> 등의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있는 하석미(지체장애 1급)씨, 장애인극단 ‘휠’ 출신의 원유민(뇌성마비 3급), 서훈(뇌성마비 2급), 김수린(지체장애 2급)씨, 단편영화 출연 경험이 있는 길별은(뇌성마비 3급)씨 등이 출연한다.
가장 큰 어려움은 역시 돈 문제였다. 서울시에서 재정지원을 받기는 했지만 턱없이 부족했다. 이에 따라 배우와 스태프 모두가 ‘자원봉사’한다는 심정으로 연극제에 참가하고 있다.
연극제를 주최하는 한국장애인문화협회 안중원(51) 회장은 “문화예술 활동을 하고 싶어하는 장애인들은 많은데, 정작 실력을 펼칠 무대가 부족한 상태”라며 “연극을 통해 장애인들이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02)855-5155. 1588-7890.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연극제를 주최하는 한국장애인문화협회 안중원(51) 회장은 “문화예술 활동을 하고 싶어하는 장애인들은 많은데, 정작 실력을 펼칠 무대가 부족한 상태”라며 “연극을 통해 장애인들이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02)855-5155. 1588-7890.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