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50주년 기념 공연 ‘땡스 투 유’에서 노래하는 조용필. 조용필 50주년 추진위원회 제공
“계속 날씨가 좋다가 왜 오늘 이렇게 비가 옵니까. 아, 미치겠어. 여러분 이렇게 비를 맞게 해서. 저는 음악이 좋아서 취미로 시작한 게 이렇게 평생을 하게 됐습니다. 여러분이 있어서 50년까지 오게 됐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12일 저녁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조용필 50주년 기념 공연. ‘땡스 투 유’라는 공연 타이틀에 걸맞게 조용필은 감사 인사부터 전했다. 4만5000여 관객도 박수와 함성으로 ‘가왕’이자 ‘오빠’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객석 곳곳에는 “내 삶에 깃든 당신의 음악으로 50년이 행복했습니다”, “가왕, 전설이라는 타이틀보다 더 자랑스러운 ‘오빠’라는 이름!”, “변함없는 ‘오빠’로 있어줘서 고마워요. 땡큐! 조용필”이라 적은 펼침막이 걸려 있었다.
이번 공연을 위해 특별히 만든 인트로곡 ‘땡스 투 유’로 막이 올랐다. 트렌디한 전자음 위로 조용필은 “네가 있었기에, 오 땡스 투 유”를 반복했다. 빗줄기를 뚫고 화려한 불꽃이 치솟으며 본격적인 무대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푸른 언덕에 배낭을 메고~” 모두에게 익숙한 ‘여행을 떠나요’가 나오자 관객들은 첫 소절부터 신명나게 따라 불렀다. ‘음악여행’이자 ‘추억여행’의 시작이었다.
조용필 50주년 기념 공연 ‘땡스 투 유’에서 노래하는 조용필. 조용필 50주년 추진위원회 제공
조용필이 국내에서 가장 큰 공연장인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단독공연을 하는 건 이번이 7번째다. “정말 비 지겹습니다”라 하소연했을 만큼 유독 비와 악연이 깊었다. “2003년 여기서 처음 공연했을 때 처음부터 끝까지 비가 왔어요. 2005년에는 더했고요. 근데 한 분도 간 분이 없었어요. 오늘도 그럴 거죠? 믿습니다.” 조용필의 믿음대로 관객들은 비옷을 입고 공연 내내 자리를 지켰다. 야광봉과 ‘오빠’라 적은 손팻말을 흔들고 ‘아이 러브 유’ 머리띠를 한 중장년 관객은 아이돌그룹 소녀 팬과 다를 바 없었다.
‘못 찾겠다 꾀꼬리’, ‘바람의 노래’, ‘그대여’, ‘어제 오늘 그리고’, ‘창밖의 여자’, ‘큐’, ‘한오백년’ 등 다양한 장르의 히트곡이 이어졌다. “공연에서 제 노래를 다 못들려드려서 죄송합니다. 다 하려면 한 3일 해야 하기 때문에.”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조용필은 통기타를 치며 공연에서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히트곡을 한 소절씩 잘라 부르기 시작했다. “아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그대 나의 사랑아~”(‘그 겨울의 찻집’), “서울 서울 서울 아름다운 이 거리~”(‘서울 서울 서울’), “꿈이었다고 생각하기에 너무나도 아쉬움 남아~”(‘허공’). ‘허공’은 중간에 멈췄는데도 관객들이 계속 이어 불렀다. 결국 조용필도 따라 불러 1절 끝까지 완창했다.
조용필 50주년 기념 공연 ‘땡스 투 유’에서 노래하는 조용필. 조용필 50주년 추진위원회 제공
조용필 50주년 기념 공연 ‘땡스 투 유’에서 노래하는 조용필. 조용필 50주년 추진위원회 제공
조용필 50주년 기념 공연 ‘땡스 투 유’에서 노래하는 조용필. 조용필 50주년 추진위원회 제공
관객을 배려하는 마음은 무대 장비에서도 도드라졌다. 초대형 엘이디 전광판을 설치해 멀리 3층 객석에서도 잘 볼 수 있도록 했다. 또 앞에 있던 무대가 그라운드 잔디석을 가로질러 맨 뒤 스탠드석 관객들 앞으로 다가가기도 했다. 이동무대에서 내려와 관객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선 조용필은 사람들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조용필의 인기를 상징하는 “기도하는”, “꺅!” 장면이 재현된 것도 이때다.
‘모나리자’를 열창한 뒤 조용필은 “저 건강하죠?” 하고 운을 뗐다. “천생 저는 여러분들 앞에 있어야 좋은 것 같아요. 무대 나오면 긴장하고 그런다는데, 저는 안 그래요. 너무 편해. 평생 ‘딴따라’ 같습니다. 그래서 50년까지 왔죠.” ‘슬픈 베아트리체’를 부르고 무대 뒤로 사라졌다 다시 나온 조용필은 앙코르 곡으로 ‘꿈’, ‘친구여’를 불렀다. 그러고는 그대로 끝내기 아쉬웠는지 “한 곡 더 할까?” 하더니 ‘바운스’를 불렀다. 관객들도 모두 일어나 방방 뛰며 춤췄다. 2시간20분간의 무대는 끝났어도 조용필과 관객들의 두근거림은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만 같았다.
조용필은 19일 대구 월드컵경기장, 6월2일 광주 월드컵경기장, 6월9일 의정부 종합운동장에서 전국 투어를 이어간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