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우리는 가무의 민족…어깨춤 추며 남북경계 허물어요”

등록 2018-05-24 04:59

-‘북한춤’ 공연하는 무용가 안은미-
전통이란 무엇인가 고민하다
우리 원류 찾아보고 싶어
북한춤 현대적으로 재해석

유튜브서 접한 북한 공연 영상
휘모리·굿거리 익숙한 장단에
‘우리는 한민족’ 다시 느꼈죠

한반도 밝은 미래 기대 담아
하늘색·반짝이 무대의상 디자인
북한 무용가와 공연할 날 기다려요
다음달 1~3일 ‘안은미 북한춤’ 공연을 앞두고 안은미 무용가(앞줄 가운데)가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에 있는 연습실에서 춤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다음달 1~3일 ‘안은미 북한춤’ 공연을 앞두고 안은미 무용가(앞줄 가운데)가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에 있는 연습실에서 춤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옹헤야~옹헤야~모두 같이 옹헤야~즐거웁게 옹헤야~노래하세 옹헤야~”

경상도 보리타작 민요에 맞춰 반짝이는 하늘색 물방울무늬 한복 치마가 너울너울 춤을 춘다. 남한춤과 비슷하면서도 묘하게 다른 북한춤의 ‘잔발동작’과 ‘어깨춤’이 흡사 묘기와도 같이 눈앞에 펼쳐진다. 자진모리장단에 흥이 나서 저절로 어깨가 들썩인다.

새달 1~3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리는 ‘안은미 북한춤’ 공연을 앞두고 21일 미리 찾은 용산구 서빙고동 안은미 컴퍼니 연습실. 새 의상을 맞춰 입은 단원들은 서로의 머리에 꽃장식을 달아주며 아이처럼 깔깔댔다. “제가 의상 원단 선택부터 디자인까지 직접 했어요. 한반도기 색깔과 같은 하늘색, 반짝이는 땡땡이는 한반도의 미래가 저렇게 빛나기를 바라는 마음이랄까? 하하하.” 현대무용가 안은미(56)씨는 인터뷰 내내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안은미는 무용계의 틀을 깨는 파격적인 안무로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세계 무대에서 주목을 받았다. 저신장 장애 무용수들과 함께 작업한 ‘대심(大心)땐스’, 일반인과 함께 하는 ‘조상님께 바치는 땐스’, ‘사심 없는 땐쓰’ 등을 선보였던 안씨가 이번엔 ‘북한춤’을 들고나왔다. 4·27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화해 분위기 속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처음 공연을 구상했던 지난해 9월만 해도 ‘북한’이라는 말을 꺼내는 것조차 부담스러웠어요. 인터넷에 ‘북한’을 치면서도 ‘국가보안법 걱정해야 하나’ 싶고. 하하하. 하루아침에 모두가 통일을 이야기하는 분위기로 확 바뀌니 저도 당황스럽네요. 다 운명이려니 합니다.”

다음달 1~3일 ‘안은미 북한춤’ 공연을 앞두고 안은미 무용가(앞줄 가운데)가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에 있는 연습실에서 춤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다음달 1~3일 ‘안은미 북한춤’ 공연을 앞두고 안은미 무용가(앞줄 가운데)가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에 있는 연습실에서 춤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번 무대는 지난달 프랑스 파리 시립극장 ‘테아트르 드 라 빌’의 상주예술가로 선정된 안씨가 극장과 공동제작하는 첫 작품이다. 서울 공연에 이어 내년 2월에는 파리에서 5일 동안 공연된다. 예술경영지원센터와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어 해외공연이 가능했다.

왜 하필 ‘북한춤’이었을까? 지난해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과 ‘아리랑×5’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군 사망사고 피해 유가족과 ‘쓰리쓰리랑’을 선보인 것이 계기가 됐다. “그때 전통음악인 ‘아리랑’이 필요한 곳에 쓰였을 때 얼마나 폭발적인 힘을 가지게 되는지를 깨달았어요. 어머님들의 한이 북소리에 맞춰 아리랑으로 풀어질 때의 그 느낌이라니. 이후 손혜리 재단 이사장과 ‘전통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남북의 경계를 넘어 우리의 원류를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생각보다 많은 자료를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찾을 수 있었다. “북한의 아리랑 퍼포먼스부터 피바다극단, 왕재산경음악단의 공연 영상 등을 모두 볼 수 있더라고요. 월북 무용가 최승희 무보집 <조선민족무용기본>(1958)도 당연히 참고했어요. 총련계 민족학교 강휘선조선무용연구소에서 춤을 배운 북한 재일동포 출신 무용가 성애순씨의 도움도 받았죠.”

다음달 1~3일 ‘안은미 북한춤’ 공연을 앞두고 있는 안은미 무용가가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에 있는 자신의 연습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다음달 1~3일 ‘안은미 북한춤’ 공연을 앞두고 있는 안은미 무용가가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에 있는 자신의 연습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북한춤은 이름에서부터 뭘 말하려는지 뚜렷하단다. “팔뚝춤, 물동이춤, 륜춤(훌라후프춤)….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죠. 동작도 마찬가지예요. 러시아 발레의 영향으로 무용에도 조선무용 기본동작 9가지가 있는데, ‘두 팔 끌어 벌리기와 휘감기’, ‘두 팔 메고 지기’, ‘두 팔 옆으로 뿌리치기’ 등 조선말만 할 줄 알면 금방 이해돼요.” 북한춤의 특징은 뭘까? “빠르고 가볍다고 해야 하나. 특히 발의 움직임이 굉장히 잰 느낌이죠. 남한춤에 견줘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는 동작도 많아요. 군대의 행진을 연상시키듯. 하지만 휘모리장단, 굿거리장단 등 리듬이 우리에게 익숙하잖아요? 우리가 한민족이라는 걸 다시 느꼈어요.” 그는 그러면서도 ‘안은미의 북한춤’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자신이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공연에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북한 노래 ‘반갑습니다’와 ‘휘파람’에 맞춘 춤도 등장한다. 나머지는 저작권 문제 때문에 장영규 음악감독이 새로 창작해야 했다. “북한의 쟁강춤, 팔뚝춤, 남녀가 짝 맞춰 추는 ‘대중무용’ 등도 등장할 거예요. 관객이 참여할 수 있는 ‘깜짝 무대’도 있으니 기대해주세요.”

안씨는 ‘언어가 아닌 몸’으로 말하는 춤이 이념의 장벽을 넘기에 훨씬 수월하다고 했다. “춤은 오해의 빌미가 되는 언어가 없어요. 우리는 원래 ‘가무’에 능한 민족이라 함께 손잡고 춤추며 서로의 벽을 허물 수 있을 거예요. 북한 무용가들과 함께 공연을 준비하는 날을 기다립니다.” 문의 (02)747-3880.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