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한국와서 찾은 내 삶과 음악, 그것만으로 충분해요”

등록 2018-05-27 14:49수정 2018-05-27 20:14

해외입양인 출신 싱어송라이터 루크 맥퀸 인터뷰
미국서 엔지니어로 안정된 삶 살다가
입양인 행사 참가 계기 미국생활 정리하고 돌아와
못찾은 엄마에 대한 그리움 담아 싱글 ‘롱잉’ 발표

해외입양인 출신 싱어송라이터 루크 맥퀸. 루크 맥퀸 제공
해외입양인 출신 싱어송라이터 루크 맥퀸. 루크 맥퀸 제공
그는 5살 무렵인 1977년 미국 어느 가정에 입양됐다. 한국에서의 기억은 없다. 이름은 루크 맥퀸, 생일은 입양일인 9월1일이 됐다. 그는 음악을 좋아했다. 11살 때 자작곡으로 콜로라도 주니어 탤런트 대회에 나가 1등을 하기도 했다. 콜로라도주립대 전자공학과에 가서도 음악 활동을 이어갔다.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앙상블로 노래했고, 유명 재즈 피아니스트 데이브 그루신이 모교에 와서 공연할 때 무대에 올라 노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음악은 어디까지나 취미였다. 졸업 후 안정적인 삶을 위해 아이티(IT) 엔지니어로 일했다. 업계 유명 회사에 다녔고, 작은 회사를 키워 큰 회사에 팔기도 했다. 그렇게 십수년이 흘렀다. 결혼도 하고 일에서도 성공한 그는 나름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왠지 모를 공허함이 늘 따라다녔다. 진짜 행복한 게 아닌 것만 같았다. ‘왜 그럴까?’ 고민은 깊어져갔다.

루크 맥퀸이 미국 가정에 입양되기 전 어린 시절 모습. 루크 맥퀸 제공
루크 맥퀸이 미국 가정에 입양되기 전 어린 시절 모습. 루크 맥퀸 제공
2013년 해외입양인들이 한국을 방문하는 행사에 우연히 참가하게 됐다. 이를 계기로 ‘나는 누구일까?’ 하는 고민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한국을 좀더 알고 싶어졌다.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아예 한국으로 들어왔다. 41살 때였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죠. 하지만 지금 하지 않으면 영원히 못할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자신이 미아로 발견됐다는 충북 제천에 내려가 집을 얻었다. 친부모를 찾는 펼침막을 내걸고, 사연을 알리려고 <한국방송> 프로그램 <인간극장: 엄마 찾아 3만리>에도 나갔다. 방송 후 전화가 200여통이나 왔지만, 친부모는 없었다. 그렇게 1년여가 흘렀다. ‘이만하면 됐다.’ 좋아하던 음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버클리음대 온라인 강좌를 들으며 독학하고, 길거리 공연을 하며 음악인이 되어갔다. 그의 한국에서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마이엄마> 오에스티 작업도 했다. 영화는 지난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상영됐다.

노래하는 루크 맥퀸. 루크 맥퀸 제공
노래하는 루크 맥퀸. 루크 맥퀸 제공
그는 최근 첫 싱글 ‘롱잉(섬데이)’을 발표했다. 우리말 제목으론 ‘그리움(언젠가는)’이다. 피아노를 치며 영어로 “알아주세요 나 잘 컸다는 걸/ 알아주세요 매일 엄마를 그리워한다는 걸”이라 노래한다. “1955년 이래, 한국은 약 25만명의 아이들을 해외로 입양보냈다. 그중 2만6000여명이 국적을 얻지 못했다”라는 자막으로 시작하는 뮤직비디오도 만들었다. 그의 유튜브 채널(youtube.com/lukemcqueen)에 가면 자작곡 4곡을 들을 수 있다. 다음달에는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영어 버전을 발표한다. 이어 그간 만들어둔 곡들을 줄줄이 발표할 예정이다.

“음악인으로서 아직 성공하진 못했어요. 올해까지만 음악에 전념하고 내년부턴 다른 일을 해야 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음악은 계속할 겁니다. 한국에 와서 내 삶을 찾고 음악을 하면서 무척 행복해졌어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