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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서울예술대 교수 퇴임 공연 ‘용호상박’ 올린 오태석

등록 2005-12-04 17:43수정 2005-12-04 17:43

정년퇴임 기념공연 <용호상박>을 무대에 올린 연출가 오태석(65)씨를 30일 서울 남산의 아랫자락에 자리한 퍼시픽호텔 커피숍에서 만났다. “세상이 모두 디지털로 가도, 디지털로 안 되는 게 연극”이라며 “복제된 기성품에 질린 사람들은 결국 라이브로 돌아올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이재성 기자 <A href=\"mailto:san@hani.co.kr\">san@hani.co.kr</A>
정년퇴임 기념공연 <용호상박>을 무대에 올린 연출가 오태석(65)씨를 30일 서울 남산의 아랫자락에 자리한 퍼시픽호텔 커피숍에서 만났다. “세상이 모두 디지털로 가도, 디지털로 안 되는 게 연극”이라며 “복제된 기성품에 질린 사람들은 결국 라이브로 돌아올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빡빡한 세상 눙치는 옛얘기 우리 가락으로 풀어야 제 멋이지”

호랑이가 말을 하고, 성난 용왕이 해일을 일으킨다. 만화적 상상력이 춤을 추지만 결코 허황하지 않다. 연극 <용호상박>은 한국적 판타지 연극의 진경을 펼쳐보이는 오랜만의 수작이다. 천재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오태석(65)의 서울예술대학 극작과 교수 정년퇴임 기념 공연. “이제 작품활동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라는 해방감 탓인지, 공연은 훨훨 날아다닌다. <초분>, <태>, <쇠뚝이 놀이>, <천년의 수인> 등 그의 대표작 리스트에 한 줄이 추가되는 순간이다. 30년 지기이자 연극인생의 동반자인 배우 전무송과 이호재가 주연을 맡았다.

“옛날 사랑방에서 호롱불을 앞에 두고 모여 있으면, 말 잘 하는 아저씨 하나가 황당한 얘기를 한단 말이에요. 듣다보면 너무 재미있어서 뒷간 갈 생각도 잊어버리죠. 빡빡한 세상에 그런 틈새 하나 마련해보자는 생각에서 만든 겁니다.”

영일 강사리 범굿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은 자연과 상생할 줄 알았던 선조들의 지혜를 들려준다. 극 중 형제 간의 다툼은 두산이나 현대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남과 북으로 갈라진 현실의 상징일 수도 있다.

배우와 관객 한마당에서
시골 논두렁식 대화
30년지기 두 친구가 큰 힘

무대는 단순하지만 풍성하다. 바닥을 뚫어, 바다를 상징하는 지하를 만들고, 멍석이 깔린 본 마당, 그 위에 고추밭과 뒷길(신작로)을 놓아 시골마을을 형상화했다. 배우들은 쭈그리고 앉거나 서서 객석을 향해 말을 건다. 이른바 ‘논두렁식 대화’다.

“관객들을 무대로 초대하는 거죠. 관객들도 배우가 되는 거예요. 본래 우리 놀이문화는 관객과 배우가 같은 마당에서, 같은 눈높이로 호흡했거든요. 배우들끼리 마주보며 하는 대화를 관객들이 훔쳐보는 서구식 극장구조와는 달랐죠.”

‘초대받은 관객’들은 각자의 경험과 지혜, 상상력으로 연극에 동참한다. ‘생략과 비약’을 통해 빠르게 압박하는 극의 전개를 따라잡으려면, 참여하지 않을 수 없다.


“처음엔 서구 연극을 따라했지만 결국 깨달았죠. 우리가 숨쉬고 있는 이 땅의 얘기를 우리 가락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죠. 연극의 생명은 동시대성이잖아요.”

판소리와 산대놀이 등을 분석해 얻어낸 것이 ‘논두렁식 대화’와 3·4조, 4·4조 대사다.

서울예술대학에 처음 몸을 담은 지는 벌써 35년이 지났다. 학교 설립자인 유치진(1905~1974)과의 인연으로 지난 1970년부터 5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쳤다. 작품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학교를 그만뒀지만 95년 다시 돌아와 정년을 채웠다.

“이제 (제가 학생들에게 한 말을) 책임질 수 있는 작품을 해야죠. 저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작품 말입니다.”

12월7일까지 남산 드라마센터. (02)745-3966~7.

글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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