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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아모레 신사옥, 조선백자서 영감 얻었다”

등록 2018-06-14 17:53수정 2018-06-14 19:13

서울 용산 아모레 신사옥 설계한
건축 거장 데이비드 치퍼필드 내한회견
“미군기지 이전하면 사옥 의미 확장될 것”
아모레 신사옥 5층의 루프가든(옥상정원)에서 취재진과 만난 데이비드 치퍼필드.
아모레 신사옥 5층의 루프가든(옥상정원)에서 취재진과 만난 데이비드 치퍼필드.
“아모레 퍼시픽 새 사옥은 건축물을 구상하는 과정 자체가 매우 소중했어요. 단순한 기업 공간이 아니라 지역 사회와의 소통과 연결, 역사와 문화 사이의 담화를 위해 건축주와 같이 오랜 시간 노력했다는 건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영국의 건축 거장 데이비드 치퍼필드(65)는 서울 용산에 들어선 자신의 신작에 강한 자부심을 내보였다. 사옥을 짓는 기업가와 지역 사회의 공공성, 문화적 교감에 대해 깊이 논의하며 설계한 경험은 전례에 없던 일이라고 했다. 치퍼필드가 말한 신작은 최근 서울 신용산의 건축 명소로 떠오른 아모레퍼시픽 그룹의 새 사옥. 정연한 흰 정육면체 모양에 2만여개의 수직 차양들(루버)을 드리운 독특한 외양의 건축물이다. 최근 내한해 14일 낮 용산 아모레 신사옥 3층 회의실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사옥의 설계자로서 결과와 과정 모두 만족스럽고 특별하다는 말을 회견 내내 되풀이했다.

“조선백자의 정점인 ‘문-자’(moon-jar, 달항아리)에서 미학적 영감을 얻었지요. 달항아리로 대표되는 조선백자는 절제된 아름다움으로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애초 사옥 디자인을 구상할 때 시끄럽고 빌딩이 많은 도시에선 백자처럼 고요함을 지닌 공간이 더 큰 소리를 낼 수 있다고 봤어요. 30년 전부터 서울 종로구 인사동을 돌면서 조선백자에 매혹돼 수집도 해왔지요. 작업 과정에서 건축주인 서경배 회장의 백자 컬렉션을 감상하면서 서로 비슷한 취향임을 알게 됐어요. 조선백자는 세계 예술의 정점을 이루는 경지를 보여줍니다. 백자에서 우러난 절제의 미학이 새 사옥 건축의 핵심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서울 용산에 있는 아모레퍼시픽 새 사옥 전경. 아모레퍼시픽 제공
서울 용산에 있는 아모레퍼시픽 새 사옥 전경. 아모레퍼시픽 제공
아모레 퍼시픽 사옥은 2014년 착공해 지난해 10월 완공됐다. 지하 7층과 지상 22층 정육면체(큐브) 건물로, 1~3층은 미술관, 어린이집을 비롯한 공공 문화 공간으로, 정원이 있는 5층은 임직원 복지 공간 등으로 꾸려졌다. 치퍼필드는 “건물 외관이 도시 전경에 미치는 영향 못지않게 사회적 공간으로서의 어떻게 기능해야 할지를 함께 고민했다. 서경배 회장과의 숱한 대화를 통해 회사는 물론 지역 사회, 인근의 용산기지 공원터와도 소통하는 공간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설계했다”고 털어놨다.

아모레 신사옥 5층의 루프가든(옥상정원) 공간에 선 데이비드 치퍼필드.
아모레 신사옥 5층의 루프가든(옥상정원) 공간에 선 데이비드 치퍼필드.
“새 사옥은 작은 마을의 역할도 하게 됩니다. 1층 사방으로 문이 뚫려 직원들과 일반 시민들을 공공 문화공간으로 이끌어주지요. 만남의 장소와 미술관, 도서관, 휴식공간 등 다채롭고 치밀한 용도를 갖고 있습니다. 부근에 있는 미군기지가 이전하고 용산공원이 완성되면 도시와 공원을 이어주는 관문이 될 수 있어 사옥의 의미는 더욱 확장될 겁니다.”

치퍼필드는 런던 출신으로, 영국 건축협회 건축학교에서 공부하고 리처드 로저스, 노먼 포스터 등 선배 거장들의 사무소에서 실무 경력을 쌓았다. 1985년 자신의 건축사무소를 세운 이래 30년간 전세계를 무대로 건축 프로젝트를 벌여왔다. 독일 베를린의 신미술관,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법원, 중국 상하이의 웨스트번드 미술관 등의 수작으로 주목받았고, 영국 왕립건축협회의 로열 골드메달과 유럽연합에서 선정하는 ‘미스 반데어로에’(Mies Van Der Rohe) 상을 받으며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회견 뒤 건물 5층으로 올라가 내부에 뚫린 정원인 루프가든을 돌며 인터뷰를 이어나간 그는 취재진에게 “이 건물이 한국적이라고 느껴지느냐”고 되물으며 열띤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치퍼필드는 “건축가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후세에도 존중되고 양질의 유산으로 남는 건축물을 만드는 것”이라며 당부하듯 말을 맺었다.

“저희는 내일 떠납니다만 저희가 구상한 건물은 여기 계속 있겠죠. 이 건물이 한국 사회에 스며들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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