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의 이이언(왼쪽)과 언니네이발관 이능룡이 결성한 프로젝트 유닛 나이트오프. 나이트오프 제공
각기 독특한 색깔의 음악을 들려주는 두 인디 음악인이 뭉쳤다. 2004년 데뷔 이후 앨범마다 평단의 극찬을 받아온 밴드 못의 리더 이이언과 1990년대 한국 인디신을 개척한 1세대 밴드 언니네이발관의 기타리스트 이능룡이 결성한 프로젝트 유닛 ‘나이트오프’다. 나이트오프는 ‘리뷰’와 ‘오늘의 날씨는 실패다’ 두 곡을 지난 21일 애플뮤직에서 먼저 공개한 데 이어 오는 28일 모든 음원사이트에서 공개한다.
둘이 처음 만난 건 2012년 술자리에서다. 당시 프로젝트 유닛을 하면 좋겠다는 얘기가 오갔으나, 각자 바쁜 일정으로 진척시키지 못했다. 그러다 2017년 언니네이발관이 ‘마지막 앨범’을 내고 무기한 휴식기에 들어가면서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곡 작업은 공동 작·편곡 방식으로 진행했다. 각자 작업한 뒤 매일 밤 10시면 메신저로 결과물을 주고받고 의견을 나눴다. 외출이 허용돼 자유로운 밤을 뜻하는 팀 이름과 달리 이능룡 말마따나 “밤에 열일하는 역설적 상황”이 됐지만, 곡 작업은 설레고 즐거웠다. 다만 고통스러울 정도로 음악 작업에 전력을 다하기로 유명한 이이언은 이번에도 제 버릇 남 못 줬다. “못 음악을 너무 힘들게 해와서 이번에는 설렁설렁 느슨하게 해보자는 마음이었어요. 그런데 막상 작업해보니 느슨해 보이는 음악을 엄청 빡세게 하고 있더라고요.”
못의 이이언과 언니네이발관 이능룡이 결성한 프로젝트 유닛 나이트오프가 발표한 싱글 앨범 표지. 나이트오프 제공
그렇게 해서 나온 두 곡에는 편안함과 치밀함이 공존한다. 연인과의 이별로 격정적 감정이 한 차례 휩쓸고 간 뒤 지난 일들을 차분하게 돌아보는 곡 ‘리뷰’는 씁쓸하면서도 아름답다. 이이언이 쓴 노랫말이 가슴을 뭉근하게 짓누른다. ‘오늘의 날씨는 실패다’의 선율은 못의 초기작처럼 예측 불가의 흐름을 보인다. 여기에 제목처럼 비현실적인 노랫말을 붙이니 몽환적이고 초현실적 분위기마저 풍긴다. 두 곡 모두 감각적 영상의 뮤직비디오를 찍었다.
작업 뒤 둘은 서로를 이렇게 평가했다. “능룡이는 아름다운 기타 리프의 최강자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게 전부는 아니었어요. 새로운 면도 숨기고 있더라고요.”(이이언) “저는 음악을 뭉뚱그려 하는 편인데, 형은 음악에서 추억이나 감정 같은 선을 끄집어낸다는 느낌을 받았어요.”(이능룡)
나이트오프는 8월 한 곡, 10월 한 곡, 12월 두 곡을 더 발표한 뒤 이를 묶어 미니앨범(EP)으로 낼 예정이다. 이들은 공연 같은 오프라인 활동보다는 온라인 활동에 집중할 계획이다. 유튜브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영상, 사진 등을 꾸준히 올릴 거라고 한다. 이를 위해 모든 곡들의 뮤직비디오를 찍을 계획이다.
못의 이이언(왼쪽)과 언니네이발관 이능룡이 결성한 프로젝트 유닛 나이트오프가 지난 19일 서울 서교동 공연장 벨로주에서 쇼케이스를 열어 신곡을 선보이고 있다. 나이트오프 제공
둘은 소속사 없이 음원을 자체 제작했다. 이능룡이 대표로 사업자 등록을 했지만, 공동제작 형태라고 한다. 나이트오프는 지난 19일 서울 서교동 공연장 벨로주에서 쇼케이스를 열어 신곡을 공개했다. 둘의 팬들은 물론 동료 음악인들도 여럿 와서 축하해줬다. 이날 자리는 홍대 앞 인디신을 아끼는 이들의 파티 같았다.
나이트오프는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나이 들어도 카페에서 만나서 작업해볼까? 이런 얘기를 하곤 해요. 자주는 아니어도 꾸준히 했으면 좋겠어요.” 둘 사이의 연결은 언제까지고 ‘오프’가 아니라 ‘온’이었으면 한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