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을 재즈로 재해석한 앨범 <디어 쇼팽>을 발표한 피아니스트 고희안(왼쪽)과 색소포니스트 신현필. 더 브릿지 제공
쇼팽은 피아니스트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곡가로 불린다. 평생 피아노를 위한 곡만 썼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수많은 피아노 명곡을 남겼다. 쇼팽의 낭만적인 곡들을 자유로운 재즈 선율로 재해석한 앨범이 나왔다. 색소포니스트 신현필과 피아니스트 고희안이 최근 발표한 <디어 쇼팽>이다.
둘은 국내 재즈신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중견 연주자다. 고희안은 재즈 밴드 프렐류드, 고희안 트리오 등을 이끌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신현필은 재즈뿐 아니라 일렉트로닉과 결합한 밴드 스텔라 모멘츠, 클래식·국악·인도음악과의 협업 등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미국 버클리 음대를 졸업한 고희안과 막 입학한 신현필이 마주치면서 둘의 인연이 시작됐다.
한국에 돌아와 더욱 가까워진 둘은 듀오로 공연을 해보자고 의기투합했다. 드럼까지 갖춰야 하는 밴드 공연과 달리 피아노나 작은 건반 하나만 있으면 초등학교도 작은 카페도 멋진 공연장이 되어주었다. 신현필 어머니가 부녀회장으로 있는 경기도 성남시 판교 마을운동회에 가서 공연한 적도 있다. “다양한 사람들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줄 수만 있다면 언제 어디든 좋다는 태도가 통했어요.“(고희안) “내가 고등학생 때 유재하 노래를 듣고 감동했듯이 누군가가 내 음악을 듣고 감동받는다면 된 거죠. 그걸 하고 싶어서 음악을 시작했으니까요.”(신현필)
그렇게 2년을 함께하니 호흡이 점점 더 맞아들어갔다. “이젠 앨범을 내도 되겠어.” 둘은 클래식에 눈길을 돌렸다. 신현필은 대학에서 클래식 작곡을 전공한 이후 꾸준히 클래식을 공부했고, 고희안도 소프라노 조수미와 투어를 돌며 클래식 연주를 해본 경험이 있었다. “작곡가 한 명을 고른다면 누구로 할까?” 몇 달 동안 각자 끌리는 곡들을 생각나는 대로 제안했다. 절반 이상이 쇼팽이었다. “그래, 쇼팽이다.”
신현필과 고희안이 쇼팽을 재즈로 재해석한 앨범 <디어 쇼팽>. 더 브릿지 제공
쇼팽의 모든 곡을 다 들어보고 “이 대목은 우리가 재밌게 할 수 있겠는데?” 하는 곡들을 추렸다. 그러고는 19세기가 아니라 2018년 시점에서 재해석하는 편곡작업에 들어갔다. “클래식 화성을 분석하면서 ‘쇼팽은 왜 이 화성을 썼을까?’ 생각해봤어요. 작곡할 당시엔 분명 즉흥성이 있었을 거잖아요. ‘쇼팽은 아마 이런 느낌을 의도하고 곡을 썼을 거야’ 하고 상상하며 자유롭게 변주했어요.”(신현필)
그렇게 해서 11곡을 앨범에 실었다. 쇼팽의 간판이 되다시피 한 녹턴을 비롯해 미뉴에트, 볼레로, 즉흥곡 등을 색소폰과 피아노의 주고받는 연주로 풀어냈다. 보통 색소폰이 주선율을 끌고 가면 피아노가 뒤를 받치는 식이다. 쇼팽의 가장 유명한 곡인 녹턴 2번(Op.9 No.2)이 없는 게 의외다. “피아노로 연주하면 아름다운데 색소폰으로 하면 어색한 곡이 있고, 거꾸로 색다른 매력이 생기는 곡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유명한 곡보다는 새로운 발견이 가능한 곡으로 채웠습니다.”(고희안)
둘은 이번 작업을 하면서 “음악가로서 초심을 되찾았다”고 했다. 지난 6월9일 신현필이 레지던시 프로그램으로 입주해 있던 아이슬란드의 작은 마을에서 소박하게 앨범 발매 기념 공연을 할 때도 무척 행복했단다. 이들은 오는 6일 서울 혜화동 JCC아트센터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클래식을 재즈로 재해석하는 <디어~> 시리즈를 꾸준히 낼 계획도 있다.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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