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정오 현재 멜론 차트 1위는 숀의 ‘웨이 백 홈’이다. 이를 두고 음원 사재기 논란이 일고 있다. 인터넷 갈무리
26일 정오 현재 멜론, 지니 등 주요 음원 차트 1위는 숀의 ‘웨이 백 홈’이다. 록 밴드 칵스의 키보드 연주자이자 일렉트로닉 음악 디제이로도 활동하는 숀은 지난 6월27일 이 곡을 발표했다. 발매 당시 순위권 밖에 있던 이 곡은 차트 역주행을 하더니 열흘 만인 지난 17일께부터 정상을 지켜오고 있다. 이를 두고 음원 사재기 논란이 이는 한편, 음원 차트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와 앞으로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 음원 사재기 논란, 왜? ‘웨이 백 홈’의 1위를 두고 사재기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은 가수의 낮은 인지도를 이유로 든다. 인디신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숀이 트와이스, 블랙핑크, 에이핑크, 마마무 등 유명 걸그룹을 제친 현상을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트와이스 소속사 제이와이피엔터테인먼트의 박진영 대표 프로듀서는 에스엔에스를 통해 문화체육관광부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숀의 소속사 디씨톰엔터테인먼트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노래를 소개한 게 전부일 뿐 사재기나 조작, 불법적인 마케팅은 없었다”며 지난 19일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럼에도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 데는 장덕철의 ‘그날처럼’과 닐로의 ‘지나오다’ 사례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 대중에게 생소한 이들의 노래가 역주행해 잇따라 음원 차트 1위에 오르자 사재기 의혹이 일었다. 이들은 모두 바이럴 마케팅 회사 리메즈엔터테인먼트 소속이다. 숀의 소속사가 바이럴 마케팅을 의뢰한 페이스북 페이지 ‘너만 들려주는 음악’(이하 너들음)이 이전에 장덕철과 닐로의 바이럴 마케팅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같은 의혹에 휩싸인 것이다.
숀의 소속사가 바이럴 마케팅을 의뢰한 페이스북 페이지 ’너만 들려주는 음악’. 구독자가 94만여명에 이른다. 인터넷 갈무리
■ 바이럴 마케팅만으로 가능한가? 너들음 페이지 구독자는 94만여명이다. 너들음은 공식입장을 통해 “하루 스트리밍 80만회 정도면 멜론 차트 1~2위를 할 수 있다. 너들음에서 폭발적이었던 아티스트들의 콘텐츠 도달량이 100만건을 쉽게 웃도는 걸 감안하면 그 힘만으로 멜론 차트에 진입하는 것도 말이 안 되는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반면, 페이스북 페이지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 너들음 조회수가 아무리 높아도 아이돌 팬들의 조직적인 움직임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바이럴 마케팅만으로 1위를 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번 현상을 두고 새롭게 도래한 뉴미디어 시대의 영향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박승도 디씨톰엔터테인먼트 대표는 24일 에스비에스 <본격연예 한밤>에 출연해 “뉴미디어 세계가 왔고 이게 음원 차트에 반영될 수 있다는 것을 대중들도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한 음악콘텐츠업계 종사자는 “전통적인 미디어를 대신해 뉴미디어의 힘이 커지고 있다. 전통적인 미디어 사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거대 기획사 소속이 아니어도 에스엔에스 등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인기를 얻고 차트를 역주행하는 사례는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차트 우선주의’에서 벗어나야” 이번 사태를 두고 음원 차트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되돌아보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윤종신은 에스엔에스를 통해 “차트는 현상의 반영인데 차트가 현상을 만드니 어떻게든 차트에 올리는 게 목표가 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상당수가 무심코 톱100 곡들을 전체 재생하는 이용 습관 때문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차트에만 진입하면 장기간 인기와 이익을 누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실시간 차트, 톱100 전체 재생 버튼을 없애고 개인별·취향별 추천 음악을 첫 페이지에 노출하면 어떨까” 하고 제안했다. 미국 빌보드 차트는 주간 단위로 데이터를 집계하고 있으며, 아이튠스는 일간 단위 차트를 운영한다. 세계적인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와 애플뮤직은 차트 대신 취향에 따른 추천 음악을 기반으로 운영하고 있다.
차우진 대중음악평론가는 “이번 사태는 음악 차트의 권위가 사라져가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를 계기로 기존 차트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지,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건 뭔지, 근본부터 따져 묻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재기냐 아니냐 논란을 넘어 음악을 즐기는 방식과 환경을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