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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넌 바다 보러 가니, 난 걸작 보러 간다

등록 2018-08-02 17:28수정 2018-08-02 19:01

제주는 지금, 한국 미술 대잔치
제주도립미술관 기획전시실 안쪽에 별도의 방을 꾸며 전시중인 조각가 권진규의 출품작들. <춘엽니> 등의 인물상과 고양이상, 부조판 작품들이 보인다.
제주도립미술관 기획전시실 안쪽에 별도의 방을 꾸며 전시중인 조각가 권진규의 출품작들. <춘엽니> 등의 인물상과 고양이상, 부조판 작품들이 보인다.

서늘하면서도 치열하다.

적막한 암갈색 방. 그 안에서 희미한 조명을 받으며, 진흙으로 빚어 구운 테라코타 인물·동물상이 관객을 응시한다. 땋은 머리를 늘어뜨린 채 굴곡이 뚜렷한 얼굴을 빛내는 <영희>와 <춘엽니>(비구니), 말머리상 <마두>, 병과 컵의 선뜩한 윤곽이 도드라진 <정물>이 보는 이의 눈길 앞으로 짓쳐들어온다.

권진규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테라코타 인물상 <영희>.
권진규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테라코타 인물상 <영희>.
‘인생은 공(空). 파멸(破滅)’이란 유서를 남기고 45년전 스스로 삶을 접었던 조각가 권진규(1922~1973)의 걸작 컬렉션 10여점이 제주섬에서 관객을 매혹한다. ‘도깨비도로’ 근처인 제주시 연동 제주도립미술관의 ‘한국 근현대미술 걸작전: 100년의 여행’(10월3일까지)의 출품작 중 일부다. 대형화랑인 가나아트센터의 이호재 회장이 30여년간 수집해 가나문화재단에 기증한 근현대미술 컬렉션으로 짜여진 이 전시는 김환기, 박수근, 구본웅, 오윤, 이인성, 오지호, 나혜석, 천경자, 백남준 등 한국근대미술사 거장들의 작품 110점을 제주에서 처음 선보인다. 이 회장이 가장 깊은 애착을 갖고 모은 권진규의 조각 명품들이 별도로 집약돼 선보인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김환기의 <산월>, 구본웅의 <여인좌상>, 이인성의 <복숭아> 등 거장들의 대표작들도 상당수 나와 애호가들 뿐 아니라 섬에 온 피서객들에게도 안성맞춤의 명작감상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립제주박물관의 ‘고려 철화청자’전에 선보인 12세기께의 물고기무늬 대반. 분청사기의 무늬를 떠올리게 하는, 비늘과 지느러미의 해학적 묘사가 눈에 띈다. 호림박물관 소장품이다.
국립제주박물관의 ‘고려 철화청자’전에 선보인 12세기께의 물고기무늬 대반. 분청사기의 무늬를 떠올리게 하는, 비늘과 지느러미의 해학적 묘사가 눈에 띈다. 호림박물관 소장품이다.
제주시 동쪽 사라봉 올레길 부근의 국립제주박물관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고려 철화청자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다. 호림박물관과 공동기획한 특별전 ‘고려 철화청자’(26일까지)다. 전국 국립박물관과 호림박물관이 소장한 12~13세기의 철화청자 170여 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철화청자는 산화철 안료로 풀꽃, 물고기, 학, 구름 등의 단순화한 무늬를 표면에 그려넣은 게 특징이다. 귀족 취향의 비색청자, 상감청자와 다른 소박한 풍모다. 녹갈색, 황갈색, 녹청색 바탕에 휘휘 선을 그려넣은 거칠고 대범한 무늬들이 조선초 분청사기의 미감과 맞닿아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해학적인 물고기무늬 대반과 넝쿨, 구름과 학의 자태를 선 몇개로 한달음에 표현한 술병·매병의 무늬들이 현대회화 같은 파격의 정취를 자아낸다.

제주현대미술관의 ‘제주자연 2018:김준권’전에 나온 김준권 작가의 유성목판화 <오름 0420>. 2004년 작업한 연작중 하나로 한라산과 오름의 곡선과 땅의 질감을 단순하면서도 강렬하게 표현했다.
제주현대미술관의 ‘제주자연 2018:김준권’전에 나온 김준권 작가의 유성목판화 <오름 0420>. 2004년 작업한 연작중 하나로 한라산과 오름의 곡선과 땅의 질감을 단순하면서도 강렬하게 표현했다.
모슬포 가는 길에 있는 제주현대미술관에는 국내 목판화 최고수로 꼽히는 김준권 작가가 ‘제주자연 2018:김준권’이란 제목의 개인전(9월2일까지)을 차렸다. 섬의 자연을 담백한 색층 속에 옮긴 목판화 구작, 근작들이 나왔다. 한라산과 오름의 곡선, 보리밭 등의 질감을 단순명확한 판각선과 섬세한 색조로 담은 작품들이다.

제주/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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