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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김도향. 세대 건너뛴 환갑의 ‘젊은 배짱’

등록 2005-12-07 17:29수정 2005-12-08 16:50

25년만에 새앨범 낸 김도향
겸연쩍지만 짚고 넘어가자면, 김도향(61)은 가수다. 시엠송 3천여곡을 만들었고, 오랜 수행 뒤 “항문을 조이자”는 깨달음을 설파했으며, 지금은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에서 인형 머리 빗기는 괴상한 할아버지 역을 천연덕스럽게 소화해 헷갈리는 사람들도 있을 테다. 그 헷갈림이 무색하게 그는 저음의 풍성함과 비음의 유머를 끌어내며 <바보처럼 살았군요> 이후 25년 만에 대중가요 앨범 <브레스>를 최근 내놓았다. 그에게 걸법한 기대에 맞게, 여유롭되 회한 한 움큼 담은 곡들이 빼곡하다.

이것만이라면 심심할텐데 거미, ‘윈디시티’, ‘디제이 디오시’ 등이 그와 함께 부른 노래들을 엮여 넣었다. 이 젊은이들은 감질 맛 나게 목소리만 찔끔 보태지 않고, 같이 작업한 곡에선 자신의 지분을 확실히 선언한다. 덕분에 몇곡에선 자연스럽게 쫄깃한 리듬과 아르앤비 분위기까지 우러났다. 프로듀서를 맡은 ‘디제이 디오시’ 김창렬의 솜씨다. 향수에 적절히 기대면서 새로운 느낌을 가미해 옛 팬이건 요즘 세대건 구닥다리라고 또는 생경하다고 투덜대지 않을 만하다. 김창렬의 마당발이 실력 발휘를 해 하림, ‘업타운’의 정연준 등 내로라하는 작사·작곡가들이 참여했다.

“대중에게 다가가고 싶었어요. 20대는 제가 가수란 걸 잘 몰라요. 트렌드를 따라가보려고요. 또 요즘엔 40대 이상이 즐길만한 가요는 트로트 말고는 별로 없는 것 같아요. 팝을 좋아하던 세대의 음악이 맥을 잇지 못했죠. 공백을 메우려고 했어요.”(김도향) 두 마리 토끼 잡기 기획은 꽤 괜찮은 그림으로 나왔다. 그가 “해봐, 임마”라며 김창렬에게 떠맡기다시피 하고, 우물쭈물한 틈에 방송에서 “함께 만들기로 했다”고 발표해 쐐기를 박아버린 보람이 있는 셈이다.

앨범에서 ‘김도향다운’ 곡을 꼽으라면 하림이 작곡한 ‘마이 송’과 ‘한잔 술’이 으뜸이다. ‘마이 송’은 넉넉한데 바람둥이 남편 탓에 한숨 쉬는 아낙네의 쓸쓸함이 전해진다. “젊음의 끝엔 한잔 술을 들고, 그게 내가 원하는 전부야”라고 노래하는 ‘한잔 술’은 단순한 리듬이 피식 웃게 한다. “블루스는 삶 그 자체에요. 그래서 노랫말은 안 꾸며요. 스쿠류바 시엠송 ‘이상하게 생겼네’도 진짜 이상하게 생겨서 그렇게 붙인 거예요.”

그런데 타이틀곡 ‘목이 멘다’는 실망스럽다. 그만의 매력도 신선함도 없어 보인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전형적인 발라드다. “타이틀 곡을 이걸로 하겠다니까 다 말렸어요. 요즘 세대에게 익숙한 노래도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목소리로요.”

사실 환갑에 젊은이들도 좋아할만한 가수가 되겠다는 건 배짱이 필요한 일이다. 여기는 대중 가수의 유통 기한이 웬만한 통조림만도 못할 때가 많은 살벌한 망각의 정글이다. 게다가 그는 오래 동떨어져 있었다. 1970년 ‘벽오동 심은 뜻은’으로 인기를 끈 뒤 줄줄이사탕을 시작으로 맛동산, 뽀삐, 삼립호빵, 아카시아껌 등이 줄줄이 이어진 시엠송 샛길로 빠졌다. 돈도 많이 쥐었는데, “낙엽이 아스팔트 위로 뚝 떨어지는 걸 보고”는 ‘바보처럼 살았군요’를 낸 뒤, 진짜 자아를 찾아 이산 저산 떠돌며 수행했다. 태교음악에 청소년 명상 앨범을 수십 장 펴냈다. 2002년엔 삶의 긴장감을 유지하자는 취지로 ‘항문을 조입시다’라는 ‘실천적 캠페인송’을 발표했지만 한낱 항문이란 낱말 때문에 방송은 탈 수 없었다.

“젊었을 때는 내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욕심은 많았어요. 요즘엔 나란 사람을 대충 짐작은 하죠. 이번 삶 한번 멋있게 놀다간다는 마음으로 살아요.” 이번 앨범에서 감동적인 곡 하나만 꼽는다면 ‘디제이 디오시’의 랩 등이 버무려진 ‘바보처럼 살았군요’다. 앨범의 주제처럼 세대를 건너 뛰며 질펀하게 어우러지고 누구나 공감할만한 메세지를 우러내기 때문이다.

글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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