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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7명 젊은 배우 역동적 작지만 따뜻한 뮤지컬

등록 2005-12-07 18:14수정 2005-12-08 16:48

‘오! 당신이 잠든 사이’
여기 가난하고 작은 뮤지컬이 있다. 가난하지만 탄탄하고, 작지만 역동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있다.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는 가족들과 함께 연말을 즐기기에도 손색이 없는 ‘깜찍한’ 작품이다. 소박하지만 질감있는 숨소리를 즐기는 분들이라면.

<오!…>의 무대는 작다. 출연 배우는 고작 7명. 눈에 띄는 소품이라곤 병원 침대와 베개, 신문지 등에 불과하다. 배우들은 부지런히 옷을 갈아입고, 태연스레 1인 다역을 한다. 극의 전개는 빠르고, 배우들은 암전 때마다 소도구들을 나르기 바쁘다.

작품은 전형적인 미스터리 추리극의 외양을 띤다. 작가이자 연출가 장유정(29)씨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출과 출신 답게 잘 짜여진 이야기 구조를 만들 줄 안다. 장씨는 뮤지컬 <김종욱 찾기>, <러브 퀼트> 등으로 이미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신예 연출가다.

이야기는 작가의 분신이라 할 자원봉사자 김정연(유하나 분)의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진행된다. 장씨는 실제로 지난 2002년 12월 “번잡스러운 것들”로부터의 탈출구로 꽃동네를 찾았고, 거기서 겪은 일을 대본으로 썼다.

성탄절 즈음에 실종 사건이 발생한다. 척추가 마비된 반신불수 환자 최병호. 가톨릭 재단이 운영하는 무료 병원의 붙박이 환자인 그가 갑자기 사라진다. 그것도 연말연시를 맞아 기부금을 모으려고 원장 신부 베드로가 특별히 섭외한 텔레비전 프로 촬영을 하루 앞두고. 최병호는 이미 예고편에 출연까지 한 상태였다. 초조해진 원장 신부는 같은 병실의 환자들을 다그치는데, 뭔가를 알고 있는 듯한 환자들은 엉뚱한 얘기만 늘어놓는다. 그 소동 속에서 알콜 중독자, 치매 노인의 과거가 실타래처럼 풀려나온다. 갈등을 푸는 열쇠말은 ‘가족애’다. 상처는 애틋하고, 시선은 따뜻하다.

“나중에 기회가 주어지면 대형 뮤지컬도 마다할 이유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소극장을 더 좋아해요. 관객들과 같이 호흡할 수 있잖아요.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코미디를 하기에도 소극장이 더 잘 맞는 것 같아요.”(장유정)

<오!…>는 젊은 패기가 철철 넘친다. 연출가뿐 아니라, 주요 스태프들이 모두 20대다. 그러나 기본기는 탄탄하다. 배우 진선규(최병호 역)와 이상은(닥터리 역)의 노래는 수준급이고, 전병욱(베드로 역)은 진지한 듯 코믹한 연기가 일품이다. 흥겹고 서정적으로 흐르는 노래는 모두 김혜성(25·한예종 졸업)씨의 창작곡이다. 장씨의 희곡 데뷔작 <송산야화> 때부터 호흡을 맞추고 있는 ‘짝궁’이다. 장씨의 시적인 가사는 김씨의 곡에 척척 감긴다. 세계 주요 콩쿠르를 석권한 ‘영재’ 기타리스트 이성준(24)이 음악감독을 맡았다. 극단 연우무대로선 첫 뮤지컬 제작이다.

“관객 중에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많이 울고 많이 웃게 해줘서 고맙다’구요. 지친 도시인들에게 한편의 따뜻한 뮤지컬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장유정)

대학로 연우소극장. 2006년 1월8일까지. (02)762-0010.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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