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할 때면 머리보다 몸놀림이 먼저 일어난다. 작가는 스스로도 부여잡지 못해 흔들리는 마음을 조각칼을 휘두르며 다잡는다. 살아있다는 느낌에 젖게 하는 나무깎기는 그의 존재를 지탱하는 행위다. 소나무, 향나무, 참죽나무 등의 재료를 통으로 툭툭 치고 다듬어 속절없이 흘러가는 생각과 감정을 추스리면서 인물상을 만들어낸다. 전시장에서 서거나 앉아 관객과 마주보는 여인상들은 결무늬가 확연히 드러나는 얼굴을 갖고있다. 그 한가운데 눈동자를 새기고 색으로 칠했다. 입도 코도 없는 얼굴에 타원 모양으로 도드라진 그 깊은 눈매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서울 통의동 갤러리아트사이드에서 열리고 있는 여성작가 송진화(55)씨의 전시 ‘여기와 지금’은 눈매의 의미를 꼴똘히 생각하게 한다. 원래 한국화를 전공했다가, 나무 깎는 것이 너무 좋아 독학을 거듭하며 2006년부터 일기 쓰듯 나무상을 만들어왔다고 작가는 말한다. 몸에 칼을 꽂거나 유리 조각 위에 선 여성 군상 등 거칠고 격렬한 이미지를 선호했던 작업은 어느덧 형상이 둥글둥글해지고 시선이 깊어지는 쪽으로 바뀌었다. 이번 전시의 신작들 또한 10여년간의 작업 여정에서 굽이굽이 몰아쳤다 가라앉았다 했던 다양한 감정들을 유유자적한 눈길로 다독인다. 통나무를 재료로 매끈하게 표면을 다듬어 결의 느낌이 뚜렷하게 나오게 하고 채색을 덧붙여 인물의 표현성을 배가시킨 나름의 작업 특징도 엿볼 수 있다. 9월19일까지. 02)725-1020.
글·사진 노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