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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이 남자가 ‘핑크 플로이드’만 파고드는 이유는?

등록 2018-09-04 17:55수정 2018-09-04 23:26

음악업계 20년 넘게 몸담아온 김경진씨
고3 때 반한 이후 30년 내내 설레는 음악
다른 이들과 깊은 감흥 나누고픈 마음에
음반점 ‘팝시페텔’서 9월 내내 특별강좌
라이브영상 함께 보며 풀어내는 뒷얘기에
참가자 “덕분에 음악 듣는 즐거움 커져”
9월 한달 내내 핑크 플로이드 강좌를 여는 팝 칼럼니스트 김경진씨. 서정민 기자
9월 한달 내내 핑크 플로이드 강좌를 여는 팝 칼럼니스트 김경진씨. 서정민 기자
지난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 음반가게 팝시페텔. 불이 꺼져 어두컴컴한 곳에 6명이 앉아 있다. 벽에 붙은 스크린으로 화면이 나온다. 영국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핑크 플로이드가 1971년 이탈리아 폼페이 원형극장에서 라이브 연주를 하는 장면이다.

“서기 79년 폼페이 베수비오 화산 폭발 이후 여기서 라이브 연주를 한 건 핑크 플로이드가 최초입니다. 관객 없이 펼친 라이브 실황을 영상에 담아 이듬해 극장에서 개봉했는데요. 엄밀히 말해 완전히 무관객은 아니었어요. 인근 마을에 사는 꼬마들이 숨어 들어와 공연을 지켜봤던 거죠.” 팝시페텔 주인장인 팝 칼럼니스트 김경진씨가 설명했다. 서울음반, 로엔엔터테인먼트, 씨제이이앤엠, 아이리버 스타라디움 등을 거치며 20년 넘게 음악업계에 몸담아온 그는 지난해 11월 자신의 취향대로 고른 음반, 책, 디브이디 등을 파는 팝시페텔을 열었다.

팝시페텔에선 한 달에 14번가량 강좌를 연다. 음악, 영화, 애니메이션 중 주제를 정해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눈다. 한번에 하나의 주제를 다뤄왔지만, 이번 9월 강좌는 특별하다. 14번 모두 핑크 플로이드만 파고들기로 했다. 이날은 전날에 이어 두번째 열린 강좌다. 이날 온 6명 중 전날에도 왔던 이가 셋이다.

음악업계에 20년 넘게 몸담아온 김경진씨가 2017년 11월 문을 연, 취향을 파는 음반가게 팝시페텔. 서정민 기자
음악업계에 20년 넘게 몸담아온 김경진씨가 2017년 11월 문을 연, 취향을 파는 음반가게 팝시페텔. 서정민 기자
“2016년 핑크 플로이드 기타리스트 데이비드 길모어가 45년 만에 폼페이 원형극장에 다시 섰습니다. 이번엔 관객들이 있는 가운데 공연을 한 건데요. 당시 폼페이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이 길모어를 찾아와 말했습니다. ‘제가 꼬마 때 당신 공연을 몰래 봤어요.’ 일흔이 된 기타리스트는 중년이 된 꼬마와 함께 사진을 찍었죠.” 라이브 영상에 얽힌 뒷얘기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이어졌다.

두시간여에 걸친 강좌가 끝나고 불이 켜졌다. 다들 아직 여운이 가시지 않은 표정들이었다. 류용운(25·남)씨는 “팝시페텔 강좌를 종종 듣는다. 음악에 얽힌 몰랐던 이야기를 들으면 그 음악을 다시 들을 때 더 풍성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아무개(39·남)씨는 “고1 때 핑크 플로이드로 프로그레시브 록에 입문했다. 대표 앨범 5장 위주로 들어왔는데, 이번 기회에 다른 앨범들에 대해서도 깊이 알고 싶어 14회 전 강좌를 신청했다”고 했다. 일곱달째 매달 7~8번씩 팝시페텔 강좌를 듣는다는 한 20대 여성은 이날 강좌를 들은 뒤 핑크 플로이드 3집 엘피를 샀다.

팝시페텔에서 9월 한달 동안 여는 핑크 플로이드 특별 강좌 일정표. 서정민 기자
팝시페텔에서 9월 한달 동안 여는 핑크 플로이드 특별 강좌 일정표. 서정민 기자
왜 하필 핑크 플로이드일까? “고등학생 때 어쩌다 핑크 플로이드 음반을 샀는데, 음악이 너무 어렵고 심지어 무서운 거예요. 그래서 제껴두었죠. 학력고사 100일 앞둔 날 ‘백일주’를 마시고 취해서 핑크 플로이드를 다시 들어봤는데, 음악이 귀가 아니라 피부로 들어오는 느낌이었어요. 뭐 이런 음악이 다 있나 싶어 본격적으로 파고들기 시작했죠. 이후 30년 내내 핑크 플로이드를 들었는데도 지금도 설레요. 이를 다른 분들과 나누고 싶었어요.” 김경진씨가 한달 내내 핑크 플로이드 강좌만 여는 이유다.

강좌를 들으려면 네이버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서 팝시페텔을 찾아 신청하면 된다. 참가비는 회당 1만5000원이다. 초심자라면 핑크 플로이드 대표 명반 <더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9일) <더 월>(16일) 강좌를 찾는 게 좋을 것 같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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