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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공공미술 기획전 ‘apmap’…제주 곶자왈에 녹아든 현대미술

등록 2018-10-02 18:39수정 2018-10-02 19:47

용암 굴·오름 등 ‘화산섬 제주’ 풍경
젊은 작가들 설치작품으로 형상화
오설록 티뮤지엄 앞 잔디마당에 설치된 홍범 작가의 설치작품 <가리워진 결과 겹>. 뮤지엄 부근 곶자왈 숲이 품은 생명력과 시간의 층위를 아크릴 조각을 겹으로 쌓아올려 형상화했다. 아랫부분이 돌아가는 얼개여서 아이들이 타고 만지며 놀 수도 있다.
오설록 티뮤지엄 앞 잔디마당에 설치된 홍범 작가의 설치작품 <가리워진 결과 겹>. 뮤지엄 부근 곶자왈 숲이 품은 생명력과 시간의 층위를 아크릴 조각을 겹으로 쌓아올려 형상화했다. 아랫부분이 돌아가는 얼개여서 아이들이 타고 만지며 놀 수도 있다.
살랑살랑 불어온다. 사람의 숨결처럼.

제주섬의 바람줄기가 저 멀리 남송악 오름의 둔덕 위에서 차밭 이랑을 타고 내려온다. 곶자왈 숲속의 나뭇가지와 수풀들은 쉴 새 없이 사르락거리며 화답한다. 그 정겨운 소리를 들으며 숲길을 걷는 길손의 눈을 자연에 파묻힌 듯한 작품들이 연달아 나타나며 맞는다. 곶자왈 숲과 차밭 사이 곳곳에 흩어진 설치조형물들이다. 대개 유리와 금속, 세라믹 등의 인공재료를 썼지만, 이질적인 느낌이 거의 들지 않는다. 화산섬을 이룬 용암의 옛적 원초적 흐름을 드러내거나, 용암굴 속의 신비스런 공간을 재현하고, 제주섬 해안가의 절경인 주상절리를 단순화시킨 얼개를 보여준다. 드러내려는 기색보다 함께 묻히고 녹아들려는 마음이 느껴진다.

뮤지엄 입구 언덕에 세워진 임승천 작가의 설치작품 <프랙탈>. 제주섬 해안의 절경을 이루는 주상절리 암벽의 분절된 양상에 착안해 만들었다. 제주 오름을 단순화한 360여개의 부조 조각을 나선형 모양의 프랙탈 구조로 쌓아올려 순환적인 자연의 질서를 새롭게 빚어냈다.
뮤지엄 입구 언덕에 세워진 임승천 작가의 설치작품 <프랙탈>. 제주섬 해안의 절경을 이루는 주상절리 암벽의 분절된 양상에 착안해 만들었다. 제주 오름을 단순화한 360여개의 부조 조각을 나선형 모양의 프랙탈 구조로 쌓아올려 순환적인 자연의 질서를 새롭게 빚어냈다.
제주섬 남서쪽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에 자리잡은 힐링 명소인 오설록 티뮤지엄 부근의 정원과 녹차밭 사이에선 요즘 새로운 현대미술의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지난 8월부터 티뮤지엄을 운영해온 아모레퍼시픽그 룹 산하 아모레 퍼시픽 미술관은 여기서 공공미술기획전 ‘에이피맵(apmap) 2018 제주-화산섬’을 펼치고 있다. 화산섬의 독특한 지형과 그 위에 용솟음친 자연의 생명력 넘치는 풍경을 현대미술로 새롭게 드러낸 젊은 미술가, 건축가 15명의 설치작품들이 곳곳에 만들어졌다.

출품작들은 티뮤지엄에서 차문화 체험장인 티스톤과 이니스프리 제주하우스의 3개 건물을 잇는 정원 산책로 주변 일대에 흩어져 있다. 제각기 현지 자연에 대한 개성적인 사유와 조형적 해석의 흔적들을 담고있다. 홍범 작가는 화산암덩어리와 나무, 덩굴이 뒤얽힌 곶자왈이 머금은 시간의 켜와 생명력을 지도 같은 아크릴판조각들의 덩어리로 표현했다. 제주 해안가의 주상절리의 수직기둥의 연속된 모습을 용암이 훑고 지나간 듯한 뚫음무늬를 지닌 금속판들을 이용해 ‘접는 집’이란 건축적 개념으로 풀어낸 이용주 작가의 조형물도 흥미롭다. 역시 주상절리의 분절된 구조에서 자연 특유의 구축적 질서를 찾고, 제주 오름을 상징하는 부조 조각 360여개를 나선형으로 쌓아올려 형상화한 임승천 작가의 작업, 용암이 지나간 흐름 자체를 부드럽게 곡면을 이루며 흘러가는 철 프레임 선의 구조물로 표현한 건축가 그룹 에이디에이치디(ADHD)의 작품들도 보는 이의 눈을 편안하게 어루만져 준다.

2013년 시작한 에이피맵 프로젝트는 그룹의 본사나 계열사 생산공장으로 장소를 바꿔가며 진행하다가 지난해부터 제주로 옮겨왔다. 2019년까지 현지에서 매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매년 180만명이 찾는 오설록 티뮤지엄은 서광리 일대 22만평에 펼쳐진 차밭과 정원, 그 일대에서 바라보는 오름과 한라산의 풍광이 최고의 감상거리로 꼽힌다. 튀지 않게 현지 자연의 멋과 기운을 살려내려 한 이번 프로젝트는 남제주 풍광 특유의 미감을 또다르게 즐길 수 있는 마중물 작업이 되고 있다. 전시는 14일까지. (02)6040-2345.

제주/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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