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미술동네는 부산하다. 불황에 아랑곳 없이 고심한 노작을 수확하듯 꺼낸 시각예술가들의 작품 마당이 끊일 사이 없이 펼쳐지고 있다. 지금 잘 나가는 스타는 아니지만, 자기만의 관점과 표현 스타일을 다듬어온 작가들의 근작전시들이 손짓한다.
서울 경운동 갤러리 그림손에 마련된 채성필 작가의 개인전 ‘대지의 심포니’는 색채의 환상적인 율동을 보여준다. 흙을 안료에 섞어 대지의 세계를 붓질로 노래했던 작가는 <익명의 땅><대지의 교향악>연작 등을 통해 땅이 지닌 근원적 힘이 하늘과 우주로 리듬을 일으키며 뻗어나가는 감각적 환영을 표현한다. 푸른빛 색조가 파도처럼 물결치는 <파랑의 역사>연작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화랑 개관 10돌을 맞아 여는 초대전이다. 12월 25일까지. (02)733-1045.
과거 자유분방한 상업사진가로 알려졌던 김중만 작가는 10년간 포착해온 도시의 둑길 나무 사진들을 서울 방이동 한미사진미술관에 선보였다. 서울 중랑천 둑길 위에 먼지 뒤집어 쓴 채 방치된 나무와 주변 풍경을 2008년 새삼 발견한 뒤 지금껏 600차례 이상 찍으며 한지에 프린트한 근작들 가운데 35점을 내걸었다. 사진가의 고독한 애착과 감상이 투영된 대도시의 또다른 심연을 파들어간 역작들이다. 내년 2월 2일까지. (02)418-1315.
‘사운드이펙트서울’전에 나온 말라 흐라디 작가의 사운드설치작품 <스핀 사이클>
서울 홍대 앞 대안공간 루프에 가면, 4개 나라 여성 해커 작가들이 하드웨어를 건드려 빚어낸 각양각색의 소리들을 들려주는 설치전시회를 만날 수 있다. 양지윤 루프 디렉터와 미디어작가 바루흐 고틀립이 기획한 ‘사운드이펙트서울: 우먼 핵 에스에프엑스(SFX) 서울 2018’전. ‘여성, 하드웨어, 해킹, 사운드’란 주제로 하드웨어를 뜯어내거나 재조립해 자신만의 소리 예술을 만든 작업을 조명한다. 소리예술에서 여성성의 특징을 살펴보면서 설치· 조각 장르는 작업조건상 여성이 취약하다는 선입견을 반박하는 의미도 지닌 소리마당이다. 12월 9일까지. (02)3141-1377.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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