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협재 해변에 있는 바다 쓰레기들. 재주도좋아 제공
지난달 19일 인도네시아에서 발견된 죽은 고래 몸 안에서 1000조각 넘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왔다. 쓰레기 무게만 6㎏에 이른다. 이는 바다 쓰레기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번 환기시켰다. 해마다 전 세계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800만톤이라고 한다. 지금 지구 바다에는 51조개의 미세 플라스틱 조각이 떠다니고 있다.
제주라고 다를 리 없다. 제주의 아름다운 바다도 온갖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다. 창작집단 ‘재주도좋아’는 이를 예술로 승화하고 있다. 바닷가를 빗질한다는 뜻의 ‘비치코밍’을 토대로 한 작품 활동을 펼친다. 예컨대 바다에서 주운 날카로운 유리를 씻고 자르고 가마에 구워 브로치, 반지 등을 만드는 식이다. 이들은 2013년부터 비치코밍 교육, 레지던시, 워크숍, 전시, 캠페인 등을 펼치며 환경 보호와 예술 활동을 결합해왔다.
음악인 김일두가 제주 바다에서 비치코밍을 하며 노래하고 있다. 재주도좋아 제공
이번에는 음반으로 승화한다. 바다와 비치코밍을 주제 삼아 만든 컴필레이션 음반 <바라던 바다>를 발매한 것이다. 김일두, 조동희, 재주소년, 김목인, 사우스카니발, 박혜리, 장필순, 시와, 권나무, 세이수미 등 제주 바다를 사랑하는 음악인들이 비치코밍을 하며 주워담은 노래 10곡을 엘피(LP)에 담았다. 애초 바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섞어 엘피를 만들고자 여러 차례 테스트를 진행했으나 끝내 실패했다. 대신 원재료인 순수 피브이시(PVC)에다 엘피를 만들고 버려지는 재생 피브이시(PVC)를 30% 섞었다.
재생 플라스틱을 섞어 만든 <바라던 바다> 엘피. 재주도좋아 제공
노래들이 직설적인 메시지를 쏟아내진 않는다. 음악인들은 바다에 얽힌 추억, 사랑, 고마움 같은 다채로운 감정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서정민갑 음악평론가는 “망가지고 병들어가는 바다를 강하게 고발하거나 비치코밍을 권유하지 않는 노래는 아파도 아프다 말하지 않는 바다, 없으면 어떤 생명도 존재할 수 없지만 생색내지 않는 바다를 닮았다. 노래가 바다를 되살리지는 못하더라도 듣는 이의 마음을 바꾸고 삶을 변화시킬 수는 있지 않을까 한다”고 짚었다.
제주 바다 플라스틱 쓰레기로 만든 기타 피크. 재주도좋아 제공
음반은 현재 해피빈 펀딩으로 판매 중이다. 4만원 이상 펀딩에 참여하면 엘피와 바다 플라스틱 쓰레기로 만든 기타 피크를 준다. 오는 19일 저녁 8시 서울 망원동 ‘벨로주 망원’에서 앨범 발매 기념 청음회도 연다. 조동희, 김일두, 재주소년, 김목인, 박혜리, 시와 등 음악인과 엘피 제작업체 마장뮤직앤픽처스 등이 참여해 음악을 함께 듣고 엘피 제작에 얽힌 뒷얘기를 나눈다. 문의
jaejudojoa@gmail.com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