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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뉴욕 아웃사이더들도 만나고, ‘이중섭의 친구’ 한묵에도 빠져보고

등록 2018-12-21 05:00수정 2018-12-21 08:58

서울시립미술관 기획전 2제

‘레이건 시대’ 이스트빌리지 작가들
다기로운 문제작, 시대의 고뇌 읽혀

한국 추상미술 대가 한묵의 회고전
달 착륙 영감받은 색면 대작 ‘알짬’
‘뉴욕 이스트빌리지…’전에 나온 스티븐 랙의 1984년작 아크릴 그림 <로프에 기대어>. 영화배우로도 활동했던 스티븐 랙은 70년대말부터 이스트빌리지에서 작업하면서 독일 신표주의 영향을 받아 거칠고 강렬한 붓 터치의 회화들을 그렸다.
‘뉴욕 이스트빌리지…’전에 나온 스티븐 랙의 1984년작 아크릴 그림 <로프에 기대어>. 영화배우로도 활동했던 스티븐 랙은 70년대말부터 이스트빌리지에서 작업하면서 독일 신표주의 영향을 받아 거칠고 강렬한 붓 터치의 회화들을 그렸다.
시각예술은 기운이 세다. 역사와 공간을 초월해 움직이며, 이질적인 장소와 시간들을 융합시키는가 하면, 비슷한 일상은 낯설게 떼어놓기도 한다. 연말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는, 시각예술언어의 권능을 유감없이 발휘한 낯선 작가, 낯선 작품들의 기운을 한껏 흡입하게 된다. 1층에는 1969년 아폴로 우주선의 달착륙에 영향받아 화폭을 우주의 파장으로 가득 채운 대가 한묵(1914~2016)의 색채 추상화가 울렁거리고 있다. 2~3층에선 80년대 미국 뉴욕 슬럼가에서 다기한 문제작들을 양산한 이스트빌리지 예술가들의 고뇌 어린 뒤안길을 만나게 된다.

■ 30여년전 뉴욕 아웃사이더들의 고뇌와 욕망 13일부터 시작한 기획전 ‘이스트빌리지 뉴욕: 취약하고 극단적인’ 은 레이건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이 맹위를 떨치던 80년대 미국 뉴욕 슬럼가 이스트빌리지의 미술판을 배경으로 삼는다. 빈부격차와 인종·성별·소수자 차별 등에 직면한 당시 예술가들에게 일종의 해방구와 같았던 이스트빌리지의 클럽과 함께 작업실에서 창작혼을 불사르며 빚어낸 그 시절의 회화·조각·영상 작품 75점을 조명한다. ‘삶과 예술', '삶과 정치', '예술과 정치' 등 세 영역으로 나뉘어 당대 변방 작가들의 예술적 실천을 보여준다.

뉴욕 변방인들의 불안한 군상을 묘사한 릭 프롤의 인물화, 귀를 찌르는 하드코어 록이 흐르는 가운데 이 동네의 전시 기획 장면들이 긴박하게 흘러가는 테사휴즈-프리랜드의 영상이 도입부를 강렬하게 수놓고 있다. 장 미셀 바스키아나 키스 해링, 낸 골딘 같은 유명 아티스트들의 작업도 있지만, 출품작 대부분은 국내에 처음 공개되는 작품들이다. 흑인 아이들이 생쥐 잡으며 노는 모습을 고대 이집트인의 목조각상 이미지와 함께 녹여낸 존 에이헌, 기진맥진해 링에 몸을 기댄 파이터의 순간을 거칠고 역동적인 필치로 잡아낸 스티븐 랙의 신표현주의적 회화, 파리와 뉴욕의 기념물 앞에서 인민복을 입은 자화상을 찍은 쳉퀑치의 초상사진 등 출품작들에서는 시대상에 대한 핍진한 감각과 시공을 넘나드는 교감이 느껴진다. 내년 2월24일까지.

■ 금강산에서 파리, 우주로 확장된 추상의 로망 찌릿찌릿하다. 눈과 감성을 움직이는 거대한 원색의 색면들이 1층 전시장 곳곳에 들어차 있다. 지난 11일 시작한 색면 추상의 대가 한묵의 회고전은 우주의 끝없는 공간감과 광막한 에너지를 색채의 율동으로 표현한 작고 작가의 작업 변천사를 처음으로 한자리에 집대성했다. 1940~50년대 초창기 미공개작을 포함한 말년까지의 그림들이 선보인다. 한묵은 ‘국민화가’ 이중섭과 전쟁 전후 동고동락한 친구로 더 알려져 있는데, 이번 전시는 그의 작업세계에 집중한다. 일제강점기와 해방기 금강산에 머물려 사계의 변화하는 색감을 눈여겨보며 시각을 연마했던 것이 한묵 추상화의 밑천이 된다. 50년대 이후엔 서양의 색면추상 엥포르멜의 영향을 받았으며, 1961년 프랑스 파리로 건너간 뒤에는 본격적인 기하 추상의 세계로 들어가 90년대까지 인간과 생명 탐구로 작품 세계를 심화한 작가의 행로를 볼 수 있다. 특히 1969년 아폴로 우주선의 달착륙 이후 충격을 받아 3년간 작업을 쉬었다 제작한 색면 대작과 70~80년대 드로잉들은 그의 기하 추상세계의 알짬이라고 할 만하다. 내년 3월 24일까지.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한묵 작가가 1970년에 그린 아크릴 그림 <우주여행>.
한묵 작가가 1970년에 그린 아크릴 그림 <우주여행>.

한묵 작가가 1995년 종이콜라주로 그린 자화상.
한묵 작가가 1995년 종이콜라주로 그린 자화상.

뉴욕 이스트빌리지 예술가 그룹 ‘콜랍’의 주요 멤버였던 존 에이헌이 1986년 만든 조형물 <쥐를 잡는 아이들>. 슬럼가 거리에서 쥐를 잡으며 노는 흑인아이들의 모습에 고대 이집트 목조인물상의 걷는 형상을 결합시켜 만든 일종의 생활조각상이다.
뉴욕 이스트빌리지 예술가 그룹 ‘콜랍’의 주요 멤버였던 존 에이헌이 1986년 만든 조형물 <쥐를 잡는 아이들>. 슬럼가 거리에서 쥐를 잡으며 노는 흑인아이들의 모습에 고대 이집트 목조인물상의 걷는 형상을 결합시켜 만든 일종의 생활조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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