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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세계안무계에 떠오른 동방의 새별

등록 2005-12-14 23:02수정 2005-12-15 14:16

권위의 독일 NRW상 받은 전인정씨
‘현대무용의 최전선’ 독일에서 활동하고 있는 현대무용가 전인정(33)씨가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엔아르더블유·NRW)가 수여하는 엔아르더블유상을 받았다. 이 상은 35살 이하의 젊은 예술가를 대상으로, 건축, 음악, 문학 등 모두 7개 분야를 시상하는데, 전씨는 연극, 뮤지컬, 오페라, 무용 등을 포괄하는 무대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저는 그냥 재미있고 행복하게 작업을 해왔을 뿐인데, 이렇게 훌륭한 상을 받게 돼서 너무 좋아요, 영광이구요. 멋진 작가가 되고 싶어요. 윤이상, 백남준처럼요.”

14일, 국제전화선을 타고 흘러나오는 그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독일이 낳은 세계적인 무용가 피나 바우쉬가 젊은 시절 받았을 정도로 권위있는 상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뒤셀도르프, 부퍼탈, 쾰른 등 옛 서독의 핵심 도시들이 속해 있는 엔아르더블유(NRW)는 독일 인구의 20%에 해당하는 1800만명이 살고 있으며, 독일의 문화예술을 주도하는 지역이다.

전씨의 이번 수상은 한국의 안무가들이 세계적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한국 무용계는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강수진이나 피나 바우쉬가 이끄는 부퍼탈 무용단의 김나영 등 세계적인 무용수를 많이 배출했지만, 작가적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안무계에서는 활동이 미미했다.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안무가로는 뉴욕에서 활동했던 홍신자와 최근 독일과 한국을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안은미 정도다.

무용평론가 김남수씨는 “세계에 통할 만한 실력파 안무가의 출현”이라며 “우리나라 젊은 안무가들의 활로가 열리고 있는 신호탄”이라고 평가했다. 무용평론가 박성혜씨는 “우리나라 무용가가 유럽에서 안무가로 활동한 사례 자체가 드문데, 권위있는 상을 탔다는 것은 더욱 장한 일”이라며 “우리나라의 지원금을 한 푼도 받지 않고 유럽에서 정공법으로 자신의 영역을 쌓아올리고 있다는 점을 더욱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1996년부터 일본에서 활동하던 전씨는 지난 2000년 브라질 출신 안무가 루돌프 레오니의 초청으로 혈혈단신 독일에 갔다. 루돌프 레오니는 올해 독일 연방정부가 주는 예술가상을 받은 유명 안무가다.

“처음엔 무용수로 활동하다 2002년 ‘블루 엘레펀트’를 창단했어요. 제일 힘들었던 것은 이 곳의 시스템에 적응하는 거였죠. 예술적으로 너무들 뛰어나고 탄탄해서, 굉장히 치열한 과정이었어요. 하지만 즐거웠죠.”

서울에서 태어난 전씨는 선화예고와 성균관대 무용과를 나왔으며, 1996년 한국에서 <슈가+슈가=위험한 관계> 등을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한국에 와서 <이것 또는 저것> <황금투구> 등을 공연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 그는 독일에서 발행되는 세계적 무용잡지 <발레탄츠>가 뽑은 ‘주목해야 할 젊은 안무가’로 두 차례나 선정됐으며, 독일 무용연감의 ‘현대 무용을 형성한 안무가 50인’에도 두 차례 뽑혔다. 최근에는 유럽연합이 후원하는 ‘이미지 시대 축제’에 영화감독 마르셀 아렌홀츠(Marcel Ahrenholz)와 함께 독일 대표로 참가했다.


“미술하는 분들은 백남준 선생이 계시기 때문에 알게모르게 덕을 보거든요. 하지만 난 그런 게 없으니까 힘들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다는 생각으로 순간순간 충실히 하고 있어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요. 사명감을 갖고 해야죠.”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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