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 지역들 7년간 매일 촬영
강재훈 ‘그림자 든 골목’ 전시회
강재훈 ‘그림자 든 골목’ 전시회
한때는 아이들의 깔깔대는 소리가 가득한 때도 있었을 것이다. 그 웃음 소리가 ‘쨍’한 햇살을 관통하는 사이 손바닥만한 마당에 널어놓은 빨래도 말라갔을 것이다. 그러나 그 골목길엔 이젠 적막이 흐른다. 낡은 집들은 헐리고, 이웃들은 하나둘 떠난다. 어느새 들어선 옆동네 아파트는 골목길에 길다란 그림자를 드리우며 남은 사람들을 위협한다.
<한겨레> 사진 기자인 강재훈의 사진전 ‘그림자 든 골목’은 2012년부터 7년 남짓 서울 마포 일대에서 진행된 재개발 풍경을 담은 전시다. <한겨레> 사옥이 있는 공덕동 부근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서울의 대표적인 달동네로 꼽혀온 곳이었다. 10여년 전부터 이곳에 개발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강재훈은 일부러 출퇴근 시간을 넉넉히 잡고, 공덕동을 포함해 중림동·만리동·아현동 일대를 거의 매일 촬영했다. 그는 “1960년대 후반부터 30여년 동안 ‘골목 안 풍경’을 찍었던 김기찬(1938~2005)이 너무나 사랑했던 삶의 흔적이 사라지는 것이 아쉬워 카메라를 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1만 컷이 넘는 사진 중 일부를 추려 2016년 <골목 안 풍경 그후/아! 공중만리>(눈빛출판)라는 사진집을 내기도 했다.
이전의 사진집이 ‘김기찬의 풍경 그 이후’를 담은 ‘기록’이라면, 이번 전시는 폐허가 된 골목길을 바라보며 마음에 파문이 일어나는 순간을 표현한 것에 가깝다. 검은 봉지를 들고 기우뚱 걸어가는 사람의 뒷모습, 찢겨진 공사 가림막, 사람 떠난 골목을 누비는 고양이 등이 48점의 흑백사진에 담겼다. 이 골목길을 비출 겨울볕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쓸쓸함의 그늘이 짙다. 2월12일까지 스페이스22, (02)3469-0822.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사진 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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