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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015B와 팬들의 떼창, 영원히 새긴 ‘이젠 안녕’

등록 2019-01-24 04:59수정 2019-01-24 16:15

셀프 리메이크 앨범 ‘더 레거시…’

노래방 마지막 곡으로 애창되던
1991년 2집 수록곡 ‘이젠 안녕’
28년 만에 디지털 싱글로 발표

공연장 관객 목소리 담아 앨범에
기자도 추억에 잠겨 목놓아 불러
코러스·합창 버전으로 음원 완성

015B “오랜 시간 지켜준 팬들 위해
함께 부른 노래 기록하고 싶었어요”
지난해 8월25일 공연에서 팬들이 ‘이젠 안녕’을 부르는 것을 녹음하는 장면. 무대 위 왼쪽부터 정석원, 윤종신. 더공일오비 제공
지난해 8월25일 공연에서 팬들이 ‘이젠 안녕’을 부르는 것을 녹음하는 장면. 무대 위 왼쪽부터 정석원, 윤종신. 더공일오비 제공
1990년대엔 친구들과 노래방에 자주 갔다. 열기 때문에 창문에 뿌옇게 김이 서리도록 광란으로 치닫다가도 마지막 1분이 되면 의식이라도 치르듯 경건한 마음으로 이 노래 번호를 눌렀다. “우리 처음 만났던 어색했던 그 표정 속에/ 서로 말놓기가 어려워 망설였지만~” 누구 하나가 첫 소절을 부르고 나면 옆 사람이 마이크를 이어받아 다음 소절을 불렀다. 후렴 부를 차례가 오면 합창의 시간이었다.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일 거야/ 함께했던 시간은 이젠 추억으로 남기고/ 서로 가야 할 길 찾아서 떠나야 해요” 우린 다같이 얼싸안은 뒤 집으로 향했다.

‘이젠 안녕’ 원곡이 실린 공일오비 2집(1991) 표지. 더공일오비 제공
‘이젠 안녕’ 원곡이 실린 공일오비 2집(1991) 표지. 더공일오비 제공
‘이젠 안녕’은 그룹 공일오비(015B)가 1991년 발표한 2집 <세컨드 에피소드> 수록곡이다. 객원가수를 기용하며 한국 최초의 프로듀서 그룹을 표방한 공일오비는 2집을 끝으로 활동을 접으려 했다. 아쉬운 마음을 담아 윤종신, 고 신해철 등 친구들과 함께 추억을 만들고자 부른 노래가 ‘이젠 안녕’이다. 하지만 이 노래를 비롯해 2집의 여러 곡들이 큰 사랑을 받으면서 공일오비는 음악을 계속하게 됐고, 지금까지도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젠 안녕’은 노래방 마지막 곡으로 애창된 건 물론 졸업식 노래로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지난해 8월25일 서울 이태원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린 공일오비 소극장 공연에 갔다. 추억의 노래들을 생생한 라이브로 들으며 감격에 젖었다. 그 절정은 바로 이 노래, ‘이젠 안녕’이었다. 무대 위에선 공일오비 멤버 정석원·장호일과 객원보컬 윤종신·이장우·헥스가 노래했고, 무대 아래에선 관객 모두가 첫 소절부터 ‘떼창’을 했다. 공일오비는 노래 시작 전에 관객들 목소리를 녹음할 거라 했다. 나중에 발표할 ‘이젠 안녕’ 리메이크 음원에 넣기 위해서라고 했다. 흥분한 나는 목이 쉬도록 소리 높여 노래했다. 공연이 끝나고도 여운이 가시지 않아 새벽까지 술잔을 기울였다.

지난해 8월25일 열린 공일오비 소극장 공연 모습. 맨 왼쪽이 장호일, 가운데 노래하는 이가 이장우, 맨 오른쪽이 정석원. 더공일오비 제공
지난해 8월25일 열린 공일오비 소극장 공연 모습. 맨 왼쪽이 장호일, 가운데 노래하는 이가 이장우, 맨 오른쪽이 정석원. 더공일오비 제공
그 결과물이 나왔다. 지난 15일 발표된 디지털 싱글 <더 레거시 04: 이젠 안녕>이다. ‘더 레거시’는 공일오비가 자신들의 노래를 셀프 리메이크해 선보이는 프로젝트다. 지난해 5월 ‘5월12일’을 시작으로 ‘처음만 힘들지’ ‘6월부터 1월까지’를 발표해왔다. 공일오비는 ‘이젠 안녕’ 리메이크 작업에 대해 “오랜 시간 공일오비를 사랑해주고 지켜준 팬들을 위해 만들었다. 팬들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음악을 할 수 있었고, 팬들과 한 공간에 함께 부른 노래 한 곡 정도는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고 밝혔다. 팬들의 합창을 리메이크 음원에 넣은 이유다.

팬들 목소리를 담은 ’이젠 안녕’ 리메이크 버전이 실린 디지털 싱글 <더 레거시 04: 이젠 안녕> 표지. 더공일오비 제공
팬들 목소리를 담은 ’이젠 안녕’ 리메이크 버전이 실린 디지털 싱글 <더 레거시 04: 이젠 안녕> 표지. 더공일오비 제공
리메이크한 ‘이젠 안녕’ 스튜디오 버전에는 정석원·장호일과 객원보컬 윤종신·이장우·조규찬·김형중이 참여했다. 이들은 공일오비의 마지막 앨범이 될 뻔했던 6집 <더 식스 센스 페어웰 투 더 월드>(1996)에 참여했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윤종신은 1991년 원곡과 리메이크 곡 모두에 참여한 객원보컬이 됐다. 이들이 부른 ‘이젠 안녕’의 후렴에 지난해 8월 24~25일 이틀간 열린 공연에서 녹음한 관객 목소리를 코러스로 넣었다. 애초 이 한 곡으로 끝내려 했지만, 공연장 녹음 당시 생생한 현장감과 따뜻한 느낌이 좋아 특별한 버전을 하나 더 만들었다. 관객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합창한 라이브 버전도 함께 수록한 것이다. 이 버전에는 관객들의 웃음소리, “고마워요” 외치는 소리도 그대로 들어가 있다.

팬들이 찍은 ‘직캠’으로 만든 ‘이젠 안녕’ 뮤직비디오. 더공일오비 제공
팬들이 찍은 ‘직캠’으로 만든 ‘이젠 안녕’ 뮤직비디오. 더공일오비 제공
공일오비는 뮤직비디오도 두 편을 만들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공연장에서 ‘이젠 안녕’을 부르는 팬들의 뒷모습만 보여주는 버전이 그 하나고, 팬들이 공연장에서 직접 찍어 보내준 ‘직캠’ 영상들을 모아 만든 라이브 버전이 다른 하나다. 나는 관객 뒤통수 버전을 보고 또 봤다. 혹시 내 뒤통수가 잡히지 않았을까 해서다. 아쉽게도 아직 찾지는 못했다. 대신 다른 걸 찾았다. 한동안 잊고 지냈던 친구들과의 추억. 조만간 그때 그 친구들과 만나 노래방에 가야겠다. 물론 마지막 곡은 ‘이젠 안녕’이다. “시간은 우리를 다시 만나게 해주겠지/ 우리 그때까지 아쉽지만 기다려봐요~”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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