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문세가 작곡가 이영훈 11주기를 맞아 2월14일 여는 ‘열한번째 발렌타인데이, 친구 이영훈’ 공연 포스터. 케이문에프엔디 제공
가수 이문세와 작곡가 이영훈은 한국 대중음악사에 남을 명콤비다. 1983년 데뷔한 이문세가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건 이영훈과 처음 손을 잡고 1985년 발표한 3집부터다. ‘난 아직 모르잖아요’ ‘소녀’ 같은 노래들은 감정 과잉으로 치닫지 않으면서 담담하지만 깊은 울림을 자아냈다. 이후 이영훈의 세련된 송라이팅과 이문세의 무심한 듯 마음 깊은 곳에 가닿는 창법이 시너지를 낸 명반이 줄줄이 탄생했다. 둘은 ‘그녀의 웃음소리뿐’ ‘광화문 연가’ ‘시를 위한 시’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붉은 노을’ 등 수많은 명곡을 남겼다.
이문세와 이영훈의 협업은 1991년 ‘옛사랑’이 담긴 7집까지 이어지다 멈췄다. 이문세는 8집을 다른 작곡가들과 작업했으나 예전 같은 반응은 얻지 못했다. 이후 9집과 13집을 함께 작업하는 등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던 둘은 2008년 이영훈이 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더는 함께 작업할 수 없게 되었다. 이문세는 고인을 그리워했다. 지난해 2월에는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이영훈 10주기를 기리는 헌정 공연 ‘작곡가 이영훈’을 고인의 유가족과 함께 열었다. 한영애, 윤도현, 김범수, 전제덕, 장재인, 이병헌, 차지연, 김설진 등 동료 음악인들과 이문세 팬클럽 ‘마굿간’이 힘을 보탰다.
올해도 이영훈을 기리는 음악회가 열린다. 이문세는 이영훈 11주기인 2월14일 저녁 8시 서울 이태원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열한번째 발렌타인데이, 친구 이영훈’ 공연을 한다. 작은 공연장에서 어쿠스틱 악기를 기반으로 해 이영훈의 음악 자체를 오롯이 감상할 수 있도록 꾸민다. 지금껏 라이브로는 쉽게 들을 수 없었던 곡들까지 준비한다고 한다.
이번 공연은 무료로 진행한다. 이문세 소속사 케이문에프엔디는 “이영훈의 음악을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160명만을 초대해 함께 추억한다는 점에서 팬들에게 소중한 공연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2월6일까지 인스타그램 등 이문세 공식 에스엔에스(SNS)와 이메일로 공연 신청 이유를 적어 보내면 추첨을 통해 초대자를 선정한다. 당첨자는 2월8일까지 개별적으로 공지한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