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개발을 주제로 한 최춘웅의 <미래의 부검>. 김경태 사진작가
지난해 베네치아(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에 출품됐던 ‘국가 아방가르드의 유령’이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귀국보고회를 열고 있다. 박성태 예술감독(정림건축문화재단 상임이사)과 정다영(국립현대미술관 학예사), 건축비평가인 박정현(도서출판 마티 편집장), 최춘웅(서울대 교수) 공동큐레이터가 기획한 이 전시는 1960년대 국가주도 개발의 핵심기지이자 김수근·윤승중·유걸·김석철·김원 등 당시 한국의 내로라하는 건축가들이 활동했던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기공)를 주제로 했다. 영국 <가디언>이 선정한 ‘흥미로운 전시’에 꼽히기도 했다.
억압적 통치 탓에 민주주의의 토대인 시민사회가 부재했던 시절, 1965년 설립된 기공은 국영 건축·토목기술회사로서 항만, 수도, 공장, 교량, 박람회 파빌리온 등 국가주의를 물리적으로 구현하는 작업을 도맡았다. 가령 한강개발, 삼일고가, 경부고속도로, 포항제철·중문·보문관광단지 등 경제성장과 국토개발의 토대를 이룬 대부분의 구조물이 기공을 통해 구축됐다. 전시팀은 기공이 국토의 풍경을 바꾸는 대대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했음에도 이에 대한 자료 축적, 아카이빙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점에 주목해 기공의 작업을 ‘유령’으로 설정하고 전시를 꾸렸다. 전시 축은 기공의 건축가들이 청사진을 그렸으나 실현되지 않은 프로젝트 기록을 담은 ‘부재하는 아카이브’와 기공의 유산들을 해석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 ‘도래하는 아카이브’ 두 갈래다. ‘도래하는 아카이브’는 김경태, 김성우, 바리(BARE), 설계회사, 서현석, 정지돈, 최춘웅, 로랑 페레이라 등 8팀의 건축가·아티스트가 참여해 세운상가, 여의도개발, 한국무역박람회, 오사카 엑스포70 한국관 등을 소재로 설치·사진·영상·웹툰 등의 다양한 형식을 통해 사회적 맥락, 건축적 도전과 가치를 짚는다. 이번 아르코미술관 전시에선 지난해 베네치아 전시회에 출품되지 않았던 로랑 페레이라의 <밤섬, 변화의 씨앗>과 엑스포70 한국관을 24첩의 병풍으로 재해석한 설계회사의 <빌딩 스테이트>가 새롭게 선보인다. 5월26일까지. (02)760-4626.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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