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위에 지친 영혼을 덥혀줄 따뜻한 소극장 연극 두 편이 나란히 무대에 올랐다. 두 작품 모두 겨울이 배경이고, 연출가의 연극 데뷔작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무엇보다 우리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따뜻한 감성이 매력적인 작품들이다.
우리나쁜자석
동화를 소재로 풀어나간
한편의 동화같은 연극 한편의 동화같은 연극이다. 극을 이끌어가는 것도 동화다. 알콜중독자인 아버지 아래서 자폐아로 자란 원석이(김유철)의 유일한 낙은 동화를 짓는 것이다. 각박한 세상일수록 판타지는 아름다운 법. 극중극 형식으로 펼쳐지는 두 편의 동화, <하늘정원>과 <나쁜자석>은 현대인들의 남루한 일상을 살포시 어루만져주는 듯하다. 친구 4명의 삶을 9살, 19살, 29살로 단면을 쳐서 보여준다. 29살 현재로 시작해 회상을 통해 과거를 보여준다. 서른살 청년 배우들의 초등학생 연기는 천연덕스럽게 귀엽고, 반항아적인 19살은 위태롭고 사실적이다. 특히 동화를 재연하는 장면은 배꼽을 쥐게 만든다. 작가가 가장 사랑한다는 ‘논쟁 장면’으로 후끈 달아올랐던 감정선은 동화적인 결말로 이내 포근해진다. 꽃이 비처럼 날리는 마지막 장면은 이 연극의 백미다. 영국 스코틀랜드 출신의 젊은 작가 더글라스 맥스웰(31)의 원작이 갖고 있는 힘도 좋지만, 신예 연출가 김효중(26)과 번역문을 경상도 사투리로 갈고닦은 정은희(27)의 내공도 만만치 않다. 김효중은 지난 여름 블록버스터 뮤지컬 <마법전사 미르가온>을 연출한 바 있지만, 연극은 이번이 처음이다. 31일까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02)764-8760. 12월 이야기 대학로 카페 단골 연극인들
의기투합한 ‘훈훈표’ 작품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사랑에 관한 얘기다. ‘12월 이야기’라는 카페에 사람들이 찾아든다. 카페 주인 양난주(김승희)와 이선재(김정영)가 마련한 송년 파티.
이들은 카페를 무대 삼아 춤추고 노래하고, 울고 웃는다. 주저하고, 자신없어 하는 모습은 모두들 우리의 자화상 같다. 그래서인지 잠깐씩 등장했다 사라지는 고시생의 희극적 존재감이 더욱 두드러진다.
선재의 옛 애인이자 지방방송국 기자인 최동호가 나타나면서 극은 갈등 구조로 치닫는다. 사랑에 구속받기 싫어하는 사진작가 김영수와 그런 그를 해바라기처럼 기다리는 동거녀 정정희, 대학강사 서인화를 좋아하는 대학생 신수현의 어긋난 사랑이 갈등을 보탠다.
이 연극은 실제로 대학로의 ‘벨벳 언더그라운드’라는 카페에 자주 드나드는 연극인 몇명이 카페에서 의기투합해 만든 작품이다. 해마다 12월에 올릴 수 있는 따뜻한 연극을 만들어보자고, 모임 이름도 ‘스웨터’라고 지었다. 극단76단과 연우무대의 배우와 스태프들이 주축이다. 희곡 작가로서 첫 연극 연출에 도전한 최창근(35)은 배우들의 실제 성격과 모습을 염두에 두고 대본을 썼다고 한다. 김영수 역을 맡은 장우재는 전업 배우를 선언한 작가이자 연출가다. 꿈꾸는 듯한 그의 대사는 시적으로 들린다. 내년 1월8일까지 대학로 낙산씨어터. (02)764-9076.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한편의 동화같은 연극 한편의 동화같은 연극이다. 극을 이끌어가는 것도 동화다. 알콜중독자인 아버지 아래서 자폐아로 자란 원석이(김유철)의 유일한 낙은 동화를 짓는 것이다. 각박한 세상일수록 판타지는 아름다운 법. 극중극 형식으로 펼쳐지는 두 편의 동화, <하늘정원>과 <나쁜자석>은 현대인들의 남루한 일상을 살포시 어루만져주는 듯하다. 친구 4명의 삶을 9살, 19살, 29살로 단면을 쳐서 보여준다. 29살 현재로 시작해 회상을 통해 과거를 보여준다. 서른살 청년 배우들의 초등학생 연기는 천연덕스럽게 귀엽고, 반항아적인 19살은 위태롭고 사실적이다. 특히 동화를 재연하는 장면은 배꼽을 쥐게 만든다. 작가가 가장 사랑한다는 ‘논쟁 장면’으로 후끈 달아올랐던 감정선은 동화적인 결말로 이내 포근해진다. 꽃이 비처럼 날리는 마지막 장면은 이 연극의 백미다. 영국 스코틀랜드 출신의 젊은 작가 더글라스 맥스웰(31)의 원작이 갖고 있는 힘도 좋지만, 신예 연출가 김효중(26)과 번역문을 경상도 사투리로 갈고닦은 정은희(27)의 내공도 만만치 않다. 김효중은 지난 여름 블록버스터 뮤지컬 <마법전사 미르가온>을 연출한 바 있지만, 연극은 이번이 처음이다. 31일까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02)764-8760. 12월 이야기 대학로 카페 단골 연극인들
의기투합한 ‘훈훈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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