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음원 서비스 시장 점유율 1위인 멜론(카카오엠)이 운영하는 ‘최신 음악 노출 시스템’이 불공정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메인 화면 상단에 최신 음악을 띄우면서 노골적으로 자사인 카카오엠이 유통하는 노래를 밀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최근 한 업계 전문가로부터 지난 7월29일부터 12월1일까지 4개월 동안 멜론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메인 화면에 노출된 최신 음악을 전수 조사한 결과를 입수했다. 이 자료를 보면, 메인 화면에 노출된 3곡 중 2곡을 카카오엠 유통 음원으로 채운 비율이 70%를 넘었다.
수십개의 새 음원 가운데 메인에 노출할 음원을 선택하는 것은 멜론·벅스·지니 등 각 음원사이트의 재량이다. 멜론의 경우 매일 정오와 오후 6시에 최신 음악 목록을 업데이트하는데, 앱 첫 화면에는 맨 앞 3곡만 노출된다. 음원의 효과적인 홍보와 판매를 위해서는 첫 3곡 안에 포함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셈이다.
자료를 자세히 뜯어 보면, 조사 기간 중 모두 204번 업데이트된 최신 음악 목록에서 첫 3곡 중 2곡이 카카오엠 음원인 경우가 155번(76%)이었고, 3곡 중 1곡이 카카오엠 유통 음원인 경우는 48번(24%)이었다. 카카오엠 유통 음원이 3곡 중 1곡도 없었던 적은 10월2일 낮 12시 단 한번밖에 없었다.
노출 지속 시간에서도 차이가 드러났다. 카카오엠 유통 음원은 24시간씩 노출하고 다른 유통사 음원은 6~18시간만 노출하는 식이다. 예컨대 11월12일 오후 6시 첫 3곡에는 카카오엠이 유통한 박혜원·세븐어클락 노래와 스톤뮤직이 유통한 네이처 노래가 노출됐는데, 이튿날 낮 12시 박혜원과 세븐어클락 노래는 그대로인 채 네이처의 노래만 다날이 유통한 솔비 노래로 교체됐다. 이후 같은 날 오후 6시 3곡 모두가 교체됐다. 결과적으로 박혜원과 세븐어클락 노래는 24시간 노출된 데 견줘 네이처 노래는 18시간, 솔비 노래는 6시간만 노출된 셈이다.
업계에서는 자사 유통 음원을 메인 화면에 더 많이, 더 오랫동안 노출함으로써 음원 소비를 촉진하는 것은 “노골적인 밀어주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가온차트가 발표한 ‘2018년 음원 유통사 점유율’(400위권 기준)을 보면 카카오엠은 29.9%를 차지하고 있다. 이 수치와 비교해도 첫 화면 3곡 중 2곡에 자사의 곡을 배치하는 비율이 76%에 이르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음반 제작사 관계자 ㄱ씨는 “지니도 메인 화면에 최신 음악을 3개씩 노출하지만, 멜론처럼 심하게 자사(지니뮤직) 음악만 노출하진 않는다. 벅스는 지난 3월부터 메인 화면에 최신 음악을 8개씩 노출하는 방식으로 바꿔 비교적 공정하다. 유독 멜론만 노골적으로 자사 음악을 밀어주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음원사이트의 불공정한 행태는 이전에도 있었다. 2012년에도 멜론 등이 자사 유통 음원을 ‘추천곡’이란 명목으로 차트 1위곡 바로 위에 노출해 시장을 교란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비판이 일자 멜론을 비롯한 주요 사이트는 2015년 추천곡 제도를 없앴다.
하지만 추천곡 제도가 없어지자 상대적으로 최신 음악 노출의 위력은 더 커졌다는 것이 업계의 목소리다. 한 유통사 ㄴ부장은 “유통 협상을 할 때 ‘멜론 메인에 걸어달라’는 것이 기획사들의 첫번째 요구일 정도로 멜론의 메인 노출 위력이 대단하다. 카카오엠이 메인 3개 중 2개를 독점하고 나머지 유통사들이 1개를 놓고 혈전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지속적인 문제 제기에도 이런 시스템이 유지되는 이유는 멜론이 음원 시장 점유율 58.5%(한국콘텐츠진흥원 2018년 조사)를 차지하는 최대 사업자, 즉 ‘절대 갑’이기 때문이다. 한 유통사 관계자는 “변호사에게 자문해보니 (멜론의 행태는)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멜론에 법적으로 대응하기는 쉽지 않다. 협상력을 키우기 위해 유통사들이 합심해 음원을 빼는 방법이 있지만, 매출을 포기하고 동참할 회사가 몇이나 되겠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멜론 관계자는 “메인 화면 노출은 아티스트에 대한 기대감, 이전 음원 성적 등을 고려한 내부 로직에 따라 정해진다”고 밝혔다.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는 “최신 음악을 음원사이트의 재량으로 골라 메인에 노출하는 방식은 취향의 획일화를 가져올 수 있다”며 “스포티파이처럼 알고리즘에 따라 취향에 맞는 음악을 추천하는 등 메인 노출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 대안”이라고 말했다.
신지민 기자
godji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