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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반환점’에 선 기타리스트 박주원 “기타는 나의 또 다른 이름”

등록 2020-01-23 17:03수정 2020-01-24 02:33

[데뷔 10주년 기념 공연 앞 둔 박주원]

9살 때 멋져 보여 시작한 기타
수많은 뮤지션들 세션맨 활동
2009년 첫 앨범 ‘집시의 시간’ 발매
새달 10주년 기념 콘서트 앞둬

“변화하던 머무르던 다 내 스타일
욕심도 부담감도 다 내려놨어요
연주자로서 가장 즐거운 건 공연
관객 감동시킬 고민 자체가 즐거워”
데뷔 10주년 기념 공연 준비에 한창인 기타리스트 박주원이 21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스튜디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데뷔 10주년 기념 공연 준비에 한창인 기타리스트 박주원이 21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스튜디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제 음악 인생에서 지금이 반환점이라 생각해요. 10년 동안 여러 사공에 의해 흔들리기도 하고, 주변의 평가에 좌우됐던 시간도 있었지만 이젠 욕심도 부담감도 다 내려놨습니다.”

어느덧 데뷔 10년, ‘집시 기타의 1인자’인 기타리스트 박주원은 편안해 보였다. “새로운 시도를 해봐도 데뷔 초 1·2집이 더 좋다는 팬들도 많아 고민도 깊었지만 변화를 줘도 내 스타일이고, 기존의 것을 가져가도 내 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그저 기타와 음악을 즐기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박주원은 다음달 29일, 음악 여정 10년을 기념해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박주원 10주년 기타 콘서트 위드 스트링스’를 연다. 콘서트를 앞두고 연습에 한창인 박주원을 지난 21일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 사옥에서 만났다.

임재범, 신승훈, 김범수, 이승환, 성시경, 아이유 등의 앨범 및 라이브 공연 세션맨으로 유명한 박주원은 사실 2009년 자기 이름을 건 첫 앨범 <집시의 시간>으로 솔로 기타리스트 데뷔를 했다. 그의 1·2집은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재즈·음반 부문에서 연속 수상했다. 무명 시절이 없다시피 한 그는 의외로 시대가 놓쳐버린 ‘비운의 천재’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고 했다. “저는 2012년에 이미 양준일에 관한 포스팅을 제 페이스북에 올렸어요. 당시엔 그 포스팅조차 ‘좋아요’가 26개밖에 안 됐어요.(웃음) 지금이라도 그가 빛을 보게 돼 다행이죠.” 지금 당장이 아니라도 진정 가치 있는 음악(혹은 음악인)은 결국 시대를 넘어 평가받는다는 ‘믿음’ 때문이다.

데뷔 10주년 기념 공연 준비에 한창인 기타리스트 박주원이 21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스튜디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데뷔 10주년 기념 공연 준비에 한창인 기타리스트 박주원이 21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스튜디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박주원은 지난 10년간 발매한 앨범 6장에서 이방의 장르인 집시음악에 한국적 정서를 녹여낸 음악을 선보였다. 박주원은 어떤 장르라도 한국인이 연주하는 곡에는 한국의 것이 묻어난다고 했다. “제가 보고 듣고 자란 음악이 한국 음악이니까요. 그런 것들이 제 연주 속에 응축된 것 아닐까요? 사람들이 제 연주에 ‘한’이 있다고 평가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겠죠.”

그는 한편으론 작곡가로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2013년에 발표된 아이유의 앨범 중 ‘을의 연애’와 ‘아이야 나랑 걷자’ 등 2곡을 작곡했고 영화 <러브픽션>과 드라마 <돈의 화신>(SBS) 오에스티(OST)에도 참여하기도 했다.

솔로 기타리스트, 작곡가, 세션맨 등 다양한 활동을 해온 그에게 가장 즐거운 일은 단연 공연이다. “다른 가수의 곡을 만들 땐 저만의 색깔을 입히기보단 그 가수의 특성에 맞게 만들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요. 연주자로서는 공연하는 것만큼 재밌는 게 없죠. 공연 때는 편곡에 포인트를 주거나, 갑자기 즉흥 연주를 하는 등 ‘킬링 포인트’가 있는데, 어떻게 관객을 감동하게 할까 고민하는 시간 자체가 즐거워요.”

데뷔 10주년 기념 공연 준비에 한창인 기타리스트 박주원이 21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스튜디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데뷔 10주년 기념 공연 준비에 한창인 기타리스트 박주원이 21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스튜디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수많은 뮤지션과 작업을 해온 박주원에게 음악적으로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사람은 누구일까. 박주원은 가요계의 거목 최백호, 재즈 보컬리스트 말로, 반도네온 연주자 고상지 등을 뽑았다. 가수 최백호는 박주원의 2집에 실린 ‘방랑자’를 불렀는데, 이번 공연에도 게스트로 나와 노래한다. “원래 기타와 바이올린 합주를 염두에 두고 쓴 곡인데, 문득 바이올린 대신 최백호씨의 목소리가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어 노래를 부탁했죠. 난생처음 객원 가수를 하셨는데, 목소리가 장르라는 것을 보여준 분이에요. 말로에게서는 재즈 연주, 재즈 어법을 배웠고요. 고상지는 반도네온이라는 낯선 악기로 불모지를 개척한 연주자예요. 연주자로서 음악적 고민을 함께 나눠왔죠.”

박주원은 요즘 유튜브나 에스엔에스(SNS) 등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지구 반대편에서도 자신의 연주가 닿는 것에 감동을 한다고 했다. “어느 날, 제가 존경하는 스페인의 한 국민가수가 자신의 트위터에 제 기타 연주 영상을 올렸어요. 갑자기 스페인 사람들이 제 페이스북에 찾아와 댓글을 달더라고요. 데뷔할 때만 해도 제 연주가 이렇게 쉽게 지구 반대편에 닿을 수 있다는 걸 상상도 못 했는데. 말이 통하지 않아도 음악으론 통한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달았죠.”

데뷔 10주년 기념 공연 준비에 한창인 기타리스트 박주원이 21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스튜디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데뷔 10주년 기념 공연 준비에 한창인 기타리스트 박주원이 21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스튜디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5살 때 엄마 손에 이끌려 간 피아노 학원에서 음악을 접했지만, 9살 때 같은 반 친구의 기타가 더 멋져 보여 기타 연주를 시작했다는 박주원. 그 ‘멋짐’이 직업이자 삶의 길이 됐다. 그렇게 기타와 함께한 인생도 벌써 30여년. 그에게 기타란 어떤 의미일까. “초등학교 때부터 박주원이란 이름 대신 친구들 사이에서 ‘기타’로 불렸어요. 제 이름은 몰라도 ‘아, 그 기타?’라고 했을 정도니까요. 기타는 저의 또 다른 이름 같은 거예요.”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잡는 잠깐 동안에도 쉴 새 없이 기타 줄을 튕기며 ‘방랑자’를 연주하는 박주원. 그의 몸과 한 벌처럼 맞춤인, 반질반질 손때가 묻은 기타가 앞으로 뿜어낼 음악을 상상하니 벌써부터 귓가가 아련해진다. 박주원은 “이번 콘서트에서 처음으로 20인조 스트링 앙상블과 협연해 ‘슬픔의 피에스타’ ‘서울 볼레로’ 등을 들려드릴 예정”이라며 한껏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신지민 기자 godji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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