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육십 하고 하나일 땐, 난 그땐 어떤 사람일까. 그때도 울 수 있고 가슴 속엔 꿈이 남아 있을까.”
어느덧 데뷔 50주년을 맞은 가수 이장희가 요즘 가장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다. 오는 3월2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데뷔 50주년 기념 콘서트를 하는 그가 30일 서울 종로구 복합문화공간 에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먼저 들려준 곡도 바로 ‘내 나이 육십하고 하나일 때’였다. 27살이던 1974년 고려대 축제에서 부르려고 2시간 만에 만들었다는 노래인데, 어느덧 일흔이 넘어 부르는 기분은 어떨까. 지금도 울 수 있고 가슴 속엔 꿈이 남아 있을까?
이장희는 이날 이 노래 말고도 ‘그건 너’,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까지 세 곡을 불렀다. 그의 나이는 이미 ‘일흔 하고 셋’이지만 여전히 청바지가 잘 어울렸고, 목소리는 청아했다.
1960년대 서울 무교동 음악감상실 ‘쎄시봉’에서 여러 자작곡을 선보인 이장희는 1971년 인기 디제이
이종환의 권유로 포크송 ‘겨울이야기’를 내며 데뷔했다. 이후 발표한 ‘그건 너’ ‘한잔의 추억’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등을 잇따라 히트시켜 싱어송라이터로 성공 가도를 달렸다. 콧수염과 오토바이, 통기타가 트레이드마크였던 그는 당대 젊은이들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1975년 대마초 파동에 연루돼 음악을 접었던 그는 2010년 <문화방송>(MBC) 예능 프로그램 <놀러와> <무릎팍도사>에 출연하면서 35년 만에 가요계로 소환됐고, 2011년 신곡 ‘울릉도는 나의 천국’으로 가요계에 복귀했다. 원조 ‘슈가맨’인 셈이다. “예전엔 사람들이 저를 알아보는 게 불편했어요. 그래서 수염도 깎아버렸어요. 그러다 수염 깎은 얼굴로 35년 만에 재조명되면서 다시 노래하게 됐는데, 제가 얼마나 음악을 좋아했었나 생각하게 됐죠.”
‘그건 너’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등 그의 대표곡들은 젊은 세대들도 잘 알 정도로 널리 사랑받는다. 오랜 세월 동안 그의 노래가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 이장희가 꼽은 이유는 ‘일상어로 만들어진 가사’다. “예전엔 문어체로 가사를 쓰는 경우가 많았어요. 저는 우리의 일상 생활을 소재로 삼고 실제로 우리가 쓰는 대화를 가사로 쓰려고 노력했어요. 이런 점들 때문에 지금도 제 노래가 통하는 것 같아요.”
히트곡을 많이 만든 싱어송라이터지만, 정작 이장희는 악보를 볼 줄 모른다고 했다. “저는 악보를 볼 줄 몰라요. 어떤 상황을 상상하면서 며칠 동안 가사를 써요. 가사만 쓰고 나면 음율과 분위기가 나와서 멜로디는 자연스럽게 흘러가요.”
2004년부터 울릉도에 터를 잡고 살기 시작한 이장희는 이날도 울릉도 홍보대사답게 대자연 예찬론을 펼쳤다. 그는 2018년 자택 앞뜰에 아예 150석 규모의 소극장 울릉천국 아트센터를 개관하기도 했다. “인생의 최고는 자연이라고 생각해요. 1996년엔 설악산에서 세 달간 혼자 살아본 적도 있어요. 자연 속에 있으면 돈, 명예 등은 생각나지 않고 오직 자연의 아름다운만 보일 뿐이죠.”
데뷔 50주년 기념 공연에는 국내 1세대 세션 밴드 ‘동방의 빛’ 멤버 강근식·조원익이 함께한다. 이장희의 오랜 음악 동료들도 게스트로 오를 예정이다. “데뷔 49주년과 50주년이 뭐가 다른 게 있나 싶기도 하지만, 10년이라는 단위가 주는 무게도 있으니 새롭게 준비해보고자 합니다. 50년 음악 인생을 총정리하고, 제 인생의 굴곡을 보여줄 수 있는 무대를 만들려 해요.”
신곡 발표도 예정하고 있단다. 황혼에 관한 노래를 만드는 꿈이 가슴 속에 남아있어서다. “제가 황혼이 됐는데, 황혼은 더 붉게 타올라서 아름다운 풍경이라고 느껴요. 황혼이 되어 안온한 느낌도 받고요. 근데 또 한편으로는 쓸쓸하고 허무하기도 해요. 여기에 착상해서 노래를 만드는 것이 꿈이죠.”
신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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