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정규 3집 앨범 낸 싱어송라이터 ‘어른아이’ 황보라가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아이 소 유(I saw you)~유 인 미~(you in me)~ 잇츠 소 새드(It’s so sad)~ 새드 싱~(sad thing)”
2007년 방영돼 국내외에서 큰 사랑을 받은 문화방송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한결(공유)이 은찬(윤은혜)에게 처음 사랑을 고백하던 장면에서 흐르던 노래를 기억하는가. 단순한 두 줄의 가사만 반복되지만, 아리고 아련한 느낌을 풍기던.
이 노래는 2006년 데뷔한 3인조 밴드 ‘어른아이’의 1집 수록곡 ‘새드 싱’(Sad thing)으로, 드라마의 인기와 더불어 큰 사랑을 받았다. 당시 어른아이는 방송에 출연하거나 언론에 나오지도 않아 대중적으로 크게 알려지진 않았지만, 홍대 인디신(인디음악계)에서 꾸준히 공연을 이어가며 실력을 인정받고 있었다. 게다가 <커피프린스 1호점>에 노래가 2곡이나 삽입되면서 인지도 역시 조금씩 높아지는 시점이었다. 하지만 어른아이는 2009년 2집을 끝으로 활동을 중단했다. 일부 팬들이 음원 사이트나 유튜브에 ‘소식이 궁금하다’는 댓글을 달기도 했지만, 그뿐이었다.
그렇게 차츰 대중에게 잊혔던 어른아이가 지난 3일 11년 만에 정규 3집 앨범을 발표했다. 눈길을 끄는 건 2집부터 1인 밴드가 된 황보라의 남편이 직접 쓴 보도자료였다. “저는 어른아이 황보라의 남편입니다. 더디지만, 많은 애정을 쏟아 작업하는 아내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어 보도자료라도 작성해 배포해봅니다.”
황보라는 왜 11년 만에야 새 앨범을 냈을까? 그간 무엇을 하며 지냈을까? 긴 공백만큼이나 많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 어른아이 황보라를 지난 4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사옥에서 만났다.
어른아이는 자신의 창작곡을 올려 소개할 수 있는 공간이었던 ‘밀림’이라는 사이트에서 음악적 성향이 맞았던 직장인 3명이 만나 2005년 결성한 밴드다. 2집부터는 보컬 겸 기타리스트 황보라 1인 체제가 됐다. “당시 아이 같은 어른처럼 살지 않고, 아이 같은 순수함도 지키면서 성숙한 존재로 살겠단 의미로 ‘어른아이’라는 이름을 지었어요. 2집부터는 혼자 활동하게 됐지만 ‘어른아이’라는 이름만은 그대로 유지하고 싶었죠.”
11년 만에 정규 3집 앨범을 낸 싱어송라이터 ‘어른아이’ 황보라가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음악 활동을 중단한 이유에 대해 그는 “회의감 때문”이라고 답했다. “음악과 더불어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었죠. 매일 직장, 합주, 공연이 반복되니 휴식이 필요했고 한계가 왔어요. 공연에서 ‘새드 싱’을 불러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제가 항상 슬프거나 우울하진 않잖아요. 하지만 그 노래를 부를 땐 억지로 감정을 끌어올려야 했어요. 한순간 회의감이 몰려오면서 멈춰야겠다 싶었어요.”
이후 그는 결혼을 했고, 평범한 주부의 삶을 살며 방송통신대학에서 다시 공부도 하는 등 나름대로 바쁘게 지냈다. 그렇게 긴, 의도된 공백기를 끝내고 음악의 길로 돌아올 수 있었던 건 남편의 격려와 지지 덕분이었다. “2013년 결혼했는데, 남편은 제가 음악을 그만둔 걸 안타까워했어요. 계속 다시 해보라고 권했지만 단호히 거절했죠. 남편은 계속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공연에도 데려가면서 절대 포기하지 않았죠. 그러다 어느 순간, 음악을 사랑했던 그 시절 감정이 되살아나더라고요. 꼭 앨범을 내진 않더라도 중단했던 작업을 마무리해보자는 마음으로 다시 시작했어요.”
용기를 얻은 어른아이는 2017년부터 다시 곡을 쓰기 시작했다. 2018년 8월엔 4곡, 지난해 4월엔 2곡의 디지털 음원도 냈다. 그리고 최근엔 6곡을 더 만들어 10곡을 꽉꽉 채워 넣은 정규 3집 <토닥토닥>을 냈다. ‘첨벙첨벙 심포니’ ‘띵동’ 등 동요 제목 같은 곡들이 눈에 띈다. “힘들었던 시간에 가요는 아예 듣지 않았어요. 그때 동요 생각이 났어요. 대중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언어로 가사를 써보자 생각했죠. 동요 같은 느낌이지만 어른도 들을 수 있는 노래를 만들자고요.” 어른아이라는 이름에 딱 어울리는 발상인 듯싶다.
왕성하게 활동할 당시엔 매주 홍대의 크고 작은 무대에서 공연을 했다. 무대가 그리울 만도 한데, 어른아이는 이제 공연에 대한 큰 욕심은 없단다. 인지도나 인기에 대한 기대도 내려놨다고 했다. “공연보단 꾸준히 음악 만드는 데 집중하고 싶어요. 관객의 요구에 부응하려고 하다 보면, 중심을 잃게 되거든요. 다작하며 다양한 활동을 하는 뮤지션도 있지만, 저처럼 느릿느릿 조용히 활동하는 사람도 하나쯤 있으면 좋지 않을까요?”
어른아이의 남편이 보도자료에 쓴 것처럼 ‘더디지만 많은 애정을 담아’ 11년 만에 낸 3집은 앨범 제목처럼 듣는 이의 마음을 ‘토닥토닥’ 두드려준다. “이제는 공백기 없이, 더디더라도 꾸준히 음악을 하겠다”는 어른아이의 다음 활동이 기다려진다.
신지민 기자
godji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