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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근대 미술품 보물창고 열려…온 사방이 ‘명작 천지’

등록 2020-02-18 18:18수정 2020-02-20 02:09

가나아트 컬렉션 서울 첫 전시
나혜석·박수근·권진규·이상범…
이호재 회장이 30년간 모아온
대가들의 작품 한자리 선보여

이수억 대작 전쟁화 ‘6.25동란’ 등
한국전쟁 70주년 눈길 끄는 작품도
이수억 작가의 1954년 작 유화 <6·25동란>(부분). 입체파 기법으로 피난길을 그렸다.
이수억 작가의 1954년 작 유화 <6·25동란>(부분). 입체파 기법으로 피난길을 그렸다.
대자연이 빚은 걸작을 구경하면서 전시장에 간다.

늦겨울 내린 눈으로 희끗희끗하게 변모한 북한산 보현봉의 설경이다. 조선시대 대가들이 그린 진경산수화의 경지를 훌쩍 뛰어넘는다. 허연 눈을 이고 있는 암산 풍경을 보면서 찾아간 산 밑턱 전시장도 명작 천지다. 1·2층 공간에 왕년의 미술 대가 23명이 펼치는 근현대 미술사가 빼곡하게 펼쳐졌다. 조선 최초의 여성 화가 나혜석이 90여년 전 인상파 터치로 그린 유화 <별장풍경>과 구본웅이 전통 그림의 도상인 괴석과 호랑이를 옮겨와 휘휘 그린 소품들이 서막을 연다. 박수근, 김환기, 장욱진, 권진규의 명품 20여점으로 채워진 1층을 거쳐 문신, 권옥연, 김경, 남관, 문학진, 박고석, 박상옥, 박영선, 손응성, 이달주, 이봉상, 이수억, 정규, 최영림, 한묵, 함대정 등 근현대 작가 16명의 크고 작은 작품 30여점이 내걸린 2층까지 한달음에 시선을 내닫는다.

이봉상의 유화 <역광>(1957). 상반신을 벗은 여인의 반누드상을 평면적이고 장식적인 구도로 그렸다. 한국전쟁 시기 창작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이 작품은 마티스의 야수파 등 서구 모더니즘 회화의 영향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이봉상의 유화 <역광>(1957). 상반신을 벗은 여인의 반누드상을 평면적이고 장식적인 구도로 그렸다. 한국전쟁 시기 창작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이 작품은 마티스의 야수파 등 서구 모더니즘 회화의 영향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지난달 15일부터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 차려진 ‘가나 아트 컬렉션Ⅰ―한국 근현대 미술’전(3월1일까지)은 메이저 화랑인 가나아트센터의 이호재 회장이 30여년간 모아 가나문화재단에 기증한 근현대 주요 미술품 컬렉션을 서울에서 한자리에 내보이는 첫 자리다. 갤러리 현대가 서울 소격동 본관, 신관에서 지난해 연말부터 열고 있는 ‘인물, 초상 그리고 사람―한국 근현대인물화’전(3월1일까지)과 함께 보면 요긴한 미술사 맛보기라 할 수 있다. 전시는 2018년 제주, 2019년 전라도 정읍과 여수에서 이미 열린 전시의 구성과 크게 다르지 않다. 활달하고 거침없는 표현주의적 필치를 구사했던 구본웅의 <여인좌상>을 비롯해 푸른 색조 바탕에 굵은 선으로 구획된 구름과 산, 달이 떠오르는 김환기의 50년대 대표작 <산월>, 이 회장이 애착을 갖고 수집한 권진규의 여인상을 비롯한 조각 명품과 보기 드문 그의 정물화가 감상의 초점으로 꼽힌다. 서울 관객에게 처음 선보이는 전시고, 2020년 새해가 갖는 기년의 성격 때문에 몇몇 작품이 새롭게 부각된다.

백두산 천지를 그린 권순철 작가의 2020년작 <백두>(부분). 가나아트센터 2층의 ‘응중산수’전 전시장 첫머리에 내걸렸다.
백두산 천지를 그린 권순철 작가의 2020년작 <백두>(부분). 가나아트센터 2층의 ‘응중산수’전 전시장 첫머리에 내걸렸다.
올해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더욱 각별하게 다가오는 작품이 이수억의 대작 <6·25동란>(1954)이다. 절망 속에 떠난 피난길의 남녀노소를, 서구 입체파의 인물군상을 떠올리게 하는 구도로 그린 이 작품은 전후 그려진 가장 큰 규모의 전쟁화다. 전후 시기 마당에서 놀이하는 당시 아이들의 동심을 묘사한 박상옥의 그림 또한 함께 걸려 그 시절 분위기를 전해준다. 반면, 거장 마티스 화풍의 우아한 여성 혹은 오달리스크상을 떠올리게 하는 이봉상의 장식적인 여인 그림은 현실을 도피하거나 외면하려 했던 당대 예술가의 또 다른 내면을 짐작하게 한다. 국내 대표적인 추상화가인 남관이 프랑스로 떠나기 직전 그린 <두 노인>(1955)은 배경은 분할된 추상인데, 촌로들의 모습은 구상적으로 표현한 구도가 이채롭다.

관람 동선은 센터 2층 3전시장의 ‘응중산수’전(3월1일까지)으로 옮겨간다. 묵직한 이 땅의 겨울산을 주제로 권순철, 김종구, 박대성, 사석원, 이명복, 이원희, 임옥상, 황재형 등 8명의 작가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겨울 산수를 담아냈다. 백두산 천지의 힘찬 산세를 특유의 장쾌한 색조로 펼쳐낸 권순철 작가의 대작 <백두>, 이명복 작가가 수풀과 나무가 화산암 암반에 얽혀든 제주 특유의 숲 풍경을 나른한 분위기의 푸른 색조 아래 묘사한 <숲> 연작 등이 눈에 들어온다.

권영우 작가의 콜라주 작업인 <S77-48>(1977). 화판에 바른 화선지 표면에 숱하게 구멍을 뚫어 화면을 채운 이 작품은 행위의 흔적을 통해 독특한 추상적 이미지를 발산한다.
권영우 작가의 콜라주 작업인 (1977). 화판에 바른 화선지 표면에 숱하게 구멍을 뚫어 화면을 채운 이 작품은 행위의 흔적을 통해 독특한 추상적 이미지를 발산한다.
발길을 돌려 서울 북촌 인사동길 인사아트센터 1~3층으로 간다. 가나아트컬렉션의 한국화 장르 작품만 따로 떼어 전시하는 ‘가나 아트 컬렉션Ⅱ―한국의 수묵채색화’전(23일까지)이 차려져 있다. 1층 작품은 한국 화단의 거장으로 꼽히는 청전 이상범의 50~60년대 작품으로 채워졌다. 쌀알 같은 점이나 뿌연 수묵의 번짐, 계곡 위 산촌과 촌부의 구도로 가장 한국적인 전원 풍경화를 만들었다고 평가되는 청전의 대표작 <산음촌가>(1962)와 70년대 사계병풍도 등의 수작이 나왔다. 2층에서는 화선지 화폭에 구멍을 뚫어 독특한 촉감의 추상화면을 만든 한국 추상의 대가 권영우 작가의 대작과 푸르고 벌건 원색의 무속 그림으로 한국화의 새로운 경지를 만든 박생광의 채색화, 서구 화단에 널리 알려진 이응노의 초기 문자 추상 작품이 걸렸다. 3층은 70~80년대 한국화 전성기 주역인 박노수, 장우성, 김기창, 박래현의 작품 모음이다.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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