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문화계 샛별 ⑤ 안무가 정영두
대한민국 무용계에서 안무가 정영두(32·두 댄스시어터 대표)씨의 존재는 각별하다. 인문학적 성찰에 뿌리를 둔 작품을 짤 수 있는 ‘드문’ 안무가이기 때문이다. 내로라하는 무용수는 많아도, 창작의 영역에 해당하는 안무는 초라한 현실에서 그의 출현은 하나의 ‘사건’에 가깝다. “무용은 언어를 배제하니까 추상예술이라고 할 수 있죠. 문제는 무용하는 많은 사람들이 추상 표현의 근거에 대해 별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거에요. 텍스트가 없으니까 대충 만드는 경향이 있죠. 추상적인 무용예술을 구체적으로 만들기, 구체적이면서도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추상성을 갖기가 제 작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추상성·구체성 겸비한 정교한 안무 정평 그의 흔치 않은 능력은 먼 길을 돌아온 삶의 궤적과도 관계가 깊다. 전교조 합법화 투쟁이 한창이던 고등학교 시절 나주지역고등학생연합회(일명 나고련) 활동을 하면서 ‘운동권’이 됐고, 대학은 일찌감치 포기했다. 그는 ‘서태지 세대’였던 것이다. 졸업 후에는 연극반 활동의 경험과 운동을 일치시키기 위해 ‘극단 현장’에 들어가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대사가 힘들었어요. 대신 자꾸 몸을 의식하게 되더라구요. ‘내가 왜 이런 자세를 취하고 있지?’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죠.” 몸에 관한 질문은 그를 자연스레 무용으로 이끌었다. 군에서 제대한 뒤 안무가 홍신자씨의 작품이나 경기도립극단 등에서 객원 무용수로 활동했다. 그러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에 창작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늦깎이 99학번으로 입학했다. 무용 학원조차 다닐 여유가 없었던 그에게 학교는 경이로운 세계였다. “무용에 배가 고파서 들어갔기 때문에 많은 질문을 했고, 많이 풀었어요. 전에 생각했던 것들을 무용으로 녹여냈죠.”
<불편한 하나> <내려오지 않기> <살짝 스치듯> 등 그의 작품들은 제목부터가 시적이다. 2004년 5월 그가 발표한 <달지 않은 공기>는 현대무용도 관객을 펑펑 울게 할 수 있다는 놀라운 경험을 제공한 공연이었다. 가난한 연인들의 삶과 죽음을 그린 작품이었는데, 추상성과 구체성을 겸비한 정교한 안무로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같은 해 일본 요코하마 댄스컬렉션에서는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대상을 탔다. 주일 프랑스대사관이 주는 특별상도 차지해 부상으로 프랑스 연수를 다녀왔다. 지난해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프랑스에 한 번 더 다녀왔다. 유럽 최고의 댄스클래스라고 정평이 나 있는 수잔 버지의 르와요몽 무용센터에서 다시 한번 기본기를 닦았다. 미국으로 일본으로 서울에서…2006년은 열매 거둬야죠 그에게 2006년은 지난해 뿌린 씨앗의 열매를 거두는 해가 될 것이다. 미국과 일본, 서울 등 올해 확정적으로 잡혀있는 공연만 해도 4개다. 워크숍을 포함하면 몇개가 더 추가된다. “몸을 통해 세상의 갈라진 곳을 메우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무용단 여건이 좋아져서 단원들과 안정적으로 작품활동을 할 수 있으면 좋겠구요.” 글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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