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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목판화와 사운드가 빚어낸 ‘도시의 생기’

등록 2020-03-18 18:53수정 2020-03-19 02:34

[이언정·서혜민 ‘움푹 파이고 볼록 솟은’]
판화가와 소리예술가의 2인전
경쾌한 정경 담은 목판화 옆
‘부릉~드륵~’ 익숙한 음향
시청각 넘나드는 이색 전시
갤러리 밈에 차려진 서혜민·이언정 작가의 2인전 전시장 모습. 가까운 전면에 보이는 작업은 서 작가의 소리 작업 파장을 실크스크린 판화 기법을 써서 형상화한 이 작가의 근작. 안쪽에 도시 풍경을 담은 이 작가의 대형 목판화와 도시의 소리 등을 담은 서 작가의 사운드아트 스피커가 보인다.
갤러리 밈에 차려진 서혜민·이언정 작가의 2인전 전시장 모습. 가까운 전면에 보이는 작업은 서 작가의 소리 작업 파장을 실크스크린 판화 기법을 써서 형상화한 이 작가의 근작. 안쪽에 도시 풍경을 담은 이 작가의 대형 목판화와 도시의 소리 등을 담은 서 작가의 사운드아트 스피커가 보인다.

‘부릉~부릉~’ ‘드륵~드르륵~’ ‘팡! 팡!’ ‘퉁~퉁’

스피커 기기가 공명통 울리며 갖가지 소리를 쏟아낸다. 차 시동 걸고, 무언가 긁고 치고 퉁기는 소리가 잇따른다. ‘오오옹~’ 사이렌 소리를 연상시키는 연속음까지 몰아친다. 보는 이의 마음이 약간 다급해질 즈음 벽을 쳐다본다. 장난감 같은 작은 집, 빌딩이 다닥다닥 붙은 도시 풍경이 목판화에 찍혀 걸려 있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 밈 2전시장에서 선보이고 있는 판화가 이언정씨와 소리예술가 서혜민씨의 2인전 ‘옴폭 파이고 볼록 솟은’은 눈과 귀를 낯설게 자극한다. 이 작가는 도시 풍경을 장난감 놀이 공간처럼 묘사한 목판화를 찍어 벽에 걸고, 서 작가는 그 목판화 속 풍경에서 울릴 법한 소리를 추려 합성한 사운드아트로 화답한다. 이 작가는 다시 서 작가의 소리 작업에 깃든 물결, 파장 등을 여러 층의 색띠로 겹친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형상화한 소품을 선보인다.

두 작가의 협업이 시작되는 지점은 이 작가의 <소리도시를 새기다>(Engrave on the sound City)라는 목판화다. 위에서 내려다본 구도로 도시 한 부분을 그려 시점의 변화를 끌어낸 그림이다. 단순하게 정형화한 건물, 하천, 다리 등의 전경이 놀이 공간처럼 경쾌한 느낌을 준다. 서 작가는 이런 목판화의 도시 경관 속에서 들릴 법한 일상적인 소리와, 판화를 새기고 찍을 때 도구와 재료를 다루며 생기는 소리를 채집해 합치고 다듬는다. 전시장 스피커 장치에서 울려 나오는 <소리를 새기다 1·2·3>(engrave on the sound s1, 2, 3)이란 사운드아트 작품이 그 결과물이다. 작품의 소리는 익숙한 듯하면서도 날선 파동과 높낮이를 지녔다. 관객에겐 다소 불편하고 생경하게 들리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일상의 소리를 새롭게 의식하게도 한다. 물질성이 강한 판화 작업과 실체가 없는 소리예술의 조합은 이질적으로 비치지만, 두 작가는 되레 서로의 작업 속성을 모티브 삼아 대화를 주고받듯 상호작용하는 구도를 만들어냈다. 도심 건물을 새겨 찍은 서 작가의 목판화가 이 작가의 소리 작품으로 변해 전시장 내부를 떠도는 듯하고, 그 소리가 지닌 파장이 다시 실크스크린 판화의 무늬로 탈바꿈하는 듯한 변신 릴레이의 전시틀 또한 재미있다.

근래 미술판에서 여러 장르 간 넘나들기 작업이 계속 진행됐지만, 두 작가의 전시는 상대 장르에 대한 깊은 이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독창적인 시청각 콘텐츠를 만들어냈다는 점이 특징이다. 22일까지.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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