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에서 26년간 사진기자로 일하다 지난 4월 정년을 맞은 강재훈(60) 사진가는 언론계 취재 이력 못지않게 다큐 사진계에서도 독특한 기록의 영역을 만들어왔다. 지난 30년 동안 폐교를 앞둔 전국 산골 낙도의 분교들과 그곳 아이들 모습을 렌즈에 꾸준히 담았다. 어린 시절 작은 시골학교에 다닌 추억을 품고 작가가 1991년부터 지난해까지 진력해 온 분교 기행 작업을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9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서울 종로구 청운동 사진 갤러리 류가헌에서 여는 개관 10돌 초대전 ‘들꽃 피는 학교, 분교’다. 전시장에는 소규모 학교 통폐합정책에 따라 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사라진 벽지 분교의 풍경과 아이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각각의 사연을 말없이 전해준다.
강재훈 사진가의 최근 모습. 지난 2월 강윤중 <경향신문> 기자가 찍었다.
국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었던 분교인 경남 밀양 사자평 ‘고사리학교’의 운동장을 찍은 작품(1991년)에서 아이들은 햇살을 받으며 힘차게 뛰놀지만, 그들을 감싼 산야의 풍경엔 쓸쓸한 기운이 감돈다. 경기도 화성군 우음도의 우음분교 운동장에서 반바지 차림의 여자 어린이 1명이 연단 위의 선생님과 방긋 웃으면서 아침 조회를 하는 장면(1997년 작)도 인상적이다. 마치 연극 무대 같은 구도 속에 선생님과 아이가 시선을 나누는 모습이 싱그럽고도 애잔한 감정을 자아낸다. 수업을 마치고 내리막 너덜길을 손잡고 내려가는 경기 양평 명달분교 아이들의 뒷모습(1997년)과 누나가 어린 남동생을 데려와 돌보면서 공부하는 강원도 정선 연포분교의 교실(1998) 등 21세기 현실엔 없는 분교 풍경들이 사진 속에 살아있다. 강 작가는 분교 기행과 관련해 1998년 사진집 <분교-들꽃 피는 학교>를 낸 것을 시작으로 <산골분교 운동회>(2006), <산골분교>(2009) 등 후속 사진집을 잇달아 내면서 전시를 거듭해왔다.
이번 전시에도 초대전 제목과 같은 이름의 사진집과 산문집이 한 갖춤으로 나왔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도판 류가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