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3일부터 올해 3월1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렸던 기획전 ‘가야본성’의 전시장. 다종다양한 가야 토기 수백여점을 담은 탑 모양의 대형 유리 진열장이 눈길을 끌었다.
지난 연말 역사 왜곡 논란을 빚으며 일부 전시품을 교체하는 등 곡절을 빚었던 국립중앙박물관의 특별 기획전 ‘가야본성’의 일본 순회전이 사실상 무산됐다. 박물관 쪽은 원래 오는 7~12월 일본 국립역사민속박물관과 후쿠오카의 규슈국립박물관에서 일본 순회전을 열기로 하고 준비작업을 추진해왔으나 2월부터 본격화한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안전을 위해 전시를 하지 않기로 최근 일본 쪽과 합의했다고 11일 밝혔다.
‘가야본성’전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이어 지난달부터 이달 6일까지 부산박물관으로 옮겨와 국내 순회전을 마치고 일본 전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7~9월 일본 지바 국립역사민속박물관, 10~12월 후쿠오카 규슈국립박물관 전시를 예정했고, 첫 전시를 하는 국립역사민속박물관은 지난달까지 유물 인수를 준비하면서 한·일 전문가들에게 초청장까지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면서 일본 정부가 도쿄 등에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박물관을 휴관한데다, 한국에서 온 입국자는 2주간 자비 격리를 의무화하는 등 제한을 강화해 유물 반입 등에 어려움이 있다고 박물관 쪽은 설명했다. 박물관 쪽 한 관계자는 “순회전 기한은 다가오는데 일본 쪽은 묵묵부답이라 속을 태웠다. 지난달 중순 전자우편으로 유물 반출의 어려움을 설명하며 순회전시가 어렵지 않겠냐는 의사를 전하자 바로 동의한다는 회답이 왔다”고 전했다.
문화재계 안팎에서는 안타깝다는 반응이 많다. 이번 전시가 2002년 한·일 월드컵 문화재 순회전 이래 가장 큰 규모의 일본 전시이고 과거사 문제로 막혀 있는 한·일 교류에 활로를 뚫어줄 계기로 기대를 모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은 미국 워싱턴 프리어갤러리에도 불교 복장유물을 대여전시 중인데,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유물이 올 수 없게 돼 올 연말까지 현지 전시 기간을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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