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 부산은 ‘예술 탐정’ 놀이의 특별한 무대다.
놀이를 이끌 주역은 세계 34개 나라 다양한 장르 예술가들이다. 이들이 장르별로 내놓은 신작이 9~11월 근현대 도시 부산 시내 곳곳에서 각양각색의 작품 난장을 펼친다. 판을 벌일 장소는 철새도래지인 낙동강 을숙도 어귀의 부산현대미술관, 영도의 깡깡이마을과 조선소 창고들, 옛 피난 수도 시절 자취가 남아 있는 중앙동 일대의 원도심 건물이다.
이 색다른 난장은 덴마크 출신 국제 미술기획자 야코브 파브리시우스가 감독을 맡아 ‘열 장의 이야기와 다섯 편의 시’란 제목으로 꾸린 ‘2020 부산비엔날레’(9월5일~11월8일)의 핵심이다. 국내외 문인 11명이 쓴 부산 혹은 도시에 대한 글을 담은 문집이 전시와 같은 제목으로 이미 나왔다. 이 문집이 79명의 예술가에게 소재로 주어지고 회화, 설치, 영상, 사운드아트로 폭넓게 재해석되고 확산하는 구성을 취한다. 비엔날레는 원래 2년마다 열리는 격년제 국제미술제인데, 이번 행사는 미술 장르를 뛰어넘어 국내 비엔날레 사상 전례 없는 틀거지의 전방위 도시 탐색 프로젝트로 치러지는 셈이다.
2020부산비엔날레 전시감독인 야코브 파브리시우스.
부산비엔날레 조직위는 15일 오후 서울 한 호텔에서 김성연 위원장(부산현대미술관장)과 실무진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어 이런 내용을 담은 행사 계획안을 공개했다. 조직위 쪽은 “전시 제목 ‘열 장의 이야기와 다섯 편의 시’는 19세기 러시아 작곡가 무소륵스키의 명작 <전람회의 그림> 구성에서 착안한 것”이라고 밝혔다. 10개의 피아노곡과 5개의 간주곡으로 구성된 <전람회…>가 작가의 친구인 건축가 하르트만이 남긴 그림 10점을 소리로 표현한 것처럼, 부산에 대한 이야기와 시를 예술 작품과 음악을 통해 드러내고 탐색하려는 시도로 꾸몄다는 것이다. 배수아, 김혜순, 편혜영 등 8명의 한국 문인과 마크 본 슐레겔 등 외국 문인 3명이 글을 썼고, 이들의 글이 노원희, 서용선, 강정석, 구동희, 김희천, 아티스트 듀오 요스 드 그뤼터 & 해럴드 타이스, 스탠 더글러스, 카미유 앙로 등 국내외 시각예술가와 음악가에게 전달돼 또 다른 작품을 낳는다. 덴마크에 머물고 있는 감독 파브리시우스는 이날 화상을 통해 “부산이란 도시의 역사, 거리나 건물을 기록한 음악과 시각예술의 자취를 따라 관객들이 탐정처럼 걸어보기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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