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미니앨범 <부산직할시>를 발표한 육중완 밴드. 록스타뮤직앤라이브 제공
낭만이 사라진 시대다. 약속은 가벼워졌고, 기다림은 사라졌다. 스마트폰의 발달로 언제 어디서나 연락이 닿을 수 있게 되면서부터다. 기다린다는 것은 그 무언가에 닿기까지의 시간을 견뎌내야 하는 것인데, 실시간 소통을 가능하게 한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이 기다림을 견딜 수 없게 만들어버렸다.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고 답을 못할 수 있잖아요. 다른 급한 일을 한다든가,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든가. 그런데 숫자 ‘1’이 사라졌는데도 답이 없으면 사람들은 상대방이 문자를 ‘씹었다’고 생각해요.” 육중완이 사뭇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세상이 정말 빨라졌죠. 조금 느리게 가도 괜찮은데….” 강준우가 말을 받았다.
하지만 진지한 분위기도 잠시, 이내 강준우의 딴죽이 이어진다. “아니, 바쁘면 (카카오톡) 확인을 안 해야지. 왜 보고는 씹었다는 소리를 들어요. 형이 잘못한 거 같은데.” “궁금하잖아. 볼 수도 있지. 근데 카톡 확인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 우린 ‘낭만’을 이야기해야 하는 거라고.”(일동 웃음)
육중완 밴드가 지난 7일 발표한 새 미니앨범 <부산직할시>는 지금은 사라진 낭만에 대한 이야기이자 노래다. 타이틀곡 ‘낭만과 사랑’을 비롯해 ‘나는 바보’, ‘뚜뚜와 쭈쭈(사랑은 유리 같아요)’, ‘부산직할시 사하구 감천2동’ 등 모두 4곡이 담겼다.
“지금은 사라진 ‘낭만’과 ‘추억’을 건드려보고 싶었어요. 많은 분이 이번 앨범에 담긴 노래를 듣고, 향수를 느꼈으면 좋겠어요.”(육중완) 실제로 이번 앨범에 담긴 곡의 멜로디나 악기 소리는 1970~80년대 강변가요제나 대학가요제에 출전한 그룹사운드의 느낌이 강하다.
새 미니앨범 <부산직할시>를 발표한 육중완 밴드. 록스타뮤직앤라이브 제공
레트로 감성의 노랫말도 특징이다. “낭만이 부족한 지금, 당신은 노래가 필요해/ 사랑과 낭만 가득 그댈 채워줄 노래를 부르자”(‘낭만과 사랑’), “떠나간 그대 이름 못 잊어 울고 있는 나는 바보/ 아무런 말 없이 그러기 있기 없기”(‘나는 바보’), “사랑이란 유리창에 이별이란 비 내리면/ 그대 주신 손수건에 그 비를 닦아 내어요”(‘뚜뚜와 쭈쭈’), “그때 그 소녀는 무엇 하며 살고 있나/ 큰집 지으면 친구들 모두 모여 함께 살자던/ 내 소중한 친구들은 무엇 하며 살고 있나”(‘감천2동’) 등이 대표적이다.
부산은 육중완과 강준우가 나고 자란 곳으로 이들의 음악이 움튼 뿌리와도 같은 곳이다. 노래 제목이기도 한 ‘부산직할시 사하구 감천2동’은 육중완의 고향이다. 이들이 앨범 이름을 ‘부산광역시’가 아닌 ‘부산직할시’로 지은 것은 옛 기억 때문이다. “옛 이름을 통해 향수를 자극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강준우) 애초 경상남도에 속해 있던 부산은 1963년 정부가 직접 관할하는 직할시로 승격됐고, 1995년 지방자치법 재개정으로 부산광역시로 개편됐다.
새 미니앨범 <부산직할시>를 발표한 육중완 밴드. 록스타뮤직앤라이브 제공
육중완과 강준우는 20대 때 저마다 부산 지역 창작가요제에서 입상을 하고, 라이브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싱어송라이터로서의 꿈을 키웠다. 20대 후반 처음 만났을 때의 인상은 어땠을까. “얼굴을 딱 보고는 (음악적인 면에서) ‘내가 졌다’고 생각했어요. 노래를 못하면 안 되는 얼굴이었으니까. 으하하.”(강준우) “저도 다르지 않았죠. ‘쟤는 음악성으로 승부하는 애구나’라고. 둘이 팀이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비주얼 담당’이 없으니.”(육중완) 하지만 이들은 외모가 아닌 독특한 음악성으로 뭉쳤다. 2011년 5인조 밴드 ‘장미여관’으로 데뷔해 활동하다 지난해부터는 2인조 ‘육중완 밴드’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데뷔 이후 레트로 감성의 음악을 꾸준히 해왔다. 다만 그동안은 예스럽게 만든 노래를 최신 음악으로 세련되게 포장하려 했다면, 이번 음반은 1970~80년대풍을 그대로 살리려고 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제는 사라진 과거 코리아 록밴드 사운드를 살려내고 싶었어요.” 이들은 음악을 하는 원동력으로 ‘재미’를 꼽았다. “음악을 하고 있을 때가 가장 재미있고 즐겁다”는 것. 아이돌 음악, 트로트 등 일부 장르 일변도인 가요계에서 뚝심 있게 노래할 수 있었던 이유다. 낭만이 사라진 시대, 이들의 노래는 누군가의 낭만으로 물들어 가고 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