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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보자기 위 한땀 한땀, 빛이 나는 자수 굴비

등록 2020-09-08 16:53수정 2020-09-09 02:06

[이유정 개인전 ‘산을 들어 올리는 실’]
작가의 2015년 작 <자린고비>. 굴비 보자기 위에 굴비의 형상을 자수와 콜라주, 물감으로 독특하게 표현했다.
작가의 2015년 작 <자린고비>. 굴비 보자기 위에 굴비의 형상을 자수와 콜라주, 물감으로 독특하게 표현했다.

굴비를 쌌던 보자기가 캔버스가 됐다. ‘영광 굴비 산지 직송’이란 인쇄 글자가 선명한 보자기에 탱글탱글한 질감의 굴비 여러 마리가 그려졌다. 비늘 위엔 빛나는 원형 장식물(스팽글)과 색구슬, 은박 껌종이, 치약의 은색 포장재 등을 꿰매거나 덧붙였다.

서울 북촌 삼청로에 있는 갤러리 도올에서 선보인 <자린고비>라는 이름의 보자기 그림은 자수 회화를 창작해온 이유정 작가의 근작이다. ‘굴비의 추억’에 얽힌 조형적 상상력을 발동시켜 색다른 맛의 회화가 만들어졌다. 그의 근작전 ‘산을 들어 올리는 실’에는 <자린고비>처럼 천과 같은 생활 재료들을 평면이나 입체 상태로 붙인 작품들이 등장한다.

작가가 올해 만든 신작 &lt;산을 들어 올리는 실; 푸른 인어와 상사뱀&gt;.
작가가 올해 만든 신작 <산을 들어 올리는 실; 푸른 인어와 상사뱀>.

출품작 형식은 대개 바느질한 그림 또는 조각이다. 한땀 한땀 실을 꿰매거나 천을 겹침질해 원하는 이미지를 화폭에 빚어낸다. 작가의 경험이나 의식세계 등이 민담, 소설, 영화 따위의 줄거리와 뒤섞인 도상들이다. 전시장 다른 한쪽엔 자투리 천을 불규칙적으로 이어 붙여 우툴두툴한 표면의 조각보 덩어리를 입체 조형물처럼 주렁주렁 달아놓았다. 작가가 “오래되고 끈질긴 기술”이라고 밝힌 바느질의 ‘야생적 힘’에 이끌려 자수의 풍부한 표현 가능성을 탐구한 작품들이다. 붉은색을 여성의 색깔로 치부하며 꺼림칙하게 생각하는 편견에 대한 반발을 붉은 화면 속 덩어리의 충돌과 확산으로 표현한 자투리 천 자수화 <붉은 치마―전장>과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나날 속에서 성을 쌓듯이 만들었다”고 털어놓은 조각보 입체 조형물 <성> 등이 눈에 띈다.

작가의 2019년 작 &lt;매달린 조각-산&gt;. 자투리 천과 알루미늄 선, 재봉실 등을 써서 만든 입체적인 조각보 조형물이다.
작가의 2019년 작 <매달린 조각-산>. 자투리 천과 알루미늄 선, 재봉실 등을 써서 만든 입체적인 조각보 조형물이다.

바느질 재료인 천의 연약한 물성과 부슬부슬한 재질은 미술판에서 여성성의 표상으로 여겨져 왔다. 작가는 이런 도식을 뒤집어 깊은 바느질 내공으로 조각보 이미지를 다채롭게 변주하는 역량을 보여준다. 13일까지.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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